겜조뉴스

copyright 2009(c) GAMECHOSUN

게임조선 네트워크

주요 서비스 메뉴 펼치기

커뮤니티 펼치기

게임조선

잠들지 않는 스타크래프트의 열풍

 

요즘 일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유닛, 미네랄, 벙커같은 영어단어가 나오면 강의실 전체가 술렁거린다고 한다. 모두 자연스럽게 오른손이 컴퓨터의 마우스 짚는 자세로 바뀌기도 하며 일부 학생들은 멍하니 어떤 영상을 그려 나가기도 한다. 어젯밤 친구와 한판승부를 벌였던 스타크래프트란 PC게임의 잔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단어는 일상적인 대화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못생긴 이성을 '저그'라고 표현하며 돈을 '미네랄'이라고 거리낌없이 말한다. 저그는 이 게임에 나오는 괴물이며 미네랄은 집을 짓거나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다. 그렇잖아도 신세대들만의 은어가 난무해 기성세대와 언어단절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젠 PC게임까지 해봐야 세대간 대화가 통하는 시대가 온 듯하다.

스타크래프트의 증후군은 이뿐만 아니다. 어느 여성 게이머는 공사장 인부를 보면서 "저기 SCV가 있네"라고 외쳤다고 한다. SCV는 게임에서 집을 짓거나 미네랄을 실어 나르는 로봇으로 일명 유닛이라고 불린다. 이처럼 현실이 게임세계와 교차되는 증후군 현상은 스타크래프트를 몇 번 해본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날 정도다.

스타크래프트의 열풍이 1년 이상을 유지하며 인기장수를 누리고 있다. 벌써 국내서만 100만장이 팔리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국내 컴퓨터 CD롬 타이틀 시장에서 게임은 1만여 개, 기타 프로그램이 5천여 개 판매수치가 일반적인데 100만장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최고의 신기록이다. 스타크래프트가 국내 게임시장을 쥐락펴락 혼자서 끌고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괴물 같은 제품이다.

그럼 도대체 스타크래프트는 어떤 게임이고 그 매력은 무엇인가. 이 제품은 미국의 블리자드란 PC게임 개발사에서 만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시대적 배경은 21세기가 끝나갈 무렵이며 지구에서 은하계로 추방된 종족, 흉측한 괴물종족, 초능력의 외계종족인 테란, 저그, 프로토스 중 하나를 선택해 상대방을 공격, 승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처럼 단순한 게임은 절대 아니다. 어느 종족을 선택해도 절대우위나 약체가 없기 때문에 상대방을 이기려면 수백 개의 전략을 외워야 하고 두뇌회전을 빨리 해야만 겨우 게임을 이어갈 수 있다. 이 같은 작품의 높은 완성도가 마니아들을 흥분케 하는 요인이다.

게다가 혼자 플레이할 수도 있지만 모뎀이나 인터넷 전용선을 이용하면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언제 어디서든 대결이 가능하다. 미 블리자드사는 '배틀넷'이란 게임서버를 인터넷 공간에서 운영해 이곳에 접속해오는 각국의 게임 마니아들을 연결시켜주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수직 상승시킨 비결 중 하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상공간인 배틀넷에선 인종의 구분을 뛰어넘는 게임대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금껏 혼자 방안에 틀어박혀 몰두하는 게임형태를 오픈 된 공간으로 끌어내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인터랙티브 문화로 전환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럼 이 게임이 국내에 들어와 인기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조국의 분단상황이 계속되면서 항상 긴장감이 잠재되어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한 승부욕을 키워왔기 때문에 우리 청소년들이 스타크래프트란 전략게임에 매료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바둑이나 장기로 단련된 두뇌싸움에 능한 소질과 손재주가 탁월한 우리 민족과 궁합이 맞았기 때문이라는 나름대로의 추측도 무성하다.


