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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을 이기고, 태풍과 맞서 걷는다”"

 

"문화원정대 경로, 서해쪽 초록색선따라 움직이는 중"
제3호 태풍 ‘에위니아’가 휩쓸고 지나간 후 바로 장마전선에 들어간 대한민국 서해안을 걸어가는 약 150여명의 무리가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 문화원정대에 참가한 대학생들과 세계 최초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영석 대장과 관계자들이었다.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개발사 엔씨소프트가 주최하고 박영석 대장이 원정대장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 문화원정대는 올해로 벌써 3회째를 맞는 행사다. 엔씨소프트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박영석 대장의 끝없는 도전을 지원하고자 지난 2002년부터 극점 원정을 후원했으며 이것이 인연이 되어 대학생들의 젊음과 도전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행사다.




행군을 마친 후
지난 2004년 처음으로 동해안과 휴전선을 시작으로 2005년 남해안과 도보행군에 이어 올해는 서해안 680km 종단을 목표로 지난 6월25일부터 시작됐다.

여기에는 남자 64명, 여자 64명의 대학생들이 참석했다. 제일 나이가 많은 참석자는 35살의 대학원생과 직장을 다니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 가장 나이가 어린 학생은 박영석 대장의 아들인 박성우 군으로 17살이다. 아직 대학생이 아니라 일주일만 참석하고 돌아가려고 했으나 스스로 완주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6월25일부터 오는 21일까지 26박 27일 동안 하루도빠짐없이 매일 25km 가량을 걷고 또 걸어야만 한다. 자신들의 짐도 등에 맨 채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지만 이미 대학생들 사이에 대한민국 문화원정대는 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행군 중 만난 하수정 (22, 3조)양은 “문화원정대 때문에 엔씨소프트라는 회사를 알게 됐다”며 “다른 업체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문화원정대가 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했다.

7월12일 문화원정대는 서안을 지나고 있었다.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서도 파이팅을 외치며 씩씩하게 걸어 25km의 행군을 마쳤다.

행군을 마친 몇 명의 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힘든 행군을 마친 후였지만 이들의 모습에서는 힘든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엄격한 행동 규제로 인해 너무 군대식이 아니냐고 불만이 있긴 하지만 시내를 걸을 때 자신들보다 2~3배는 족히 더 달리고 뛰어야 하는 조교들의 모습을 볼 때는 죄송스런 마음이 먼저 앞선다고.
인터뷰에 응해준 학생들
이들은 둘째 날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첫째 날은 적응하는 날이라며 19km만 걸었는데 대신 둘째 날 29km를 걸어야 했다는 것. 그런데 날씨가 완전 폭염이었단다. 뜨거운 태양 아래 걸을 때면 차라리 비라도 내렸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고 했다. 폭염에서 오랜 시간 걷게 되면 구토증세와 빈혈로 인해 쓰러지는 학생들이 많단다.

텐트 생활과 제대로 씻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지독한 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이 생활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이 많다고 했다.

하수정 양은 “해외 여행은 많이 했지만 딱히 우리나라 여행은 거의 안 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를 직접 발로 밟으며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는데 우리나라의 좋은 풍경들도 많이 보고 걸으면서 느끼는 것도 많아서 무척 재미있다”며 지금까지의 소감을 밝혔다.

오형민(27, 5조) 군은 “자신과의 도전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석하게 됐다. 걸으면 걸을수록 역시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화원정대 수송차량
어느새 20일이 지난 현재, 이들은 지금껏 겪은 에피소드도 엄청났다. 쓰레기 봉지에 있던 아이스크림 막대를 보며 아이스크림이 생각났던 적, 전국 대학생들이 모인 관계로 각 지방의 사투리로 인해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태풍 때문에 너무 무서워서 행군이 중단될 줄 알았는데 끝까지 완주했던 기억, 휴대폰 금지로 인해 각 지방마다 머문 학교 내 콜렉트콜 전화가 있을 때만 부모님께 연락할 수 있었던 것, 시내를 걸을 때마다 손을 흔들어주던 시민들까지. 이미 그들의 머리 속에는 보람된 기억들로 가득 찼다.

정순원(24, 1조) 군은 “오늘처럼 비가 많이 와서 걷기 힘든 적도 있고 폭염으로 인해 쓰러지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무척 재미있다. 특히 여러 지방의 다양한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원정대 마치면 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하나같이 찜질방 가서 묵은 냄새를 뺀 후 먹고 싶은 것들 마구 먹어야겠다며 입을 모았다.

이들이 오는 21일 서울 시청 앞 광장까지 무사히 도착해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해보며 문화원정대에 대한 좋은 추억들을 되짚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백현숙 기자 coreawo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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