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 나퓌쉬팀의 상자'는 액션롤플레잉게임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고전 인기 게임이자 국내에도 상당수의 팬을 지니고 있는 '이스' 시리즈의 최신작.
그러나 이런 지명도 있는 작품이 출시전부터 게이머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글화가 되지 않고 일본판 그대로 출시되는 탓이다.
한일 문화개방 이후 일본어 음성/자막의 게임의 발매가 가능해짐에 따라 이런 게임들이 여럿 출시되어 왔지만 스토리 진행이 중요시되는 롤플레잉게임이 이렇게 발매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더우기 이처럼 유명한 게임이 한글화 없이 일본판 그대로 발매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코나미는 지금까지 '메탈기어솔리드' '위닝일레븐' 등 한글화 게임을 꾸준하게 내놓았으며 '사일런트힐' 같은 게임은 한글화를 거쳐 한일동시발매까지 하는 등 로컬라이징에 많은 신경을 쏟아왔던 회사라 업계에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이전부터 예견되어 온 것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많은 유통사들이 암암리에 한글화와 비한글화를 저울질해왔다.
대표적인 경우로 YBM시사닷컴이 세가의 어드벤처게임 '사쿠라대전'의 유통을 기획할 당시에 이스와 같은 방식으로 국내에 내놓는 방안을 검토한 적도 있다. 결국 '사쿠라대전'은 한글화되어 국내에 선보였지만 이윤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업체들이 "그래도 한글화는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포기해야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악화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코나미 관계자는 "복사 및 중고 시장의 활성화로 인해 국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롤플레잉게임이 설 자리가 더욱 없어졌다"며 "국내 발매를 원하는 유저의 수만으로는 한글화 비용을 건지기 힘든 구조가 되었다"고 말했다.
용산의 한 게임 매장 주인은 "한글화를 하든 안 하든 팔리는 수량은 거의 비슷하다"며 "솔직히 사는 사람만 사고 안 사는 사람은 아예 안 산다"고 털어놓았다.
게임전문가 오규석씨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수요감소가 투자축소로 이어져 결국 유저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라며 "한글화의 당위성을 찾아주는 것은 게임시장 활성화를 위한 게이머들의 의무"라고 강변했다.
(2005.03.03)
[이용혁 기자 lee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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