하지만 우리 나라도 이젠 게임하나가 터져 사회적으로 화두가 될 때가 되었다는 시기론이 더 설득력 있다. 게임은 하나의 종합예술에 가깝다. 게임 속에는 영화에 못지 않은 시나리오가 존재하며 연출도 필요하고 음악도 필수적이다. 게다가 그래픽도 받쳐줘야 하며 프로그램도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하고 기막힌 기획 아이디어도 무수히 필요하다.

우리는 이처럼 괜찮은 제품과 문화에 대해 너무 쉽게 '유치한 아이들의 놀이문화' 정도로 평가 한 것이 사실이다. 하나의 첨단산업으로 육성해도 모자랄 게임 비즈니스가 한쪽 구석에서 천대만 받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이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과 게임에 대한 시각이 알음알음 교정되면서 음지에서 양지로 막 올라오는 시점과 괜찮은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아무튼 우리 민족의 강한 승부욕과 손재주, 그리고 적절한 시기성 때문에 세계 최고의 스타크래프트 실력자는 대부분 한국인이며 현란한 기술을 보유한 고수들이 우글거리는 곳도 역시 우리 나라다.


작년 가을 미국 블리자드가 개최한 '배틀넷 가을시즌 토너먼트'에서 신주영(22)씨가 1등을 차지했다. 또한 16강 가운데 한국인이 9명이었으며 랭킹 100위 안에도 한국인이 50%나 차지해 버렸다. 우리 나라의 겜도사들이 세계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휩쓸어버린 것이다.

이렇듯 세계적인 게임스타가 한국에 몰려있으니 서울과 지방의 여러 PC방에선 그들을 초청해 게임비법을 자신들의 가게에서 보여주길 원했고 스타크래프트 고수들은 하나둘 팀을 만들어 자칭 프로게이머란 직업도 탄생시켰다.



서울에서 유명한 프로게이머가 내려온다는 소문이 돌면 동네엔 벌써 플래카드가 걸리고 게임 마니아들이 구름같이 모인다고 한다. 프로게이머들은 지방순회를 통해 그들의 현란한 게임기술을 보여주고 사례비도 받는다. 일부는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으나 아직 까진 대부분 학생이 많아 기존의 신분을 유지하면서 아르바이트 차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격적인 직업으로 뛰어드는 분위기도 무르익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최고의 프로게이머 조직인 슬기팀의 임영수(28)씨는 "팀원 몇 명이 출동해 5일 가량 지방순회를 해서 약 1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머지않아 프로게이머란 타이틀이 신세대들에게 가장 촉망받고 부러운 직업중 하나가 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스타크래프트가 우리에 던져준 영향은 이뿐만 아니다. 우선 PC방이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점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전국에 1만개 이상을 헤아릴 정도가 되어버렸다. 한때 각광받는 창업 아이템으로 급부상되기도 했다.

이 PC방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IMF로 침체될 뻔한 국내 컴퓨터산업이 지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각 PC방에서 도입한 컴퓨터만 생각해봐도 장난이 아닐 듯싶다. 작년 용산전자상가를 비롯한 PC메이커들의 표정관리는 전부 PC방 특수덕택이었다.

게다가 네트워크 게임을 하기 위한 필요한 전용선 공급사인 통신사들도 한몫 톡톡히 챙겼다. 인터넷 접속 전용선은 PC방의 기본. 모뎀으로 연결해 게임을 즐기면 속도가 느려 대부분 집에서 PC방으로 모이기 때문에 빠른 전용회선을 구입해야 했다. 작년엔 회선신청을 해놓고 한 두달씩 기다릴 정도였다.

이뿐인가. 요술 방망이 같은 스타크래프트를 국내에 유통시킨 한빛 소프트란 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네트워크 장비회사, 키보드 마우스를 만드는 부품 회사, 점포간판 및 책상, 인테리어 관련사 등 연관되는 모든 시장이 호황을 맞은 셈이다.

