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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좋은 퍼블리싱의 시작

 

몇 년 전, 영화 쪽에서 일하는 필자의 지인을 통해 들은 얘기가 있다. 어떤 영화가 있는데, 시나리오 자체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요소가 많았지만 소위 ‘흥행이 잘 안 되는 3대 코드’, 즉, 특급 스타가 나오지 않고, 사극인데다가, 동성애를 연상시키는 내용이 모두 들어 있다는 이유로 한동안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결국 완성되었고, 우리나라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 영화가 바로 ‘왕의 남자’이다.

최근 필자의 회사는 1인 개발 게임으로 알려진 ‘신마법의대륙’이란 게임을 퍼블리싱 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게임을 ‘혼자서 개발해 내신’ 펭구리엔터테인먼트 김태환 대표님의 소식을 이전부터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여러 명의 분야별 전문 개발팀이 힘을 합쳐 만든 게임에 비해 그래픽 등에서 조금은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만이 갖고 있는 개성과 독특한 재미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고, 아무래도 혼자의 힘으로 만든 게임이다 보니 보편성이나 상업성에서 미흡하지 않냐는 주변의 걱정도 있었지만, 앞서 언급한 영화 ‘왕의 남자’의 예처럼, ‘성공을 보장하는 보험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꺼려하는 단점을 가진 게임이긴 하지만 이 게임에 힘을 북돋워주고 함께 머리를 맞대서 명민하게 운영을 해나갈 수 있다면, 또 이 게임을 만들기까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셨을 게 분명한 개발사 대표님의 뜨거운 열정과 노력을 좀 더 많은 유저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한다면, 한 번 ‘해볼만한 도전’ 이 아닐까 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신마법의대륙’을 비롯해 ‘디노마키아’라는 공룡 소재의 게임까지, 최근 필자의 회사가 퍼블리싱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에 대해 많은 분 들이 궁금해 하시고 고개를 갸우뚱하시곤 한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게임인데다가 소재가 특이하기도 해서 ‘게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물론, 이미 검증되어 있는 장르의 게임을 선택해서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 ‘검증되지 않은’ 장르이고 대작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참신한 시도를 한 게임이 유저들의 선택을 받을 기회 조차 얻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왕의 남자’의 예를 들었지만 비록 영화만이 아니라, 게임 업계에도 ‘예상을 뒤집고’ 흥행작으로 자리잡은 게임이 많다. 아마 그 게임들도 처음 유저들에게 선보이기 전에는 ‘유망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적지 않은 수모를 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어쩌면 유저들에게 선보이기도 전에 중단되거나 포기되었던 게임들 중에서도 향후 성공 잠재력을 충분히 가진 게임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컨텐츠 비즈니스의 냉혹한 현실일 수도 있겠지만 이를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뜬눈으로 밤을 지샌 개발자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최근 필자의 회사가 개발사에서 게임 퍼블리셔로 사업영역을 넓힌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하고 있는 이러한 도전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펼쳐져 나가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유저에게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게임과 서비스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다. 그리고, 게임 업계가 다양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 같은 ‘작지만 다부진’ 게임들에게도 풍부한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임 운영도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좋은 게임들이 스타트 라인에 서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야말로 퍼블리셔의 첫 번째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필자는 굳게 믿는다. 유저들이 원하는 그런 좋은 게임이 개발되고 서비스 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 그것이 게임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바램이자, 꿈 그리고 ‘좋은 퍼블리싱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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