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을 가리켜 ‘공장’이라고 표현했다. 별다른 노력없이 성공한 게임들의 컨셉을 따라하기에만 급급하니 공장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FPS(1인칭슈팅)게임이 새롭게 조명받자 너도나도 온라인 FPS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개발중인 게임만 20여개 있다. 유명 업체들을 살펴봐도 온라인 FPS게임을 차기 라인업으로 보유하지 않은 곳이 별로 없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게 바뀌어가고 있다. 하나의 작품이 성공하면 비슷한 성향의 나머지 게임들은 레드오션으로 전락해 위기를 맞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시장의 기초체력을 향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이 같은 조언이 몇년간 강조됐지만 업계 차원에서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기론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이 될지 아니면 선구자가 되어 새로운 길을 열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준모 한국게임산업협회장(넥슨 대표)은 “유행중인 장르에만 개발이 몰리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며 “새로운 장르의 숨겨진 시장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준모 회장은 이어 “창의적인 게임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때 유저들의 호응을 얻어 게임 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고 더나아가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찬석 서울증권 연구원은 “성공작이 나오면 비슷한 시기에 아류작들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와 시장의 혼란을 야기한다”며 “기술력 기반에서 기획력 기반으로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뀌어가는 만큼 이러한 방향에 사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완성도를 더욱 높여서 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눈높이가 계속 높아져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볼만하다고 조언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국내 온라인게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전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은 외산 온라인게임. 즉, 완성도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면 이러한 성과가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알렉 브렉 블리자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수석 프로듀서는 최근 방한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시장에 남긴 의미를 3가지로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오리지널 버전의 첫 공개 시점을 기준으로 즐길 거리가 방대했고 완성도가 높았으며 ‘피로도 시스템’과 같은 독특한 컨셉을 활용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의 개발능력은 최고 수준이지만 기획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며 “자본의 논리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기획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다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능가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M&A)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국내 PC방의 수는 변동 없는데 반해 국내 게임업체의 수는 크게 증가해 과당경쟁이 빚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PC방의 수는 2000년부터 2만여개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게임 업체는 1999년 700여개에서 2006년 3600여개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규 게임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어 향후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시장은 한정된데 반해 공급은 늘고 있어 업체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한다”고 말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볼 때 게임의 탄생부터 글로벌 서버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 역시 눈에 띈다. 게임은 글로벌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면 유저풀을 가질 수 있고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서버는 영어를 언어로 사용한 서버를 가리키는 말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서버에서 유저들은 쉽게 이탈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일정한 수익이 발생한다”며 “해외 진출시 고려사항으로 글로벌 서버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은 성장기를 넘어 과도기에 직면했다. 시장 초기에는 많은 이들이 장미빛 미래를 전망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성장이냐, 좌절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전문가들은 “기초를 다지고 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면서도 뽑지 않았던 카드에 업계가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때 보다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승진 기자 shaii@chosun.com] [www.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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