이 같은 PC방들의 전국 포진은 우리 나라 정보인프라 구축을 위한 역할론마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전국 어디에 가나 최고급 사양의 컴퓨터가 있는 PC방이야말로 정보의 전초기지로 활용해야 된다는 의미다.

미국 일본에서도 우리 PC방의 사업성을 조사해 가기도 하고 증권회사들은 사이버 트래이딩 장소로 활용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은 유통의 전략거점으로 보기도 한다. 이제 PC방은 게임방이란 협소한 의미에서 벗어나 쇼핑-증권-인터넷-이메일-문서작성 등 다양한 업무와 놀이가 어우러진 원스톱 공간으로 부각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가 던져준 또 하나의 열풍은 바로 봇물처럼 터지는 대규모 게임경진대회의 탄생이다. 작년까진 게임관련 중소기업이나 PC방에서 조촐히 열리던 경진대회가 올해부터 대규모 대회로 변신해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올 8월엔 매주 일요일마다 결선대회가 개최되었으며 주최사들도 하이텔-두루넷 등 통신업체는 물론 스포츠신문사들까지 가세해 총 상금이 1억원이 넘기도 했다.

게임 마니아들은 자신의 스타크래프트 실력을 테스트해보거나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속속 참여, 또 하나의 스타 배출구로 자리잡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럼 스타크래프트의 열풍은 언제까지 갈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올 하반기에 고비를 맞을 것 같다. 2년째 계속 게임왕좌를 빼앗기지 않고 있지만 곧 출시될 대작들의 도전이 거세기 때문이다.

미국의 블리자드에서 내놓을 또 하나의 야심작인 '디아블로2'와 에이도스의 '툼레이더4' 등이 복병 중 복병이다. 디아블로2는 배틀넷이란 게임서버를 처음 이용한 게임으로 완벽한 스토리와 감동적인 내용이 특징이다. 2탄 준비를 위해 잠시 휴면기에 들어간 사이 후배 게임인 스타크래프트가 왕좌를 차지해버려 이번에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하지만 작품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뜻밖으로 오래갈 수도 있다. 이미 이 게임은 너무나 많은 사람이 발을 들여놓은 상태에서 금방 다른 게임으로 옮겨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은 한 두 달만에 종료할 수 있는 성질의 프로그램이 아닌 몇 년간 해도 끝나지 않는 장대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또 하나의 대작이 나와 열풍에 휩싸이기 전에 준비해야할 일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지금도 계속 쏟아져 나오는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중심체 설립과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공인 받는 건전한 게임대회의 확립, 그리고 국산게임에 대한 시급한 관심과 투자다.

지금의 프로게이머는 자기들끼리 만든 팀만 있을 뿐이지 이들이 중심이 되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협회가 없다. 이들의 실력을 공인해줄 기관도 없다. 스스로 프로게이머라 부르면 그만이다. 게임에 천부적 소질 있는 친구들이 벌이는 한번의 화려한 잔치로 끝나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관련부처나 업체가 하나로 뭉쳐 그들의 재주를 키우고 인정해주면서 확실한 직업전사로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도록 경주해야 할 것이다.

게임경진대회도 마찬가지다. 우후죽순 생긴 PC방을 이리저리 모으고 마니아들에게 참가비를 받아 수익사업으로 끌고 가면 단발성 장사밖에 안 된다. 게이머들의 진정한 잔치가 되어야한다. 그래야 게임을 편협하게 보는 일부 일반인들의 시각도 빠르게 교정될 수 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는 결정적으로 외국산이다. 우리라고 대단한 국산 네트워크 게임을 만들지 말란 이유는 없다, 개발기술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스타크래프트의 열풍이 좋은 기회다. 보다 똑똑한 인재들이 게임개발사에 많이 참여하고 벤처자금도 진짜 투자되어야 할 데를 찾아 속속 지원만 되면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게임조선game@)






























ⓒ기사의 저작권은 게임조선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무단으로 기사 내용 전제 및 다운로드 링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