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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당시 게임계는 '디아블로'로 인해 롤플레잉 장르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의 정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일본식 정통 롤플레잉의 틀에서 벗어나,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액션이라는 요소를 롤플레잉에 가미시켜 탄생한 '디아블로'. 그동안 PC게임에서 무언가 아쉬움을 느끼던 게이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게임을 즐겨온 롤플레잉 매니아들은 '디아블로'를 롤플레잉이 아닌 '슈팅'이라고까지 부르며 외면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롤플레잉 매니아들의 아집일 수도 있고, 시대의 흐름에 그들이 편승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아블로는 롤플레잉으로서 무언가 빠진 것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다.
◆정통 롤플레잉 매니아들의 아집을 꺾다
'디아블로'가 게임계를 뒤흔들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게이머들 앞에 조용히 고개를 내미는 게임이 있었다.
"'폴아웃' 검도 없다. 마법도 없다. 하지만 이 게임은 최고의 롤플레잉 게임이 될 것이다." 당시 이 카피 문구는 '디아블로' 이후 롤플레잉에 목말라 하던 게이머들을 스폰지에 물 스며들 듯 순식간에 흡수해 버렸다. 과연 검과 마법 없이 어떻게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이 문구는 '디아블로'와 같이 롤플레잉 장르에 또 다른 충격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롤플레잉 매니아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본식 롤플레잉을 정통이라 일컬으며, 이미 시야가 굳어진 상태에서 그 게임은 '디아블로'와 같이 또 다른 이교도일 뿐이었다. 하지만 '폴아웃'이 정식으로 발매되고, 게임의 세부적인 사항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정통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롤플레잉 매니아들은 하나 둘씩 '폴아웃'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과연 '폴아웃'의 어떤 면이 롤플레잉 매니아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놓았던 것일까.
'폴아웃'의 발매 이전까지 롤플레잉이라는 장르에 일본식, 미국식이라는 표현의 경계는 상당히 희미한 것이었다. 모두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으며, 공통적으로 중세 시대의 생활상을 그리고 있었다. 이렇게 거의 똑같은 상황에서 미국식 롤플레잉은 일본식 롤플레잉에 물들어 있는 매니아들에게 천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식 롤플레잉과 일본식 롤플레잉의 확실한 경계선을 마련한 게임이 바로 '폴아웃'이라고 할 수 있다.
◆검도 마법도 없는 새로운 개념의 롤플레잉
폴아웃은 카피 문구와 같이 일련의 판타지라 불리우는 세계에서 필수 요소인 검과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롤플레잉 게임의 고향과 같았던 판타지 세계관 역시 '폴아웃'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폴아웃'은 당시 세기말의 혼란한 세계관을 반영하여 '심판'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물론 '판타지'라는 단어의 포괄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이런 세계관 역시 판타지의 한 부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게이머들에게 굳어진 '판타지'의 의미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중세시대, 마법, 검, 몬스터 이런 것들이 존재하는 세계였다.
'폴아웃'은 핵전쟁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세계는 핵전쟁으로 인해 멸망의 위기를 맞고, 그런 상황에서 일부 사람들은 볼트(Vault)를 구축해 그런 핵전쟁으로부터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그 후 지구는 다시 대기를 형성하게 되고 그들은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세계로 다시 발을 들이게 된다.
또 한번의 진화 '폴아웃 택틱스' ②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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