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시뮬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
`심`시리즈로 유명한 맥시스는 이미 시뮬레이션 장르에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제작사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심`시리즈를 만들어냈고, 하나같이 시뮬레이션 장르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심시티` `심팜` `심타워` `심타운`. 특히 `심시티`시리즈는 맥시스의 시뮬레이션을 공식 인증이라도 해주듯 해외에서 학교 교과 과정에 채택되기도 했다.
그렇게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최고의 자리를 구가하던 맥시스가 2000년 초, 또 한번 큰 사고를 치고 만다.
사람들의 일반 생활을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바로 그 작품. 인생 시뮬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며 게임계에 또 하나의 획을 그은, 바로 `심즈`를 내놓은 것이다.
`심즈`는 발매전부터 상당한 이슈를 몰고 다녔다. 발매전 공개된 게임 자료들은 당시 시뮬레이션의 한계를 뛰어 넘는 것들이었고, 사람들의 숨겨진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국내에선 한참 유행하던 몰래 카메라와 맞물려, `엿보기` 게임이라는 호칭까지 받으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었다.
◆사람의 감정마저 시뮬레이터되다
`심즈`의 정식 발매 후, 많은 사람들이 `심`을 키우기 위해 게임 속으로 뛰어들었다. `심`은 게임 속에서 먹고, 자고, 화장실에 가기도 했다. 이웃에 사는 또 다른 `심`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정원을 가꾸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듯 `심즈`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실제 사람들의 생활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심`이 이렇게 단순한 행동만을 반복한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명성은 얻지 못했을 것이다. `심즈`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람의 감정마저 시뮬레이션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슬픔, 기쁨, 질투, 사랑 등. 이러한 감정들은 `심`을 좀더 사람에 가깝게 만들어 놓았으며, 또한 이들을 단지 게임 속에서 컴퓨터 연산 처리로 만들어진 캐릭터로만 머물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심`의 현실적인 행동과 감정들은 어떻게 보면 `심`을 하나의 사이버 펫(Pet)으로 만들어 놓았다. `심즈`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을 한 부모의 입장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할까. 게이머는 끊임없이 `심`에게 관심을 쏟아야 한다. 먹고 자는 것부터 직장을 다니는 것까지 모두. 한마디로 아기나 애완 동물을 키우는 것 같이 게이머는 지속적인 관심을 `심`에게 쏟아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건강하게 성장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며 행복해 하는 `심`을 보고자 하는 것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의 생각일 것이다.
◆엿보기 게임이라는 잘못된 인식
솔직히 `심즈`가 발매되고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를 본 후, `심즈`를 엿보기 게임으로 생각하는 게이머는 거의 없을 것이다. 엿볼 꺼리도 없거니와, 앞서 말한 것 같이 단순히 게임 진행을 지켜보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을 자기 맘대로 살게 내버려두면, 그들은 곧 죽고 말 것이다. 처음엔 직장을 잃을 것이고, 다음엔 건강을 잃을 것이다. 정신적인 혼란을 겪으며, 결국 아무것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굶어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심즈처럼 하기 쉬운 게임이 또 있을까. `심즈`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인생 시뮬레이션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 생활을 시뮬레이션화 한 것으로, 게이머는 그저 주인공이 삶을 살도록 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 게임들처럼 피튀기며 싸움을 하는 것도 아니고, 먼 대륙으로 모험을 떠나지도 않는다. 어두운 동굴 속을 파헤치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사는 것과 똑같이 먹고, 자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단지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말이다.
◆엽기적인 게임 `심즈`
`심즈`가 발매될 당시, 국내에는 엽기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마 가장 엽기적인 게임을 꼽으라면 `심즈`를 절대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심즈`는 `심`을 키우는 것 외에 하나의 실험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것도 지극히 엽기적인 실험. 어느 게이머는 인간의 공포에 대한 것을 실험하기 위해 방안에 의자 하나와 TV만 10대를 들여놓고 하루종일 공포 영화를 틀어줬다고 한다. 또 다른 게이머는 집에 20대의 컴퓨터를 사서 PC방을 만들어 `심`에게 하루종일 게임만을 하게 했다고 한다. 이런 일 이외에도 딱 한칸짜리 방을 만들어 감옥과 같이 `심`을 가둬놓고 행동을 살피는 게이머도 있었으며, `심`을 일부러 죽게 만들고 집안에 공동 묘지를 차리는 게이머도 있었다. 이런 실험들의 결과는 모두 `심`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당연한 결과이다.
물론 이런 장난끼 어린 엽기적인 행동들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에 처한 `심`들이 지극히 사람같이 고통스러워하고 슬퍼하며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런 엽기적인 행동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심즈`가 지극히 사실적인 시민, `심`을 만들어 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얘기다.
관련기사 : 인생시뮬레이션의 기원 `심즈` ②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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