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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같은 소리·다양한 임무 없으면 재미없을걸?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뛰어난 프로그램 개발자와 능력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만으로는 부족하다. 온라인 모험성장게임(MMORPG) 속의 개별 모험(퀘스트)를 만들어 내는 판타지 작가, 게임의 현실감을 한층 강화해주는 음향 전문가, 고객이 원하는 게임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는 마케팅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게임 제작에 빼놓은 수 없는 숨은 공로자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 사운드 디자이너도 발로 뛰어야

CJ인터넷 게임스튜디오 ‘사운드팀’의 박경원 효과음(이펙트) 디자이너는 현실감을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해 필요한 소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야구게임 ‘마구마구’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야구장으로 출동하고 새소리가 필요하면 숲을 찾아간다.

물론 사무실 옆자리 동료의 전화 소리와 키보드 치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 부엌에서 조리하는 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처럼 늘 우리 곁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활용한다. 박경원 디자이너는 “게임은 가상의 세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인 만큼,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청각적인 자극을 가능한 비슷하게 재현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NHN ‘사운드 디자인팀’도 현실감각을 최우선시한다. 다양한 차종이 등장하는 캐주얼 레이싱 게임 ‘스키드 러쉬’에서는 고속 주행의 짜릿함을 소리로 느낄 수 있도록 실제보다 더 실감나는 게임 효과음을 사용했다. 실제 ‘크라이슬러’ 자동차에 녹음 장비를 설치하고 자동차 엔진 소리와 시동 소리, 달리는 소리를 직접 녹음했다.

스노우 보드 게임 ‘라이딩 스타’에서도 사운드 디자인팀이 직접 스키장으로 출동해 보드를 장착하는 소리, 보드 타다가 넘어지는 소리, 속도를 높일 때 바람 소리 등을 녹음해 게임에 적용시켰다. 한게임의 ‘맞고’에 사용된 화투 치는 소리는 실제 모포에서 게임 하는 소리를 녹음한 후 채찍 소리를 섞어서 만들었다.

이 팀은 심지어 게임 속 음악을 제작하는 기본 업무 외에 고객센터에 전화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배경 음악을 작곡하는 일도 맡고 있다. 이 팀의 전광재 디자이너는 이화여대 음악치료학과, 아주대 심리학과 등과 공동으로 ‘고객센터 사용자의 부정적 정서를 완화시킬 수 있는 사운드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를 실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 게임 속 이야기꾼 ‘퀘스트 매니저’

예당온라인의 기대작 ‘패온라인’의 개발팀에는 소설가 두 명이 핵심 개발진을 이끌고 있다. 남벌·아마겟돈으로 유명한 야설록 작가가 총괄감독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판타지 소설가 출신인 김태규씨는 ‘모험(퀘스트) 매니저’라는 독특한 업무를 수행 중이다.

이 게임은 단군왕검이 출생하기 300년 전의 동북아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웅장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온라인게임 역사상 가장 많은 5000여개의 퀘스트(스토리에 따른 임무 수행의 장)가 특징이다. 2004년 출간된 판타지 소설 ‘아르토’의 작가인 김태규씨는 다양하고 독특한 퀘스트를 창조하기 위해 소설가의 상상력을 마음껏 끄집어 내고 있다.

김태규씨는 “소설을 써본 경험이 퀘스트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게임을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의 행동을 미리 예상해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 게임의 흥행을 쥐고 있는 마케팅 전문가

넥슨에는 생소하게 들리는 ‘퍼블리싱 품질관리(QM)팀’이 있다. 외부 개발 스튜디오가 만들어온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획·마케팅·엔지니어·통계학 등 다양한 분야 출신의 전문가들이 모여 세부 전략을 짠다.

최근 캐주얼 액션 게임 ‘엘소드’의 이용 활성화를 위해 시도한 ‘체험 아이디’ 서비스는 이 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게임 홈페이지에 방문하고도 복잡한 가입 절차가 싫어서 그냥 나가는 이용자가 많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분석해낸 뒤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체험 아이디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스템 도입 후 ‘엘소드’의 신규 가입자 수가 전월 동기간 대비 4배 이상으로 크게 증가하는 성공을 거뒀다. 노정환 퍼블리싱QM 팀장은 “70%의 성공률을 가지고 있는 게임을 분석하고 연구해서 성공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전문성 확보가 경쟁력

국내 게임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거처럼 게임만 묵묵히 잘 만들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쏟아져 나오는 게임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 남들보다 2% 정도 튀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게임 전체의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배경 아트 디자이너’, 게임 속 캐릭터만 연구하는 ‘캐릭터 팀장’, 무협게임의 특성을 살리는 ‘무협게임 전문 마케터’ 등 독특하고 전문성을 갖춘 이색 업무가 점차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예당온라인의 박재우 사업본부장은 “게임 이용자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면서, 게임 개발 작업도 세분화·전문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 때문에서 요즘 게임업체들 사이에서는 다른 분야에서는 들어보기조차 힘든 독특한 업무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shaii@chosun.com] [www.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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