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한파가 용산전자상가를 덮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연말 성수기에 눈코 뜰새 없이 바빴겠지만 불황 탓에 위기감이 확산돼 상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기온이 크게 내린 지난 7일 용산전자상가 내 게임 전문 매장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꽁꽁 닫혀버린 소비자들의 지갑처럼 시름이 깊어가고 있었다.
용산 현대아이파크몰 7층에서 게임 전문 매장을 운영중인 김모(32)씨는 “가게를 운영하려면 하루 평균 10만원 가량 필요한데 평일 하루 매상이 3만원도 채안되는 경우가 있다”며 “내년 설까지 운영해 본 뒤 업종변경을 고려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곳에서 게임 전문 매장을 운영중인 정모(32)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10월부터 매출이 뚝 떨어지기 시작해 이달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지난 6일 정식 발매된 ‘닌텐도 위핏(Wii Fit)’에 기대를 걸었다. 운동과 게임의 재미를 융합해 화제를 모은 이 게임은 전세계에서 약 1,000만장 이상 판매됐다.
하지만 첫 모습이 어째 신통치 않다. 없어서 못팔만큼 인기를 끌 것으로 생각했으나 반응은 아직이다.
정모씨는 “신작이 출시되면 바로 반응을 보이던 것과 달리 요즘에는 이러한 열기를 찾기 어렵다”며 “기대를 모았던 위핏도 최근 하루 1~2장 팔았다”고 말했다.
용산 나진상가는 이 지역에서 게임 전문 매장으로 유명하다. 용산에서 잔뼈가 굵은 게임 전문 매장들이 이곳에 집결해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곳 보다 사람의 발길은 많은 듯 보였으나 불황의 그늘은 어쩔 수 없다.
이곳에서 게임 전문 매장을 운영중인 홍모(36)씨는 “15년 장사를 했지만 요즘 같은 불황은 보지를 못했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약 25%의 매출 감소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홍모씨는 이어 “게임을 구매하는 고객들도 불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어쩔 수 없죠”라고 푸념했다.
10년 동안 게임 전문 매장을 꾸렸다는 박모(34)씨는 “아이온,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 등 대작게임의 영향으로 온라인게임 쪽은 잘 되는 것 같으나 게임 전문 매장의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다”며 “최근 들어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상인들의 푸념이 늘고 있지만 달라진 분위기도 있다. 바로 게임 전문 매장을 찾는 외국인의 발길이 크게 늘어난 것.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원화 가치가 폭락세를 보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로 게임을 찾는 외국인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은 보통 2~3명 정도 무리를 이루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불황 속 ‘반짝 햇살’이겠거니 생각해 주변 상인에게 물어보니 일반 관광객이 대부분이라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 상인은 “이틈을 타 보따리상이라도 많이 왔으면 좋겠다”며 “겨울 대목인데도 지난 여름 바캉스 시즌 보다 못해 이를 어쩐답니까”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shaii@chosun.com] [www.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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