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남' 열풍이 가히 폭발적이다.
최근 KBS2 월ㆍ화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연일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또 하나의 신드롬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꽃남'에 열광하는 연령대를 주요 고객층으로 둔 국내 게임업계 역시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분주하다.
그러나 다수의 국내 게임사가 다양한 마케팅에 주력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어찌된 일인지 '꽃남'과 관련된 저작권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미 몇몇 게임사는 '꽃남' 등장인물을 패러디한 게임 속 캐릭터를 선보였고, 아이템을 판매를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도 줄을 잇고 있다. 지금껏 스타마케팅을 종종 시도한 바 있는 국내 게임업계지만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특정 스타에 매달리는 모습은 전무하다.
스타마케팅을 진행함에 있어 상당히 조심스러웠던 게임사가 유독 '꽃남'을 활용하는 데는 주저함이 없는 이유를 살펴본다.
◆상표법 공백 틈타 꽃남 효과 '톡톡'
국내 게임업계에서 '꽃남'을 패러디한 각종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이유는 재제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공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 제작사인 그룹에이트가 지난해 말 '꽃보다 남자'에 대한 '상표법'을 신청해 놓았지만,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는 승인절차를 고려하면 드라마가 종영되는 시점에서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인 확인한 결과 현 시점에서 '꽃보다 남자'를 활용한 패러디 콘텐츠를 제작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고려해 해당 스타의 이름이나 사진을 직접 활용하는 방안은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게임 속에서 '꽃남' 스타를 활용하는 방식 역시 커스터 마이징 기법을 통해 유사 캐릭터를 생성하는 수준이라는 것. 따라서 게임 속 '꽃남'은 현 트렌드를 반영한 패러디일 뿐 무단으로 도용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게다가 이 역시도 선택은 유저의 몫이기 때문에 게임사가 직접 책임질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 사실상 '꽃남' 열풍에는 편승하되 저작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폭발적 관심 속 저작권 주체 혼선
게임 속에서 '꽃남'이 봇물을 이루는 이유는 해당 콘텐츠의 저작권 주체가 모호한 원인도 한 몫하고 있다.
원작 '꽃보다 남자'의 저작권은 일본 원작출판사인 집영사가, 국내 출판물에 대한 저작권은 JUMP 만화책을 출판하는 ‘아이엠닷컴'이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 저작권은 제작사 '그룹에이트'와 'KBS'가 보유하고 있으며, '꽃남'을 활용한 모바일ㆍ온라인 사업권은 KBSi가 담당하고 있다.
'꽃남' 저작권 관리가 분산돼 있어 사실상 유기적인 관계의 유지없이는 관리 자체가 어려운 것.
무엇보다도 '꽃남'은 이미 해외에서 서적과 영상물 등으로 수차례 인기몰이에 성공한 리메이크 작품. 따라서 저작권 침해 사실이 확인 되도 국내작이 아니라 해외작을 인용했다는 주장을 펴게 되면 이 또한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려운 문제로 남게 된다.
드라마 제작사 그룹에이트 관계자는 "현재 '꽃남'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곳이 너무 많아 일일이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가 사업(문구류ㆍ드라마 소품 판매 등)을 위해 상표법을 신청해 놓았다"며 "일본 원작출판사인 집영사와 함께 상표 등록 및 기 출원자에 대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KBSi 온라인 저작권만은 사수
타 분야와는 다르게 온라인사업 영역만큼은 앞으로 '꽃남' 사용이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업권을 소유하고 있는 KBSi 측이 '꽃남'을 소재로 한 게임 개발에 돌입했고, 같은 분야 경쟁작으로부터 자사 게임의 보호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
KBSi 측은 "온라인게임 속에서 '꽃남'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현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변호사와 이 사안에 대해 논의 중이긴 하나 아직 구체적인 액션을 취할지 여부는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현 입장을 밝혔다.
또한 "'꽃남' 소재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타 분야의 패러디 정도는 묵인하되 초상권을 침해나 '구준표'와 같이 직접 이름을 거론하는 경우에는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사안이 방대해 모두 대응하기는 어렵지만 부정적 이미지를 내는 사안은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형의 자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게임사가 패러디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사 게임의 흥행을 시도하는 이중적 모습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흥행을 쫓아 유행을 따라가는 게임사와 이슈를 만들기 위해 유행을 선도하는 주체 사이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com] [www.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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