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발사의 보이지 않는 견제
이같이 하나의 전략시뮬레이션을 두 부류로 나누는 작업은 블리자드에서도 똑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이후, 1998년 스타크래프트를 만들어내게 된다. 스타크래프트는 판타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밀리터리는 더욱 아니다. 스타크래프트는 다분히 SF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 하지만 SF도 궁극적으로는 판타지의 계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블리자드는 웨스트우드와 마찬가지로 워크래프트를 기준으로 하여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두 부류로 나누고 전략시뮬레이션을 이끌게 된다.
결국 웨스트우드의 밀리터리와 블리자드의 판타지는 하나의 게임을 가지고 두 부류로 똑같이 나뉘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웨스트우드를 블리자드가 의도적으로 따라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듄을 기준으로 본다면 전략시뮬레이션에서의 후발 주자는 역시 블리자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두 개발사가 어떠한 공통적인 요소를 가지고 하나의 장르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웨스트우드는 C&C와 레드얼럿 이렇게 두 줄기로 나뉘어진 게임을 어느 한 쪽이 포기하지 않는 한 그대로 밀고 나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장르를 넘나드는 혈투
이러한 웨스트우드와 블리자드의 관계는 액션 롤플레잉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게 된다.
1998년 블리자드가 디아블로를 내놓는다. 당시 디아블로는 정적인 롤플레잉 장르에 액션을 도입, 액션 롤플레잉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고, 게이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이렇게 블리자드가 롤플레잉 장르에서 선두를 달리는 동안 웨스트우드가 잠자코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디아블로로 인한 블리자드의 롤플레잉 장악 행렬에 웨스트우드 또한 출사표를 던진다. 디아블로의 발매 이후 1999년말 웨스트우드는 녹스라는 액션 롤플레잉을 내놓는다. 녹스는 당시 디아블로가 시간이 흘러 잠시 주춤한 틈을 타 게이머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한다. 물론 디아블로 만큼의 인지도를 얻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블리자드에 이어 웨스트우드 또한 롤플레잉 장르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이다.
현재 블리자드는 디아블로2를 내놓으며 다시 한번 롤플레잉 장르의 최고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내년쯤 디아블로2가 잠잠해질 무렵 웨스트우드가 녹스2로 공격해올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닐까.
◆창과 방패가 되어
이처럼 웨스트우드와 블리자드는 장르를 넘나들며 서로의 견제를 계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 한쪽이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좀더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보면 이 두 개발사간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은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히 즐거운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올해 말, 이 두 개발사는 또 한번의 자존심 대결을 펼치게 된다. 엠퍼러:배틀포듄과 워크래프트3 두 작품 모두 3D 전략시뮬레이션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발매전부터 상당한 이슈를 몰고 다니고 있다. 전통과 기술의 대결이라고 해야할까. 아버지와 아들의 대결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두 개발사의 지속적인 견제가 앞으로도 게임계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게 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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