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해 고객 유치를 위한 동종 경쟁 업소간의 요금 경쟁 뿐만 아니라 온라인게임을 제작·배급하는 회사들의 월(月) 요금제 압박이 그 요인. 한 PC방 업주는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라고 최근의 속사정을 피력했다.
그간 서울을 중심으로 지하철이 깔린 수도권 지역을 비롯한 지방 대도시 지역은 시간당 요금 1천원대를 고수해왔다. 일부 업소에서 1천원 미만으로 요금을 내리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했으나 인근 업주들의 자정 노력으로 이러한 불문율은 그 형체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경기 불황이 심화되면서 지난 10월 이후부터 금기를 깨고 1천원 미만의 시간당 요금을 책정하는 PC방이 늘기 시작한 것. 일부 심각한 지역은 시간당 5백원에 손님을 유치하는 강수까지 두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PC방을 운영중인 J씨는 "시간당 요금을 1천원 미만으로 책정하는 신규 PC방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그간 동종 업소간에 합의를 거쳐 힘겹게 1천원대 요금을 유지해왔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눈 앞이 깜깜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신규 PC방들은 기존의 동종 업소들보다 낮은 시간당 이용료를 앞세우고 깔끔한 인테리어와 더불어 고사양의 PC로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PC방 점주들은 다른 것은 그렇다쳐도 시간당 요금제만큼은 1천원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요금을 낮춰 경쟁 업소로 향할 손님들의 발길을 묶는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PC방을 운영에 무리가 갈 것이고 결국에는 자멸할 것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중소 규모의 온라인게임社를 운영중인 관계자는 "가격 경쟁으로 인해 한 곳에 몰려있던 PC방 10여곳 중 6군데가 비슷한 시기에 폐점되는 것도 봤다"며 "새로운 창업자에 의해 PC방은 계속 생겨나겠지만 1천원 이하의 시간당 요금을 책정하는 분위기가 만연됨에 우리 역시 적잖이 긴장하고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동종 업소간의 가격 경쟁 외에도 온라인게임을 개발·배급하는 게임社 역시 PC방 점주들의 경제적인 사정을 압박하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PC방 등지에서 어느정도 인기를 얻었다 싶으면 유료화 정책을 발동 시키는 것이 최근 보편화 된 추세 중 하나. 문제는 PC방 점주들이 수용하기 힘든 수준의 요금제를 들고 나오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작년부터 올해까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유한회사(지사장 한정원)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넥슨(대표 김정주)의 ‘카트 라이더’ 등 온라인게임의 PC방 진출과 관련, 요금제로 인한 게임社와 PC방간 마찰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 바 있다. 최근에는 네오위즈(대표 나성균)의 ‘스페셜 포스’가 PC방 유료화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점주들은 PC방을 기반으로 성장한 게임들이 유료화 정책에 있어서 점주들이 부담스럽게 느낄만한 규모의 요금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함께 요금제에 대해 논의를 거친 후 결정함이 옳다는게 이들의 주장. 이에 대해, 게임社는 그동안 투입된 개발 및 서비스 비용을 되찾고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받을 것은 받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 PC방을 운영중인 점주는 "불경기가 장기화 되고 게임社의 횡포가 계속되는 현 시점에서 동종 업계인들이 힘을 모아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한다"며 "PC방을 대변하는 인물이나 연합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난국을 타개할 비책을 내놨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영수 기자 blai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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