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작은 벌레 한 마리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미물이다.
그러나 게임 속에 발생한 버그에 대해서는 모든 게이머들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공사 모두가 주목하는 부분 중 하나다.
바로 소프트웨어 혹은 하드웨어의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프로그램 오작동이라는 또 다른 뜻을 내포하기 때문.
프로그램의 기술적 완성도가 낮아 발생하는 버그는 유저의 입장에서 정상적인 플레이를 방해하는 불청객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더욱이 몇몇 과거 사례만을 살펴볼 때 심각한 버그는 하드웨어의 장애로 이어진 경우가 있어 좀처럼 부정적인 인식을 떨쳐버리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버그가 모두에게 나쁘기만 한 것일까?
버그의 취약성을 다른 면에서 접하게 되면 부정적인 인식이 180도 바뀔 수 있다. 즉 공정한 플레이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양면성이 내제된 이유에서다.
일례로 넷마블의 ‘SD건담캡슐파이터’에는 유저 4명이 함께 도전하는 ‘미션모드’가 있고, 이중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EXPERT’ 미션은 최강의 캐릭터 4명이 도전해도 좀처럼 클리어하기 어려운 고난이도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고난이도의 미션을 클리어하는 유일한 방법이 있으니 바로 게임 내에 존재하는 버그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한명의 캐릭터가 모든 적을 유인해 내는 일종의 트릭을 활용하면 난공불락의 미션에서도 100%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
‘SD건담캡슐파이터’의 한 유저는 “지난 2개월간 최고 난이도의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며 “이후 게임 내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지인에게 버그 활용법을 전수받아 시행착오 없이 모든 미션을 클리어 했다”고 본인의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계량화하기 어려운 버그의 피해사례는 MMORPG ‘헬게이트:런던’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헬게이트:런던’에서는 한동안 게임 내 캐릭터가 알몸으로 표시되는 누드 버그가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이 버그는 단순히 캐릭터의 외형을 변형시키는 선에 그쳤고, 유저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게임 아이템 등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유저 연령층에 대한 제약이 없었던 게임의 특성상 ‘선정성’ 문제를 둘러싼 도덕적 비난의 화살만은 피해갈 수 없었다.
그렇다면 유저와는 반대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임사 입장에서 바라본 버그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게임사에게도 역시 버그라는 존재는 ‘양날의 검’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유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버그가 불법적인 해킹에 준할 정도의 위협요소를 품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무명의 게임이 빠르게 유명해질 수 있는 지름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게임사가 버그로 인해 피해를 본 사례는 한동안 시끄럽게 문제가 됐던 ‘리니지’의 아이템 복사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아이템의 현금화가 활성화된 현시점에서 인터넷 사이트의 각종 커뮤니티와 카페 등을 통한 게임핵 개발과 버그 탐색 작업 등이 활발히 작용해 게임 콘텐츠 제공사를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버그가 특정 게임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사례는 최근 인터넷에 올라온 ‘케로로 파이터’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동영상에서는 ‘타마마 이등병’이 버그로 인해 시커멓게 변한 화면에서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전투를 치루는 모습이 나오는데, 티마마라는 익숙한 캐릭터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 신작 게임에 대한 관심을 높였던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버그는 그 취약성과 재미 정도에 따라서 신속히 수정해야 하는 과제이거나 혹은 훌륭한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며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되는 버그의 경우에는 필요에 따라서 이를 수정하는 작업을 배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 내에서 버그가 발생하면 해당 버그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기도 전에 유저들의 비난이 쏟아져 곤란을 겪을 때도 많다”며 “따라서 회사에서 가만히 앉아 유저들의 신고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부 테스트 팀이 스스로 버그를 찾아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찾아낸 버그를 수정하는 작업에는 내부 개발자 중에서도 최고 실력을 갖춘 에이스급 인력이 대거 투입된다”며 “서버를 다운시킨 후 진행할 수밖에 없는 버그 수정 작업의 특성상 서비스 중지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com] [www.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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