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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테마여행>사람이 빚어낸 神 `블랙 앤 화이트`①

 

인간이 신이 되고픈 욕망은 언제부터였을까. 성경에 따르자면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고 수치와 욕망 같은 감정을 알았을 때부터라 보고있다. 실제로는 고대의 토템 의식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그 순간부터 인간은 신권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신이 되고자 하는 욕망'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게임'에도 예외 없이 나타나게 된다.

◆ '神(GOD)' 게임의 기원 파퓰러스

1989년 불프로그에서 `파퓰러스`라는 작품이 발매된다. 파퓰러스는 일종의 토템을 형상화한 것으로 게이머를 신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최초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게이머는 지상의 인간들을 대상으로 자연재해 등을 일으켜 자신을 숭배하게 만들고 힘을 키워가는 플레이를 하게 된다. 그 당시 '심시티'도 함께 발매가 된 상태였다. 물론 '심시티'도 신적인 능력을 발휘해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게임이었지만 게이머를 '신'의 위치에 올려놓는 컨셉은 아니었다.

'파퓰러스'는 '신(GOD)게임'이라는 게임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으며, 또한 '피터 몰리뉴'라는 생소한 개발자를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피터 몰리뉴는 게임에 신적인 존재를 만들어 냈으며, 이는 게임 안에서 또 다른 바벨탑을 쌓아 올리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피터 몰리뉴의 신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파퓰러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게임에서 신과 같은 존재를 만들어내고 싶은 신념이 있었다. 게이머가 굳이 모든 것을 신경 쓰고 관여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세상을 신적인 입장에서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파퓰러스 이후 피터 몰리뉴의 작품들을 보면 이런 그의 생각이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디게이트' '심테마파크' '파워몽거' 등 그의 후속작들 모두 '신(GOD)'이라는 같은 컨셉 아래 제작된 작품들이었다.

◆ 스스로 삶을 사는 객체의 완성 `던젼키퍼`

하지만 이 작품들 외에 피터 몰리뉴의 파퓰러스와 같은 '신'에 대한 게임관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바로 '던젼키퍼'였다. 실제로 피터 몰리뉴는 당시 EA와 계약된 발매일을 2년이나 늦추고, 개발 직원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작업을 하면서까지 '던젼키퍼'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 당시 피터 몰리뉴의 팀이 진행하고 있는 작품은 하나 둘이 아니었기 때문에 '던젼키퍼'의 진행에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거의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 게임의 진행 상황이 자신의 의도와 많이 빗나가게 된 것을 보고, 기본 컨셉을 제외한 거의 모든 디자인을 다시 만들기 시작하게 된다. 그런 노고 끝에 '던젼키퍼'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고, 세상은 다시 한번 피터 몰리뉴의 독특한 게임관에 대하여 찬사를 보낸다.

'던젼키퍼'에서 가장 중요했던 요소는 바로, 게이머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도 스스로 살아 갈 수 있는 객체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었다.

1997년 피터 몰리뉴는 그가 그토록 원하던 '스스로 움직이는 세상의 소속원'을 일부 실현하게 된다. '던젼키퍼'에는 피터 몰리뉴의 '신'에 대한 개념이 다소 축소된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가 이 게임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썼던 부분은 스스로 움직이는 하나의 살아있는 듯한 객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던젼키퍼'에서의 유닛들은 이전까지의 게임들과는 다르게 일련의 '성격'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배고픔을 호소하거나, 피곤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의 잠자리도 가리고 주변에 있는 다른 유닛들과의 상관 관계도 갖으며, 심지어 일하기 싫어 놀기까지 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성격을 지닌 유닛들을 한곳에 모아 놓고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는 삶을 관전할 수 있는 것. 게이머의 직접적인 관여를 배제한 저절로 움직이는 세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피터 몰리뉴가 바라던 것이 아니었던가.

◆ 진정한 '神'의 부재, 던젼키퍼

하지만 피터 몰리뉴는 '던젼키퍼'의 발매 직후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정말 대단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 밝히고 '던젼키퍼'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었다.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하나의 '악'으로 표현되어 작아져 버린 신의 개념과 게임 플레이에 게이머가 너무 잦은 관여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게이머의 직접적인 관여를 적절히 제한시켜야 한다는 것은 피터 몰리뉴의 게임관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동안 피터 몰리뉴가 제작한 게임들을 살펴보면 금방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인터페이스에서 게이머가 사용하는 버튼들을 극히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게이머가 '신'적인 존재에서 버튼을 눌러가며 플레이하는 것을 못마땅히 여겼으며, 또한 '신'이 게임 안에서 직접 설치고 다니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는 형태를 원했기 때문이다.

인터페이스면에서의 피터 몰리뉴의 독특한 발상은 뒤에 얘기할 '블랙 앤 화이트'에 이르러 거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절제된 게이머의 관여와 버튼 인터페이스의 배제는 피터 몰리뉴의 게임관에 필수 조건인 것이다.

사람이 빚어낸 神 '블랙 앤 화이트'②

`블랙 앤 화이트` 4월7일 발매 확정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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