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에서도 과유불급과 호사다마란 말에 어울리는 최고로 불리우면서도 최악의 게임으로 평가되는 게임들이 있다.
해외 게임 중에서는 락스타게임즈의 ‘그랜드 세프트 오토(이하 GTA)’ 시리즈와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를, 국내 게임으로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손에 꼽을 수 있다.
▶해외에선 사건만 나면 ‘GTA’
‘GTA’는 락스타게임즈가 지난 1997년 2D PC용으로 처음 내놓은 게임이다. 이후 PC 및 비디오 게임기, 휴대용 게임기 용으로 총 8편을 선보였다. 락스타는 2007년 10월경 ‘GTA4’를 Xbox360, PS3용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게이머가 갱의 일원이 되어 갱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국내에서는 수입금지 조치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게임이다.
‘GTA’는 마약을 운반하는 등 단지 갱의 삶을 사는 스토리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길거리를 지나는 행인을 때려 돈을 훔치거나 차를 훔쳐 도시를 질주하는 등 굉장히 높은 자유도를 보장한다. 이에 더해 경찰을 피해 도망치는 스릴감까지 게이머에게 전달, 단번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중 3D로 변형된 그래픽을 선보이며 게이머들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 ‘GTA3’는 전 세계적으로 7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게이머들의 인기를 증명한 바 있다.
또 액션 어드벤처와 레이싱 등 여러 복합 장르를 하나로 버무려놓은 게임성 때문에 유수의 해외 게임 시상식을 휩쓸면서 완성도 측면에서도 인정받았다.
때문에 ‘GTA’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유명 게임들도 종종 있다. 일본의 세가가 개발한 ‘크레이지 택시’와 아타리의 ‘드라이버’ 등이 ‘GTA’의 시스템을 답습한 대표적인 게임이다.
이처럼 게임 완성도와 흥행성에서 분명 성공을 거뒀지만 게임 내 선정성과 폭력성으로 인해 미국 및 뉴질랜드 등 해외에서 판매금지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시달리기도 했다. 또 강도와 살인에 관련한 사건 중 용의자가 ‘GTA’ 플레이어였다는 소식도 간간히 들리곤 했다.
국내 한 게임 개발자는 “GTA는 시스템 및 게임 시나리오 측면에서는 분명 한 획을 그은 게임이라 할 수 있으며 유저가 경험하는 대리만족 부분에서는 최고의 게임성을 제공하는 게임임에 분명하다”면서도 “게임 내 포함된 폭력성 및 선정성의 무방비 노출이라는 부분은 개발사와 게이머가 함께 풀어야 할 공통 과제”라고 말했다.
개발사인 스퀘어에닉스의 대표작이자 일본 RPG의 대명사인 ‘파이날 판타지’. 끝없는 환상과 재미를 제공하며 1987년부터 지금까지 총 12편을 선보인 바 있는 ‘파이날 판타지’는 오는 22일 열리는 동경게임쇼를 통해 13탄의 탄생을 알릴 예정이다.
이 시리즈들은 게임기가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영상과 음악을 제공하며 개별적 연관성은 없지만 한 제목아래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선보이며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이 중 11편은 온라인으로 제작, 일본 내 온라인게임 순위 부동의 1위를 꿰차고 있다.
이처럼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파이날 판타지’에게도 약점이 있다. 바로 12편이나 이어져 오면서도 별개의 소재로 진행되는 게임들이 한 제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12편부터는 책임 프로듀서가 사카구치 히로노부에서 마츠노 야스미로 바뀌면서 개연성은 더욱 희미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파이날 판타지’란 동일한 타이틀을 달고 있다.
이와 함께 ‘파이날 판타지’란 제목만 붙여도 최소 1만장은 너끈하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명성을 쌓아 갈수록 스퀘어에닉스에서 제작된 여타의 게임들은 게이머들로부터 평가절하됐다.
이런 현상을 눈치챘는지 스퀘어에닉스도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타 게임을 제작하거나 개발 초기부터 후속작을 염두에 두는 등. 또, 최고의 사랑을 받았던 ‘파이날 판타지7’의 후속작과 영상물을 제작하는 등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치 솔로로 인기 있었던 멤버가 그룹에 영입돼도 그룹이 함께 유명해지지는 않는 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제작사가 부러워할만한 스퀘어에닉스의 행복한 고민이 어디까지 갈지 두고 볼만하다.
최근 8돌을 맞은 ‘리니지’는 국내 온라인게임의 가능성을 세계에 알리며 우리나라가 온라인 게임 강국이란 칭호를 얻게 하는데 이바지한 엔씨소프트의 대표작이다.
‘리니지’는 IMF 이후 급속히 성장한 국내 게임 산업의 성공 케이스로 자리잡으며 국내 IT산업 분야의 발전에 게임산업이 한자리 할 수 있는 초석이 됐다.
또 과거 온라인게임이 단지 게임 세계 여행을 통한 대리 만족만을 제시했다면 ‘리니지’는 레벨 상승, 아이템 획득에 따른 능력치 변화 등 게이머의 궁극적인 목표인 신분상승 욕구 부분에서도 확실한 대리 만족을 제공하면서 다수의 게이머가 함께 만들어가는 게임에 대한 기초틀을 확립했다.
이후 온라인게임들은 모두 ‘리니지’를 벤치마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미국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개발할 당시 ‘리니지’를 분석했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하지만 ‘리니지’가 온라인게임 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만을 끼친 것은 아니다. ‘리니지’하면 온라인게임 중독, 아이템 매매를 통한 생계형 게이머 등장, 게이머의 개인정보 유출 등 사회전반에 끼친 악영향이 먼저 떠오른다.
최근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바다이야기’ 다음은 ‘리니지’라는 말이 떠도는 것도 이 게임이 가진 사회적, 문화적 위치 때문일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온라인게임 중독 및 개인정보 유출의 경우 게임내 시스템의 도입과 강화를 통해 자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아이템 매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도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정답이라고 해석하기엔 무리이며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리니지’ 탄생 후 8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런 문제들이 계속되고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 게임을 접하는 것은 책을 30분 동안 읽은 것과 같은 학습효과를 줄 정도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현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부분들은 단지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게임사들의 움직임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교수는 “’리니지’ 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사들이 단지 돈벌이를 위한 목적이 아닌 온라인 게임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때”라며 “회사의 책임있는 행동과 긍정적인 움직임을 통해 사용자의 가이드 라인이 마련된다면 온라인 게임의 악영향은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배 기자 jovi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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