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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과학이다

 

작년 10월 경에 탱크를 소재로한 3D 온라인 게임을 개발중인 업체를 방문, 이 게임의 베타버전을 체험해 본적이 있었다. 화려한 3D 그래픽에 다양한 효과로 나름대로 흥미로운 게임이였다. 하지만 이 게임을 하면서도 웬지 모를 가벼운 느낌을 받았다.

얼마전 발매를 시작한 1인칭 로봇 대전 게임 `액시스`를 해봤을때도 이러한 느낌을 받았다. 왜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개발사도 전혀 다르고 장르도 틀리는데 말이다. 한동안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이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 게임들의 3D 그래픽은 다른 해외 게임들에 비해 손색이 없었지만 아주 중요한 한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다. 바로 역학적인 계산, 다시 말하자면 물리학적 요소들이 배제된 것이다.

가령 로켓포를 쏘거나 맞았을때 뉴턴 역학의 제3법칙인 작용-반작용이 적용되지 않았다. 탱크가 포를 쏘면 그에 대한 반동으로 포신이 뒤로 제껴 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반대로 그에 따른 충격을 받았을때 물체가 진동하는 것도 같다.

앞에서 말했던 게임들이 가볍게 느껴진 건 이러한 효과가 전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치 종잇장들이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뛰어난 작품성으로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은 게임들은 알게 모르게 이러한 물리학적 계산같은 과학적 사고가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1인칭 슈팅 게임의 대명사인 `퀘이크` 시리즈는 정밀한 벡터 계산으로 현실감 넘치는 3D 그래픽을 표현했다. 최초의 3D 격투게임 `버추어 파이터`의 역학적 모델링은 격투 게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EA의 각종 스포츠 게임은 관성, 각운동량, 원심력 등 현실세계의 물리학적 요소를 그대로 반영 시켰다. 이들 스포츠 게임들이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이같은 제작 노력도 한몫 했다.

종족의 밸런스가 가장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 `스타크래프트`는 과학적 사고가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블리자드가 이런 것을 염두해 제작했는지의 사실여부를 떠나 `스타크래프트`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 적용됐다는 추론이 들 정도이다.

방어력과 공격력 등의 총에너지와 자원 생산의 총 에너지가 각 종족마다 동등하게 보존된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한 종족이 공격력이 강하다면 그 반대 급부로 방어력이 약하다.

물론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는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간단하게 종족의 밸런스를 맞춘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블리자드도 수많은 패치를 공개했었다. 하지만 주먹구구식의 대응보다는 과학적 사고가 밑거름이 된다면 훨씬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사실 국내 게임 개발사들은 이러한 과학적 사고를 신경쓰는 업체는 별로 없다. 오직 시나리오, 그래픽, 인터페이스 등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 업체들이 해외 업체에 비해 기술력이 모자라고 이런 것까지 신경 쓰기에는 자금이 부족해 여력이 없다고 개발자들은 말하고 있다.

올초부터 국내에는 많은 게임학원 및 학과가 생겼다. 다른 게임 선진국에도 거의 없는 게임 대학원 과정도 설립됐다. 이들 게임학교가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교과는 그래픽과 시나리오 등이다. 기초 과목으로 물리학, 수학 등을 개설한 학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게임 교육 현황을 살펴보면 입학 자격조건에 기본적으로 수학과 물리학에 소양이 있는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교육기관이 수학과 물리학을 기본 교과 과목으로 설정하고 있다.

모 가구 업체의 유명한 CF멘트처럼 게임업계에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게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김용석 기자 anselm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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