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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영화보다 재미있는 게임 만들기

 

영화 홈페이지를 많이 만들어 본 신생 업체로서 게임을 제작하다 보니 종종 영화제작과 게임제작을 많이 비유하곤 한다. 시나리오, 영상, 음악, 그래픽작업과 같은 제작 프로세스를 비롯,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장르적인 공통점 등 영화와 게임의 유사성을 열거하자면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점은 영화의 총 지휘자인 감독의 역할을 하는 게임 기획자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시나리오를 어떤 감독이 만들었느냐에 따라 영화의 재미가 다르듯이 게임도 같은 소재, 같은 규칙-예를 들면 무수한 온라인 맞고 게임처럼-을 가지고도 결국 어떤 게임은 인기를 얻게 되고, 또 어떤 게임은 재미없는 게임이 된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게임 감독의 역량은 무엇일까?

우선, 흔히 감독들이 타고 난다는 ‘남다른 감각’일까?

대중의 문화 코드를 배제한 남다른(?) 감각보다는 대중 속에서 그들의 문화 코드를 읽어 낼 수 있는 분석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게임은 즐기려고 하는 것이므로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감동하는지 게임 감독 스스로가 대중 문화 속에서 이를 즐겨야 하는 것이다.

즉, 좋은 게임 기획자가 되려면 TV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폭넓게 즐겨야 한다. 물론 단지 즐겨서만은 좋은 기획자가 될 수 없다.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줄거리 구조와 화면의 전개 방식, 그래픽 효과 등을 분석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성공한 영화가 갖고 있는 그 영화만의 성공 패턴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아는 게임 기획자 하나는 집에 방대한 영화 DVD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의 머리 속에는 수 많은 영화의 장면 장면이 데이터베이스처럼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다. 즉, 창작은 스스로가 체험한 경험 중 감동 받았거나 기억에 남았던 장면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쳐 재창조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자기만의 데이터 베이스 관리는 게임 개발에 매우 유용하다.

그렇다면 성공한 영화를 짜깁기 한다면 누구나 성공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작품의 ‘완성도’에서 찾을 수 있다. 실패한 영화는 대게 앞 뒤 스토리 전개가 엉성한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작품 자체의 시나리오 문제라기 보다는 그 시나리오를 소화해 내는 감독의 역량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좋아하는 영화 감독-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과 ‘집으로’ 등을 만든 이정향 감독은 영화를 찍고 나서 편집을 할 때 버려지는 장면이 거의 없다고 한다. 거꾸로 해석하면 영화를 찍을 때 이미 머리 속에 치밀한 장면과 스토리의 구성이 완벽하게 전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정향 감독은 영화를 찍을 때 매 순간 관객들의 심리까지 예측하며 촬영을 한다고 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참신한 기획요소, 차별화된 기능이 많을 지라도 마치 편집이 제대로 안 된 영화처럼 엉성한 게임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게임 개발자가 섬세하고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꼼꼼한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게임의 다양한 분야 – 그래픽, 음악, 프로그램, 스토리 – 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감각이 있어야 한다. 게임의 여러 구성 요소 중 어느 하나 뒤쳐지지 않게 꼼꼼히 신경 쓸 수 있는 기획자만이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꼽아야 할 게임 제작자의 덕목은 바로 열정이다.

영화 산업이나 게임 산업에 뛰어든 사람들은 대부분 젊음과 열정 하나로 뛰어드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그 만큼 열정 없이는 견디기 쉽지 않은 산업이며, 엄청난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만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보통의 밋밋한 게임들은 기획서대로 다 구현했을 때를 완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감동은 다들 완성이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얼마나 더 혼을 불어 넣었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게이머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장인정신이 깃든 열정과 정성이다.

이러한 열정도 긴 게임 제작 기간 동안 식는 경우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게임 제작자로써의 자부심 또한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작품에 감동 받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영화 감독들이 자부심을 갖듯이 게임 제작자도 진정한 엔터테이너로서의 자부심과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열정으로 게임 제작을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만 재미를 뛰어넘어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

게임 제작은 이제 영화를 뛰어넘은 종합 예술이다. 유년 시절 수많은 영화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꿔왔던 것처럼 이제는 게임 감독을 꿈꾸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세계 게이머들을 감동시킬 게임 계의 거장이 많이 나오기를 고대해 본다.

(2005.6.07)

[올엠 이종명 대표]

☞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의견이 있으시면 칼럼으로 작성해 게임조선(gamedesk@chosun.com)으로 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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