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의 경우 최대의 문제는 가격이다. 전면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경우 현행법상의 제반 관세와 운임 등 기타 비용 때문에 필연적으로 일본이나 미국에서의 가격보다 15~20% 정도 비쌀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가가 높게 책정된 가격설정으로는 국내에서 널리 보급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적자를 감수하고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이미 게임기 1대를 생산할 때마다 상당한 손실(플레이스테이션2(PS2)의 경우 100달러, X-Box의 경우 125달러 내외로 추정)을 감수해야 하는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부담을 안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국내의 수입/유통업자가 1대당 10만원이 넘는 제반비용을 감수하기는 더욱더 어려울 것이다.
과거에 국내 대기업 S사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도입 협상이 결렬된 것도 적자를 감수하고 한국에서의 가격을 미국 및 일본 수준으로 맞추어 달라는 소니의 요청을 S사가 거절했던 탓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현실적인 가격(35만원 내외 추정)으로 PS2 등의 차세대 게임기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파트너를 물색해 본체를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핵심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업체와 제휴가 원만할지는 미지수다.
소프트웨어의 경우도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일본에서 게임기용 소프트웨어의 가격은 대개 5800~7800엔(6~8만3천원) 내외로 한국의 실정으로 미루어 볼 때 매우 비싸다. 이런 가격으로 국내에서 출시할 경우 실패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삼성이나 현대의 게임기사업이 실패로 돌아간 것도 소프트웨어 가격책정에 실패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한국에서 비디오게임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한국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 즉 한국에서의 PC게임의 가격에 준하는 3만원에서 4만4천원 정도의 가격으로 발매되지 않으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대해 민감한 미국의 경우 일본보다 20~30% 정도 싼 가격으로 게임기용 소프트웨어가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게임기용 소프트웨어가 PC게임과 비슷한 가격으로 발매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게임기회사가 자사의 게임기용 소프트웨어의 생산을 독점하는 게임기업계의 시스템 탓에 한국용 소프트웨어 역시 외국에서 생산되어야 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하드웨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관세 및 운임으로 인한 추가 경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역수출 현상을 막기 위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장치와 한글화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역수출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하고 과거의 PC게임이나 ROM팩 시장의 경우처럼 간단한 한글매뉴얼만 곁들여 발매하는 방법도 있으나, 소비자들의 기대수준이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고 불법복제가 창궐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그러한 수법은 통용될 수 없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할 때, 일본대중문화가 전면개방 되더라도 게임기분야에서 빠른 시일 내에 괄목할만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는 세계적인 게임시장의 흐름이 게임기 쪽으로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건전한 내수시장의 뒷받침 없이 한국에서 게임기용 소프트웨어업체가 성장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게임업계가 세계게임시장에서 낙오자로 전락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가 없다. 현상을 타개하고 한국의 게임업계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위에서 지적한 것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히 필요하다고 하겠다.
[김동현 TF팀 팀장 sattva@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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