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진 않겠지만 게임에선 가능하다. 세계적인 게임업체 EA는 축구 게임인 ‘2006 피파 월드컵’을 월드컵에 맞춰 4년마다 한번씩 내놓는다. ‘2006 피파 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북한팀이 등장하는 축구 게임이다.
실제 각국 대표 선수들의 데이터를 입력해 놓았기 때문에 현실과 다름없는 말 그대로 가상현실에서 북한 대표팀을 월드컵 G조에 내보낼 수 있다.
게임조선은 EA코리아의 협조를 얻어 북한과 토고, 프랑스, 스위스가 100번 승부를 겨루도록 했다. 시뮬레이션 한 결과 북한은 토고와는 26승31무46패, 프랑스와는 13승39무48패, 스위스와는 27승35무38패를 기록했다.
프랑스에는 고전했으며, 토고 및 스위스와의 경기에선 비교적 선전했다. 평균 볼 점유율은 토고전 48.8%, 프랑스전 49.8%, 스위스전 44.9%로 비슷했지만 골 결정력이 부족하고 수비가 불안했다는 평가다.
일단 토고전에서는 토고 전력의 반이라고 할 수 있는 아데바요르를 막지 못한 점이 패인이었다. 수비조직력 부분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 토고의 수비라인을 북한 공격수들이 충분히 흔들어 놓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프랑스전은 98년 월드컵 챔피언의 면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앙리와 트레제게의 투톱이 북한의 골문을 위협했으며, 북한 공격수들은 프랑스의 높은 수비벽에 가로막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안영학을 중심으로 한 미드필드들은 부지런하게 움직였지만 지단, 비에이라, 도라수, 말루다에게 힘없이 무너졌다.
스위스전에서는 북한 축구팀의 체력부담이 패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후반에 득점을 허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위스 수비진들은 공중볼에 강한 면을 보였지만 작고 빠른 북한 선수들의 측면 돌파를 허용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미드필드 장악에서 밀려 아쉬움이 남지만 앞선 전력의 스위스를 맞아 선전한 경기였다.
시뮬레이션 결과 북한팀에서 골을 가장 많이 넣은 선수는 81골을 기록한 김용수 선수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홍영조 선수가 71골을 기록했으며, 안영학 선수가 28골을 기록해 뒤를 이었다.
한편, 북한의 축구 게임 출현에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같은 동포지만 폐쇄국가로 각인된 탓에 게임에서 악동의 모습으로만 그려진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그동안 ‘고스트 리콘2’, ‘스플린터셀3’ 등의 FPS(1인칭 슈팅)게임에서 악동의 역할로 등장했다.
갈민경 EA코리아 팀장은 “축구 게임 사상 최초로 북한 국가 대표팀이 삽입된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는 2002년 월드컵 이후 아시아 각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갈민경 팀장은 또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게임을 통해서는 아무런 장벽없이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과 북한 국가 대표팀이 승부를 겨룰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이 게임의 데모는 웹사이트에서 내려받기가 가능하다.
[최승진 기자 shai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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