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아직 회의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다. 작년 붐을 이루었던 프로게임리그는 올해 들어 크게 위축된 느낌마저 주고 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택한 남녀 선수에게 프로게이머의 현재 상황과 미래에 대해 물어 보았다.<편집자주: 이름별 가나다순>
◆ 삼성전자 칸 김인경 선수
사실 프로게이머의 현재는 아직까지도 불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료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1-2년 정도 하다가 그만둬야지"라는 시선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얼마전 청소년 장래희망 1위가 프로게이머라는 기사가 났더라구요.
프로게이머로 2년째 활동하고 있는 저도 장래에 대한 두려움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새롭게 생겨났기 때문에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가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프로게이머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얼마전 삼성전자 칸 팀 회의 때 게임산업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21세기는 엔터테인먼트가 주도하는 사회가 될 것이며, 무엇보다 최근 게임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프로게이머가 존재하려면 먼저 프로게임팀이 있어야 하고, 프로게임리그가 있어야합니다. 현재 저희 삼성전자 칸의 경우 선수 전용차량까지 지원하는 등 정말 엄청난 투자를 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위에서도 잠깐 말했듯이 프로게이머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가 아닌 전 게임에 대한 프로가 될 수 있도록 게임팀에서 먼저 발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게임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세미나를 통해 프로게이머가 장래 게임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현재 각 프로게임팀의 적극적인 지원과 프로게임리그의 안정화만을 보더라도 프로게이머는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 직업이 아닌가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게이머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이겠지요. 현재 프로게이머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프로게이머 스스로가 게임산업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분명 게임산업 속에서 프로게이머의 역할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KTB 퓨처스 박윤정 선수
현재 한국 프로게임협회는 인증제를 통해 80여명의 게이머들에게 '프로게이머'라는 이름을 달아주었고, 선수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프로게이머의 입지가 확고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네요.
아직도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하나의 흘러가는 유행일 뿐이며 심지어 게이머들 사이에서조차 프로게이머에 대한 개념정립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을 실력으로 할 것인지, 어떤 일정한 프로필로 인정을 해주어야 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프로게임단의 소속여부로 구분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말 많은 기업들이 게임단 운영을 포기하면서 그동안 프로게이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던 선수들이 소속사를 잃고 생계조차 막막해진 경우를 여러차례 보니 안타깝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게임 인구는 350만명에 이르고 게임산업은 이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어 그 투자가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프로게임시장의 미래는 밝으며 프로게이머의 전망 또한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바야흐로 프로게이머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해 주어야 할 때가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만 잘한다고 해서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운영하는 프로게임단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들만이 프로게이머라고 칭함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는 노력이 수반될 때 프로게이머는 머지않아 하나의 직업군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컴몰 코리안투어 박현준 선수
프로게이머의 현재 분위기는 괜찮다고 봅니다. 학생일 때는 게임할 때 부모님 눈치가 많이 보였는데, 프로게이머가 되고 나서는 눈치 안보고 좋아하는 게임도 실컷 하고 돈도 버니 `일석이조`라고 할까요. 게다가 제 나이에 비해 버는 돈도 많은 편이니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하지만 프로게임리그가 `스타크래프트`에 치우친 편이라 조금은 불안합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지 조마조마 하거든요.
물론 `스타크래프트` 이외의 다른 종목으로도 여러 리그가 산발적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재미와는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편입니다. 상금을 벌기 위해서 또는 구단이나 이벤트사에서 부탁해서 등의 이유 때문이지요. 여러 종목을 해본 게이머도 있지만 그러다가 실력이 떨어져서 결국은 다시 `스타크래프트`만 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아무래도 이것저것 다 잘할 수는 없잖아요. 또 스타크래프트만큼 재미있는 게임은 아직 발견하지 못해서...하루빨리 `스타크래프트`를 능가하는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이벤트성의 게임대회는 대부분 이기석, 국기봉, 강도경 같은 유명 게이머들이 상금을 휩쓰는 경우가 많아요. 소속 구단이 없는 준 프로게이머들은 발을 붙이기가 힘들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앞으로 심화되지 않을까 싶네요.
프로게이머의 미래라..글쎄요. 요즘 프로게이머가 인기 직종이긴 하지만 아마 프로게이머가 되기는 지금보다 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게이머들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또 많은 청소년들이 게이머가 되고자 하는 추세입니다. 아마 스타급 게이머들만 살아 남고, 나머지는 도태되는 약육강식의 게임리그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삼성전자 칸 송병석 선수
프로게이머의 현재 상황이 불안한 바는 없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은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고, 또 다른 장르의 게임리그가 이벤트성으로 진행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리그가 `스타크래프트`에 치중해 있어서 만약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진다면 게임리그도 위태로워지겠지요.
그리고 정식 프로게임리그의 입지도 나날이 약해지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조금 불안합니다. 솔직히 PKO나 KIGL리그보다도 후발주자인 온게임넷 스타리그가 일반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는 추세이고, 사람들은 PKO/KIGL리그 우승자보다 온게임넷 리그 우승자가 더 실력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물론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안 그렇지만 앞으로 방송국 게임리그가 점점 거대화되고 정식프로게임리그의 입지가 줄어든다면 프로게임리그 전반적으로 상당히 불균형적인 리그가 되지않을까 걱정입니다.
아마 앞으로 프로게이머의 수는 늘어날 거라고 예상하지만 구단에 소속된 프로게이머의 수는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 같아요. 게임인구는 늘어나겠지만 그래도 구단소속의 정식 프로게이머의 수는 그다지 늘어날 것 같지 않아요.
[김용석 기자 anselm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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