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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衆이 주체되는 게임 문화 행사 시급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기웃거리던 기자의 눈에 제10회 ‘퀘이크콘(QuakeCon)’이 오는 8월11일부터 14일까지 美텍사스의 그레이프바인에 위치한 게이로드텍산리조트&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는 보도자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퀘이크콘(QuakeCon)’은 3차원 그래픽 기술社로 정평이 나 있는 美id소프트웨어의 3차원 1인칭 슈팅 게임(FPS), ‘퀘이크’ 시리즈를 즐기는 게이머들이 한 장소에 모여 4일간, 토너먼트 방식으로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대전을 벌이는 랜파티(Lan Party) 행사입니다.

‘퀘이크콘(QuakeCon)’이 개최된 배경에는 북미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이 버티고 있습니다. 국내야 전국방방곡곡에 널린게 인터넷 회선이지만 북미는 기업체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도 초고속통신망을 제대로 갖춘 시설이나 주택이 손가락에 꼽힐 정도 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확한 판단력과 손놀림을 요구하는 스피디 한 게임 진행 방식과 더불어 랜과 인터넷을 통해 먼거리에 있는 게이머와 온라인 대전을 펼침을 특징으로 하는 ‘퀘이크’ 시리즈를 북미에서 인터넷을 통해 다른 게이머와 함께 즐긴다는 말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에 가깝죠.

‘퀘이크콘(QuakeCon)’은 ‘퀘이크’ 시리즈의 멀티플레이 대전을 아무런 장애없이 재미있게 즐겨보자는 게이머의 욕망에서 비롯된 산물 입니다. 지난 1996년, EF넷에서 지원하는 IRC(Internet Relay Chat, 인터넷 채팅 서비스)를 통해 만나게 된 일군의 ‘퀘이크3’ 매니아들이 의기투합, 자신의 PC와 먹거리를 차에 싣고 그 해 8월 美텍사스에 위치한 라퀸타여관에서 모임을 가지면서 제1회 ‘퀘이크콘(QuakeCon)’이 개최됐습니다.


퀘이크콘에 참여한 게이머들의 모습


최초 소문을 듣고 모인 참가자는 150명. 이후 인터넷을 통해 ‘퀘이크콘(QuakeCon)’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점차적으로 참가 인원이 늘기 시작, 현재는 해마다 6천명 이상의 북미를 비롯한 전 세계 ‘퀘이크3’ 매니아들이 자신의 PC와 먹거리를 챙겨드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美텍사스에 집결, 서로의 실력을 겨루고 있습니다.

뛰어난 개발 실력을 갖추었으면서도 아마추어리즘으로 똘똘 뭉친 id소프트웨어가 자신들이 제작한 게임을 사랑해주는 게이머들이 직접 개최한 ‘퀘이크콘(QuakeCon)’을 외면할리 없었습니다. 1997년 이후로 현재까지도 id소프트웨어는 ‘퀘이크콘(QuakeCon)’의 든든한 후원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PC 하드웨어만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인텔이나 엔비디아 등 전 세계 유명 회사들이 앞 다투어 ‘퀘이크콘(QuakeCon)’의 후원사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행사 개최 10주년째를 맞이하는 ‘퀘이크콘(QuakeCon)’은 CNN이나 뉴욕 타임즈 등 세계 유수 언론이 E3와 더불어 주목하는 연례 게임 행사로 발돋움 했습니다.


유명 개발자들도 퀘이크콘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기자가 ‘퀘이크콘(QuakeCon)’을 주목하는 점은 다름 아닌 행사의 키 플레이어가 다름 아닌 게이머였다는 점이며 ‘퀘이크콘(QuakeCon)’ 자체가 게이머가 주도해서 생겨난 행사지만 10년째 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게임사들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퀘이크콘(QuakeCon)’을 게임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성장시키는 쾌거를 이룩한 것입니다.

참으로 부러운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1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게임 시장은 ‘퀘이크콘(QuakeCon)’처럼 전 세계에 내세울만한 게임 문화 행사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국내에도 ‘퀘이크콘(QuakeCon)’과 같은 대표 행사가 자리를 잡을뻔한 적이 있지만 급작스럽게 대중들에게 유입된 인터넷 문화 및 온라인게임 시장의 영향력으로 서로 얼굴조차 없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순수하게 게임의 즐거움을 논하는 기회는 자연스럽게 소멸됐습니다.

국내에서 열리는 게임 관련 대회나 행사에서 게이머는 그저 방관자일 뿐 입니다. 게임사의 지원으로 게이머가 주체가 되어 행사나 대회가 운영되는 광경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게이머를 위해 열린다는 행사는 특정 게임과 주최사의 이름을 알리는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고 있습니다. 최근 불거졌던 WEG 운영상 헛점과 더불어 행사 진행 요원과 게이머간에 폭행 시비가 일었던 ‘스페셜 포스’ 대회는 게이머와 게임사의 ‘부조화’를 꼬집는 일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이라는 놀이 수단이 본격적으로 대중 문화로 편입된지 채 6년도 안된 시점에서 국내 게임 시장을 무대로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게임사들이 적극 나서서 ‘게임’ 문화 저변 확대에 기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게임’을 문화가 아닌 놀이 수단으로 보는 대중들이 주체가 되는 장소를 마련해주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기회를 갖는다면 한국 게임 시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 입니다.

게이머와 게임사가 함께 융합될 수 있는, ‘게임’이라는 문화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킬 수 있는 그런 만남의 장이 하루빨리 국내에도 자리잡기를 기원해봅니다.

(2005. 03. 23)

[권영수 기자 blai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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