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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박받는 효자` 게임 산업

 

민용재 넥슨 국내사업총괄 이사
우리는 해방 이후 짧은 시간 동안 높은 수준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하지만 격변하는 글로벌 환경과 치열해지는 국가 경쟁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해 사회와 경제의 역동성을 되찾아야 하는 과제 또한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기존의 틀을 뛰어 넘는 새로운 국가 발전의 패러다임을 문화산업에서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자, 자동차, 조선, 정보통신 등 효자 소리 듣던 '산업 가문(家門)'들이 경기 침체, 경쟁 심화, 원가 상승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상황에서 신흥(新興) '문화콘텐츠 가문'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문화콘텐츠 가문'에서는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형제'들이 대한민국의 문화적 선진화를 이끌고 새로운 산업적 성장동력의 역할을 해 줄 후보들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기초체력이 약한 이 형제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있다. '한류(韓流)'도 안에서는 거품이라는 자성론(自省論)에 주눅 들고, 밖에서는 '반한(反韓)감정'과 '혐한류(嫌韓流)'에 맞서야 하는 처지다.

'막내' 게임은 어린 탓인지 집안의 기대도 낮고 이런 저런 꾸지람도 많이 듣는다. 하지만 막내는 자신이 '구박받는 효자'라고 항변하고 싶고, 형들보다 더 훌륭하게 자라 '가문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한다.

막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06년 기준 주요 문화콘텐츠 형제들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출판이 20조, 영화가 3조7000억원, 음악이 2조4000억원 규모였다. 같은 해 막내 게임은 7조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맏형인 출판을 제외하고는 '문화산업 집안'에서 '엄친아' 대접을 받는 영화와 음악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성적이다. 이렇게 막내는 집안 벌이의 약 13%를 차지했다. 온라인에서의 벌이만 따지면 막내는 절반 이상을 벌어들였다.

2003년~2006년까지 4년간의 성장율을 보면 막내의 어깨에는 더욱 힘이 들어간다. 이제 어른이 다 되어 성장이 더딘 맏형 출판은 8.6%, 영화는 16.3% 자라는데 그쳤지만 게임은 23.7%로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 4년 사이에 막내는 3조5000억원이나 자랐다.

막내는 외화벌이도 열심이다. 2006년 출판 산업의 수출액은 1억8500만 달러였다. '문화올림픽'에서 '한류' 대표로 뛰었던 방송은 1억34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엄친아' 영화는 2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막내 게임의 수출액은 6억7200만 달러로 전체 외화벌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형들이 해외에 나가면 벌이는 시원찮고 씀씀이가 헤픈 반면 막내는 검소하기까지 하다. 큰 형 출판이 3억700만 달러, 영화가 4700만 달러를 해외에 나가 써서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막내 게임은 4억6400만 달러를 알차게 남겼다.

막내는 이문(利文)을 남기는데도 능하다. 높은 이문을 남기는 출판과 만화가 36%의 부가가치를 얻은 반면 게임은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3조6500억원을 남겼다.

하지만 집안은 형들에게만 기대가 커서 인지 막내는 학비와 용돈을 받는데도 서럽다. 벌이는 막내의 절반에 불과한 '엄친아' 영화는 지난해에 문화산업 지원 예산의 62%에 달하는 533억원을 혼자 써버렸고 막내에게 돌아 온 몫은 그것의 1/3도 되지 않는 156억원에 불과했다. 관심과 지원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올해 더욱 심하다. 영화는 730억원에 가까운 지원 예산을 책정 받았지만 막내 게임의 몫은 지난해보다도 줄어든 142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막내는 꾸지람도 많이 듣는다. '바다이야기'를 좋아하는 노름꾼 친구와 어울렸다는 이유로, '폭력' 서클 친구들과 놀았다는 이유로 막내는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다. 막내는 노름꾼 친구를 친구로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싸우는 애들은 오히려 말리려 애썼는데, 어른들은 막내 이야기는 듣지 않고 매부터 들었다. 이제는 12시 이후에는 집 밖으로 못나가게 통금까지 하겠다고 하니 막내는 서글프다.

막내는 집안의 무관심과 편견이 서럽지만 미래에 대한 꿈이 있어서 여전히 꿋꿋하다. 집안에서도 언젠가 편견을 버리고 막내의 장래성과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성장과정에서 제대로 못 먹어 왜소한 영화가 옆 동네의 '헐리웃'이라는 몸집 큰 아저씨와 싸우는 모습을 그 동안 목도(目睹)했으니 막내가 그 전철 (前轍)을 밟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막내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기개발을 멈추지 않아야 하며 집안과 사회의 우려와 걱정을 잘 이해하고 존경 받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심신을 닦아야 하겠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모든 것은 자기하기 나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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