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에 위치한 블리자드 본사. 얼핏 보기에 이곳은 게임 개발사라기 보다 아담한 대학 캠퍼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2만2000㎡의 부지에 2~3층의 건물 3개동과 농구장, 배구장 등의 편의시설들은 학구열로 숨죽인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혀를 두른다. 세계 게임계를 주름잡는 대작들이 이곳에서 줄줄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스타), ‘디아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적인 게임들이 이 회사의 제품들이다.
최근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두 번째 확장팩과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를 앞두고 한창 개발중이다.
모든 개발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다. 직원이라고 해도 내부 정보를 함부로 열람할 수 없다. 방문한 기자 역시 ‘스타크래프트2’가 개발중인 건물은 개방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 게임은 현재 알파 버전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디어가 생명인 게임회사의 특성상 철저한 보안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평소 보안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방문자들도 NDA(비밀유지협약)의 내용이 담긴 종이에 싸인을 한다.
하지만 개발 환경은 지나칠 정도로 너그럽다. 9시 반 출근에 6시 반 퇴근이 원칙이며, 야근을 특별히 강요하지 않는다. 이동할 때 킥보드를 타고 돌아다닐 수도 있다.
이곳에서 3D 아티스트로 일하는 한국계 직원인 제이미 장은 “특별히 일을 강요하지 않고 야근을 하더라도 10시를 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무실은 직원 개개인의 취향을 고려해 다양하게 꾸며진 것이 특징이다. 게임 ‘와우’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지극히 동양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곳도 있다.
사무실을 취향에 맞추어 디자인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자사의 피규어(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인형)를 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사무실 마다 십여개 이상의 블리자드 피규어는 기본이다. 구하기 힘든 한정판 피규어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띈다. 흡사 자사 게임에 대한 높은 자긍심으로 보이기도 했다.
안내를 맡았던 캐시 디숀은 ‘와우’ 개발팀이 일하는 곳을 소개하면서 “창조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블리자드는 근속년수 기준으로 5년, 10년, 15년을 맞이한 직원에게 각각 칼, 방패, 반지를 선물한다. 특히 15년을 맞아 반지를 받은 직원은 총 3명으로 올해 3명이 더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계 직원인 제이미 장도 근속년수 5년을 채워 지난 2월 검을 받았다. 행사는 전직원이 영화 보는 날에 맞추어 극장 내 스크린과 객석 사이에서 진행된다.
블리자드는 본사를 이전하면서 전세계 직원들에게 게임 ‘워크래프트3’에 등장하는 미니 오크 동상을 선물했다. 중앙건물 로비에 전시된 이 동상은 광장에 21피트의 높이로 세워지게 된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사장은 “6개월 후면 광장에 대형 오크 동상이 생긴다”며 “이는 블리자드 자긍심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블리자드는 올해 초 이곳으로 새롭게 둥지를 텄다. 사세확장에 따른 업무 공간 확보와 더불어 쾌적한 근무 환경 속에서 업무의 질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취지다. 이전에는 UCI(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 내 2층짜리 건물 한동을 이용했다.
어바인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달리면 만날 수 있다. 분당 신도시의 5배가 넘는 규모로 알려진 이곳은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로 유명하다. 쾌적한 도시환경과 미국 최고의 안전성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있다.
재미교포인 데니스 리는 “어바인은 미국에서 성공한 신도시로 유명하다”며 “기아자동차 미주 본사와 현대자동차 미주 디자인센터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리자드는 91년 실리콘 앤 시냅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초기 PC를 비롯해 ‘메가드라이브’, ‘슈퍼패미콤’ 등의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 소프트를 제작하는 외주 개발 업체로 시작했다. ‘로큰롤 레이싱’, ‘로스트 바이킹스’ 등은 초창기 대표작이다.
94년 실리콘 앤 시냅스에서 블리자드로 재탄생하면서 지금까지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 게임을 선보일 때 마다 메가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워크래프트’는 블리자드에 있어 의미 있는 작품이다. 블리자드 팬층이 생겨난 것과 함께 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 일대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려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3’ 개발 당시 “이를 가상 세계로 구현해 보면 어떨까?”라는 발상이 탄생 비화로 알려졌다.
[어바인(미국)=최승진 기자 shai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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