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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실업자 1백만명 시대와 150억원 게임행사?/김정태 팀장"

 

지난 13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회 월드사이버게임즈 조직위원회의 출범식에서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 관계자는 "올해 12월에 있을 월드사이버게임즈를 한국에서 시작하는 세계최고의 게임대회로 만드는 것이 기본방향"이라고 밝혔다. 문광부 장관이 공동 조직위원장으로 선임되었으며 행사비용도 약 150억원 규모(조직위원회 발표 예산)에 이른다.

특정 기업이 주도하는 행사에 국가의 공공기관이 얼굴마담식으로 등장한 것도 왠지 떨떠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날 재정경제부는 "지난 2월 중 실업자 수는 105만명, 실업률은 5%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집계됐으며, 실업사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라고 공식발표했다.

실업자 100만명 시대와 150억원 게임행사. 무슨 관계가 있을까? 얼핏보기엔 아무런 관계가 없을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너무 사치스런 행사아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물론 주최측에선 컴퓨터게임에 대한 무한한 비전성과 투자의 필요성, 그리고 행사의 성공이 가져다 주는 수많은 명성과 수익기대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반드시 짚어야겠다. 그것은 과연 "이런 행사에 150억원을 쏟아부어야 하나?"란 부담스러움과 "도대체 어떤 내용으로 가져갈 것인가"란 우려심, 게다가 "기대하는 만큼의 긍정적인 수익이 창출될까"란 걱정스러움이 바로 그것이다.

올 행사의 전초전 형식으로 작년 10월에 에버랜드에서 열린 '월드사이버게임챌린지'의 경우 60억원이라는 투자금액은 조직위가 밝힌대로 '삼성이 시드니 올림픽에 후원한 액수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되는 액수'였지만 과연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거두었는지 묻고 싶다.

전초전이었지만 주최측의 준비 소홀로 대회 도중 시합용 컴퓨터가 멈추거나 컴퓨터 바이러스가 퍼져 경기가 중단되는 등 진행에 잦은 차질을 빚었으며, 대회 홈페이지(www.worldcybergames.org) 마저 해킹을 당해 공지사항 코너 운영이 중단되는 등 오히려 망신도 많았음을 알아야 한다.

150억원이면 작년 행사의 두배가 넘는 금액이다. 대규모 행사장 임대-시설 구축-선수초대-고액의 상금을 상정해도 부담스런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상당액은 홍보비용으로 들어갈 게다.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평균 개발비가 3.82억원(게임종합지원센터 발표).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약 40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금액이다. 아직까지 변변히 내세울만한 게임을 개발해 낼수도 없는 상황에서 전세계 게이머들을 위한 대규모 게임대회를 열면 국내 게임 산업의 위상이 높아질까?

세계 최대 게임 강국인 일본에서 조차도 각종 게임 대회나 전시회의 경우 자국의 게임 종사자나 게이머들을 위한 만남의 장으로부터 게임 관련 행사가 발전해 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번돈 유망한 사업에 투자한다는 논리에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지는 않지만 게임산업의 기반인 개발과 유통시장이 엉성한 이 시점에서, 또 실업자 1백만명 시대에 터져나오는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란 주장엔 귀기울어야 한다.

그나저나 과연 우린 이런 대규모 행사를 치룰만큼 게임산업이 탄탄한 인프라를 가지고 앞서가고 있는 것인가? 최근 몇 년간 스타크래프트가 200만장 판매(한빛소프트 발표)되는 독주를 보이는 가운데 국산 패키지 게임은 출시 편수면에서 보면 5년전에 비해 절반이하 수준이다. 기껏해야 1개월에 2편도 출시 못하는 정도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세계적인 게임대회를 열어봤자 게임종목은 대부분 외산이고 국산은 인기가 없을게 뻔하다. 몇몇 특정 외산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많다고 우리나라가 게임의 종주국이 될수는 없지 않은가?

바로 이점이다. 게임 종목 선정이 큰 문제다. 조직위 측에서 검토 중인 몇몇 국산 게임이 과연 세계 여러 국가들의 게이머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자칫하면 작년처럼 4종목 중 3종목에서 한국의 게이머가 우승하는 어이없는 결과가 되풀이 될 수 있다. 물론 한국 게이머들의 실력이 워낙 출중할 수는 있겠으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제대로 된 룰의 숙지 부족에 진행 도우미들의 의사소통 미비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세계 25개국의 국가에서 출전하는 자격있는 게이머들의 선발도 중요한 점이다. 가능하다면 국내 게이머들과의 간담회로 그칠 것이 아니라 해외 게이머들의 의견들을 반영하고 국내외 게임전문가들의 의견도 최대한 수렴할 것을 제안한다.

끝으로 흔히 말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하고 싶다. 조직위원장은 수익성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는 "고민중"이라는 짤막한 답을 전할뿐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행사의 명목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인의 화합과 평화를 기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행사를 개최를 하려고 노력하는 국가들의 목적은 이제는 '수익'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방송 중계권이나 관광객들의 부가적인 지출과 기타 파생되는 각종 상품으로 생기는 수익 등이 유치목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회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무형적인 가치 즉 게임 종주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려는 대제가 있다면 그 이면에 우리에게 과연 어떤 수혜가 올 것인가? 게임대회를 통해서 한국의 게임산업의 위치가 올라가는가? 한국 상품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 판매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돌이켜보면, 정부의 여러 정책에서 보아왔듯이 우리나라는 실제로 명목만 중시할 뿐 경제적인 가치나 실제적인 수익 등에는 등한시 해온 사례가 많다. 비근한 예로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도 보듯이 인터넷 사용 인구와 사용 시간 등 외형적인 면에서는 어느 국가에 못지 않은 수준이지만 그러한 수치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이익구조로 발전하지 못 한 것만 봐도 속빈강정 같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어차피 시작된 게임 프로젝트다. 우리는 이번 행사가 대성공을 거두길 기대하며 열거한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과정을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김정태 비즈니스 팀장 gam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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