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건은 게임업계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피해자들의 부모와 언론이 그 사건의 원인제공자의 하나로 컴퓨터 게임과 게임업계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자 외신은 당시 피해자들의 부모들이 ID소프트웨어, 닌텐도, 소니, AOL타임워너 등 25개의 관련업체들을 대상으로 50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99년 당시에도 그 사건에 미친 '게임'의 책임소재를 놓고 언론을 통해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고 유가족들의 소송여부는 업계전체의 관심사였다. 최근의 외신은 유가족들이 총기난동을 유발시킨 게임의 개발, 제작, 유통에 관여한 모든 업체들을 싸잡아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유족들이 책임이 있다고 지목한 게임회사들 중에 1순위로 꼽히는 회사는 ID소프트웨어다. 한마디로 이 회사가 93년에 개발한 1인칭 슈팅게임 '둠(DOOM)'이 간접적인 '살인 교사범' 역할을 했다는 것이 유족들의 주장이다.
ID소프트웨어의 회장 겸 수석프로그래머인 존카멕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회장이 매킨토시 컴퓨터용 게임을 구상했을 때 상담역을 해주기도 했고 빌게이츠, 스티브잡스와 함께 타임지가 선정한 99년 디지털세계 대표주자 50인(10위)에 선정될 정도로 우상시 되는 인물이다.
컬럼바인 사건을 계기로 그는 게임천재에서 순식간에 '악마''살인 선동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게임이 폭력성과 중독성으로 인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0년 미국의 스턴일렉트로닉스(Stern Electronics)가 출시한 '버르저크(Berzerk)'라는 아케이드 게임이 있었다.
이 게임은 외계인이 만든 로봇과 지구종족 후손들간의 전쟁을 다룬 공상과학 소설을 토대로 기획된 슈팅게임이다.
독특한 캐릭터와 음성합성 기능으로 게임의 신기원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을 죽게한 최초의 게임이란 불명예가 따라다닌다.
1982년 4월3일 일리노이주 캘멋시에 사는 부르코프스키라는 청년은 게임센터에서 이 게임을 즐겼는데 처음 두판에서 최고 득점을 올려 그의 이니셜을 스크린에 기록한 후 한판을 더하기 위해 쿼터동전을 삽입하는 순간 쓰러져 30분후 사망했다.
부검결과 이 소년의 심장에 2주가량 경과된 상처난 조직이 발견되었으며 검시관은 비디오 게임으로 인한 누적된 스트레스가 심장마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게임은 총 50,000대나 판매되었으며 스턴일렉트로닉스사가 출시한 게임중 최고의 히트상품이 되었다. 사람을 죽게했다는 부정적인 홍보가 제품판매에는 도움이 된 셈이다.
이러한 예는 국내에서도 있었다. '리니지' '천년' '조선협객전' 등 유명 온라인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나 PC방 주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들 게임 때문에 폭력사건이 벌어지면서 게임이 더욱 유명해지고 이용자가 더 늘어났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얼마나 재미가 있길래 시간가는 줄모르고 하다가 사람이 죽고, 실제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폭력사건이 날까 하는 호기심이 게이머를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게임개발, 제작, 유통사를 포함해 무려 50억달러에 달하는 소송을 냈다는 사실은 게임업체들이 반대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스런 일인가 시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미국의 담배회사들이 폐암의 원인제공자로 피소되어 일부 업체가 수십억, 수백억달러의 보상판결을 받고 도산위기에 직면한 상황처럼 게임업체들도 폭력의 배후자로 지목되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폭력성은 흥미와 긴장을 자아내는 중요한 양념이다. 그리고 게임이 폭력(욕망)의 대리배설이냐, 폭력의 시뮬레이션이냐라는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게임이 담을 수 있는 폭력의 수위다. 학교폭력과 '이지메' 공포가 국내의 학부모들을 경악시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 법정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판정결과가 주목된다.
[유형오 게임브릿지 대표 gb1@gamebridg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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