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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전략, 경영전략과 通하더라 "

 

게임전략, 경영전략과 通하더라
기업들 게임의 재발견
도시설계·車경주·역사·백두대간 게임…
기업 가상현실 활용 창조적 전략 가르쳐



▲ 지난 3일 오후 9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영스퀘어 광장에서‘KB 챔피언십 직장인 카트라이더 대회’결승전이 열리고 있다. /이진한기자 magnum91@chosun.com

“화면 안에 도시가 있다. 주택가와 도심, 항만과 도로가 한눈에 펼쳐진다. 한 달 동안 공들여 만든 도시, 내가 이 도시의 시장이다. 한 바퀴 시찰한 뒤 남동부 주거타운에 있는 지상전철 공사 현장에 도착했다.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들어온 지 일주일이 넘었다. ‘도로 허용량이 200%에 달하고 30%의 확률로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경고창이 또 떴다. 배기 가스로 대기 오염이 발생해 ‘환경’ 게이지는 이미 최저 수준. 이럴 때는 모노레일이 대안이다….”

이수호(26)씨는 컴퓨터를 껐다. 벌써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침대에 몸을 눕히자 현실의 경전철 공사 구간 청사진이 그의 눈앞에 떠오른다. 이씨는 D건설업체 직원. 2009년 개통예정인 용인 경전철 공사 현장에서 공사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밤마다 ‘심시티4’라는 게임에 접속한다. 한 도시의 시장이 되어 도시를 직접 설계하고 운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종종 실제 공사현장에서 겪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돼요. 공항이나 항구가 어디에 필요한지, 주택이나 공장 단지를 어디에 세워야 폭동이 안 일어날지 고민해야 하거든요.”


현실의 그가 하는 고민도 비슷하다. 공사 차량이 현장으로 안전하게 진입, 이동할 수 있도록 임시 공사도로를 만들고, 환경 시설물을 배치하는 일이 그의 손을 거친다. 이씨는 “게임을 통해 반복적으로 현장의 문제에 부딪히면서 실제 상황에 더 빨리 대응하게 된다”고 했다.



▲ 도시 설계 게임 '심시티'

온라인 게임이 ‘득 될 게 없는 심심풀이용’이라는 주장은 이제 옛말. 똑똑한 회사원들은 게임을 통해서 일도 배운다. 지난해 발간된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중 게임을 경험한 사람은 약 90%. 30대도 73%나 된다. 시장규모 4조3000억원의 거대 산업으로 성장한 게임이 어느새 어른들의 일상까지 파고든 것. 이씨처럼 어릴 때부터 게임을 하며 자라난 게임세대들은 게임을 하면서 두뇌싸움을 하고 전략적·창조적인 사고를 기르며 경영 전략까지 익힌다.


회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임세대를 채용하고 교육하는 데 게임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 LG CNS는 지난해 사내 IT실무교육에 ‘포뮬러1’이라는 자동차 경주게임을 접목시켰다.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자동차가 경주 중 고장을 일으킨 상황에 적용해 보는 교육이다. 우리은행은 단말기 거래시스템을 바꾸면서 직원들에게 새 시스템을 교육하는 데 ‘백두대간’ 게임을 응용했다. 박영권 차장은 “보통 사원들이 교육을 지루해 하는데 게임을 응용하니까 반응도 빨라지고 젊은 직원들이 활발히 참여해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했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아예 ‘e스트래트 챌린지(e-Strat Challenge)’라는 경영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활용해 인재를 뽑는다. 인터넷의 가상 화장품 기업 ‘프리마(PRIMA)’를 운영해 기업가치를 가장 많이 끌어올린 팀이 우승하는 방식의 게임. 지난 2000년부터 유럽·북미·아시아 등 각지에서 98명의 인재를 채용했다.



▲ 스타크래프트

게임은 대학에도 통했다.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 경영학과 강의 교재로 쓰이는가 하면, 역사 게임으로 치열한 역사 인식을 갖게 한다. ‘경영전략론’ 수업 교재로 ‘군주’라는 게임을 활용하고 있는 중앙대 위정현 교수(콘텐츠경영연구소장)는 “대학생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경제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경영 커뮤니티 요소들을 통해 현실의 정치와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이인화 교수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게임 안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게임으로 배울 수 있는 건 상상 이상”이라며 “소설 쓰고 대학교수만 하는 나도 게임을 하면서 조직생활과 리더십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허윤희기자 ostinato@chosun.com
선정민기자 sunny@chosun.com
최수현기자 pa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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