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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몇 가지 제언/권준모 교수 경희대학교"

 

현재 한국 게임 산업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약 200조원이 되는 세계시장으로의 본격적인 진출이다.

한국의 게임시장은 규모는 세계시장의 약 400분의 1에 불과하며, 불법복제, 번들, 주얼 등의 문제로 시장은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세계시장에 팔 수 있는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문화에서 사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며, 그들은 현재 무엇을 하고 있으며, 그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스포츠 게임 개발회사인 EA의 경우 전세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즐기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으며, 그것이 스포츠라는 답을 구했다. 또한, 그들이 가장 즐기는 스포츠는 무엇인가를 물었으며, 그것이 축구라는 것을 알고, 축구가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영국 개발팀을 구성하여 축구게임을 개발하였다.

그들은 대표적인 주요 시장에서 인기 있는 선수가 누구이며, 아나운서, 해설자가 누구인가를 찾아내어 게임에 반영하였다. 그들은 현재 16개 언어로 된 축구게임을 출시하였으며, 한국에서도 코리안 리그 게임을 선보였다.

한국게임업체는 지난 10년간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 왔으며, 프로그래밍과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생각된다. 지금부터는 게임의 기획 및 시장 환경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5가지 사안들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필요하다.

▶언어 :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언어이다.
언어는 대단히 문화적인 속성이 있으므로, 단순한 번역을 하면, 다른 문화에서는 의미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머의 경우 한국적 유머가 유럽이나 미국의 사용자들에게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게임개발자들은 미국시장을 겨냥할 때, 영국식 사고방식을 모두 버리도록 요구한다. 왜냐하면 영국식 유머는 정치적인 경향이 있으므로, 미국시장에서 전혀 수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계적인 시장을 겨냥해서 만드는 게임은 가능하면 언어 비의존적인 게임이 유리하다. 예컨대, 스포츠, 액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등이 전세계 시장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대단히 언어 의존적인 일본의 장대한 롤플레이 게임 등이 세계 시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폭력성과 선정성 : 대부분의 나라에서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사회 단체, 정부 차원의 규제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까지만 해도 게임에 대한 심의가 없었던, 유럽이나 북미 국가들이 자율적 혹은 타율적 심의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과거 한국의 심의제도가 게임산업의 저해요소가 된다는 게임개발자들의 비판이 많았으나, 현재의 사정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심의제도가 국내 게임의 세계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한국에서 개발된 게임들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 진출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퍼블리셔들이 자율적인 심의기구인 ESRB(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의 등급을 받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독일이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제재가 심하다. 독일에서는 붉은 색의 피가 나오면 안되므로, 피가 모두 초록색으로 바꿔야 하며, 사람의 신체가 파열되는 장면도 좀비로 변환시켜야 판매를 할 수 있다.

▶게임사용자의 기대 : 각국의 게임 사용자들은 전자 게임이 어떠하기를 기대한다.
예컨대 미국의 사용자들은 가능하면 버튼을 빨리 누르기를 기대하며, 유럽의 사용자들은 게임이 깊이 있는 시나리오를 지니기를 기대하며, 일본의 사용자들은 아기자기하며 귀엽기를 기대한다. 이와 같이 각 문화의 사용자들은 각기 다른 게임의 기대를 지니고 있으며, 이와 같은 사용자의 기대를 맞추지 못하면, 그 문화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문화권에서 게임 사용자들의 기대를 파악하는 것은 글로벌 마케팅에서 가장 어려우면서 중요한 요소이다. 외국의 개발회사들이 제안하는 방법은 각 문화에서 베스트 셀러들의 분석을 하는 방법과 그 나라에 개발팀을 구성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 게임회사인 EA의 경우 각 나라에 맞는 축구게임을 개발하기 위하여 각국의 축구리그 및 팬성향을 분석하였으며, 일본, 캐나다, 오스트렐리아, 유럽, 한국 등에 개발팀을 두고 지역화를 시도하고 있다.

▶디자인 : 각 문화에 따라 디자인도 달라져야 한다.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선호하는 색깔, 캐릭터의 특징, 디스플레이 방식이 다르며, 레벨, 패키지 등에서도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 특히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콘들은 개발하는 문화의 독특성을 지닌 것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형태이어야 한다. 또한 그래픽의 모티프들도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지 고려되어야 한다.

한국의 게임들이 지나치게 한국 문화적인 아이콘이나 그래픽칼 모티프를 사용하여, 외국 사용자들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또한 게임의 팩키지도 문화적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경우만 해도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독일 사용자들은 게임을 구입하기 전에 팩키지를 꼼꼼하게 살피는 경향이 있어서, 독일에서 판매되려면 팩키지에 게임에 대한 설명을 대단히 구체적으로 넣을 필요가 있다. 불란서의 경우는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시원한 이미지를 통해 사용자의 시선을 모으는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브랜드 : 궁극적으로 한국의 게임이 국제화되려면, 국제적인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
마치 세가, 닌텐도, 소니, EA와 같이 사용자의 머릿속에 깊이 자리 잡은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EA의 경우 스포츠게임으로 단단한 브랜드를 형성하고 있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게임제작사도 자신의 전문적이고 고유한 영역을 확보하여, 지속적인 브랜딩전략을 고민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제작사나 소형게임기용 게임제작사는 자신의 영역을 더욱 특화시켜 그 분야의 독특하며, 강력한 연상(association)을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조건들로 비추어 볼 때 한국의 게임업체들을 위해서는 두 가지 선행요소들이 필요하다. 한가지는 대형 퍼블리셔가 세계게임시장의 변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 및 마케팅전략을 체계적으로 지도해 줄 필요가 있다. 최근 게임유통사들의 코스닥 상장으로, 조만간 대규모의 퍼블리셔들이 등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가지는 다국적 개발팀의 구성이다. 러시아인 프로그래머와 미국인 기획자 그리고 프랑스인 디자이너 등이 참여할 수 있다면 한국게임의 세계시장 진출은 훨씬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퍼블리셔의 도움으로도 가능하지만, 게임지원센터가 인력의 중개인 역할을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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