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세계관의 변화만 있었다면 단지 신선한 느낌만을 주었을 뿐 '폴아웃'이 롤플레잉 매니아들을 이끌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식 롤플레잉의 강점 '자유도'
'폴아웃'이 일본식 롤플레잉으로부터 미국식 롤플레잉을 이끌어 낸 요소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유도일 것이다. 여기서 얘기하는 '자유도'란 게임을 멀티시나리오로 만들고, 세계를 좀더 방대하게 구성해 만들어내는 '자유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 요소들도 중요하지만 '폴아웃'이 만들어낸 게임에서의 자유도는 그런 세계관적인 것을 넘어선 것이다.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재미'다. 그것이 바로 게임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또한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이유이다.
일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미'의 요소가 있다. 바로 그것이 '자유도'.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게임 속에 실제 자신의 의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아바타'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 진행 시 가장 필요한 '감정 이입'의 단계를 한층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게임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폴아웃'은 앞서 말한 자유도를 거의 구체화 시켜놓은 게임이며, 이는 미국식 롤플레잉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일본식 롤플레잉의 경우, 각 클래스 별로 캐릭터를 특화시키는 시스템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런 것이 바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폴아웃'에 이르러 미국식 롤플레잉은 각 클래스별이 아닌, 캐릭터 자체의 스킬 시스템으로 특화시키는 방법을 채택하게 된다. 한 캐릭터를 클래스로 묶어 특화시키는 것이 아닌, 캐릭터 하나에 모든 클래스의 능력을 주되, 게이머 스스로 어떠한 능력을 특화시킬 것인지를 택하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스킬 시스템은 세부적인 설정을 통해 클래스 시스템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수십 가지의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바로 이것이 '폴아웃'에서 표현하고 있는 게임의 '자유도'이다. 이러한 '자유도'는 '폴아웃'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로 하여금 수십가지 형태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주었으며, 또한 게이머의 아바타를 독특한 캐릭터로 탄생시키는데 기여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폴아웃'의 '자유도'는 그동안 일본식 롤플레잉에 매어있던 매니아들에게 새로운 게임 세계를 열어주기에 충분했고, 더불어 일본식 롤플레잉과 미국식 롤플레잉이 공존함을 인정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매니아들을 대상으로 한 힘겨운 변화
1999년 '폴아웃' 시리즈는 '폴아웃2'를 내놓으며 확실한 롤플레잉 대작의 대열에 자리잡게 된다. 전편보다 확장된 스킬 시스템과 더욱 방대해진 세계는 게이머들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된 그래픽은 그 가치를 더욱 높여 놓았다. 물론 '폴아웃2'가 전편에 비해 스토리 라인이 약해졌다는 평을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폴아웃'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받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폴아웃2'가 '폴아웃' 시리즈의 명성을 제대로 이어받은 후 게이머들은 '폴아웃3'를 고대하고 있었다. 과연 '폴아웃3'에선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가 매니아들의 논란 거리였고, 나름대로 개선되어야 할 점들을 꼽아보기도 했다.
2000년, '폴아웃' 시리즈 후속작이 '폴아웃 택틱스'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게 된다는 사실이 발표된다.
'폴아웃 택틱스'는 이전 '폴아웃' 1, 2편과는 다르게 롤플레잉이 아닌 전략시뮬레이션의 성향을 띠게 되었다. 이전 '폴아웃' 매니아들은 롤플레잉에서 전략시뮬레이션으로 변화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했다. 이전 '폴아웃' 시리즈의 독특한 시나리오를 그대로 뒤엎는 것을 용납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폴아웃 택틱스'를 개발한 팀은 예전 '폴아웃' 시리즈를 만들었던 팀도 아니며, 타이틀 또한 '폴아웃3'의 타이틀을 달고 나온 것이 아니다.
현재 '폴아웃' 시리즈를 제작했던 개발진은 또 다른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인터플레이측에서도 '폴아웃3'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폴아웃' 시리즈의 개발진이 건제하고, 아직 끝맺지 못한 '폴아웃' 세계의 이야기가 남아있는 한 '폴아웃3'는 반드시 나올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멀티플레이로 인한 또 한번의 진화
그렇다면 '폴아웃 택틱스'는 어떤 게임일까. 이전 '폴아웃' 시리즈의 세계관에 사실적인 '폴아웃' 만의 캐릭터 생성 시스템을 그대로 채용, 리얼타임 방식으로 액션을 강화 한 '폴아웃'의 새로운 모습. '폴아웃' 매니아들은 이렇게 변화된 모습에 일단 상당히 흡족하다는 평가를 내고 있으며, 현재 해외 게임 차트에서도 상위에 랭크되고 있는 상황이다.
'폴아웃 택틱스'는 그동안 '폴아웃' 시리즈가 일관해 온 턴 방식의 전투 시스템을 탈피, 리얼타임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게임에 좀더 역동성을 불어넣어 게임 자체의 액션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더불어 빠른 게임진행을 유도해 게이머들의 몰입도를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폴아웃'의 턴방식을 과감히 리얼타임으로 바꾼 것은 어떻게 보면 '폴아웃'의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도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만약 '폴아웃 택틱스'가 지금과 같은 완성도를 갖지 못한 채로 발매가 되었다면, '폴아웃' 매니아들로부터 상당한 지탄을 받았을 것이다.
'폴아웃 택틱스'의 리얼타임 방식은 게이머들의 욕구에 정확히 적중했다. 게이머들은 이런 '폴아웃 택틱스'의 화려한 액션에 그대로 녹아들게 된다.
또 '폴아웃 택틱스'의 최대의 강점은 멀티플레이 지원에 있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폴아웃 택틱스'의 멀티 플레이 지원은 그렇게 단순한 이유만은 아니다. 만약 이전 '폴아웃' 시리즈와 같이 턴 방식을 고수한 채 멀티 플레이를 지원했다면 지금과 같은 게이머들의 호응은 없었을 것이다.
'폴아웃 택틱스'의 리얼타임 방식은 멀티플레이를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아웃 택틱스'의 옵션을 살펴봐도 이전 시리즈처럼 완전히 턴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게 되어있다. 또한 실제로 턴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할 때 더욱 잘 잡힌 게임 밸런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폴아웃' 시리즈의 성공적인 외전
'폴아웃 택틱스'는 '폴아웃' 시리즈의 외전 격으로 볼 수 있다. '폴아웃3'를 기다리는 매니아들의 쉼터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며, 그동안 턴방식으로 인해 '폴아웃'을 접하기 어려웠던 게이머들에게는 또 다른 매력적인 '폴아웃' 시리즈가 될 것이다.
더불어 현재 미국 내에서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한 '코만도스' 시리즈와 같은, 캐릭터 개념의 전략시뮬레이션 흐름에 '폴아웃'의 이름을 올려놓는 역할도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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