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홍섭 락소프트 대표
같은 문화 산업이라는 맥락에서 한국 영화 산업의 2004년을 보면서 필자는 우리 게임 산업의 현실과 미래에 관한 여러 시사점을 읽어낼 수 있었다.
2004년 한국 영화는 외화를 압도한 평균 점유율은 56%라는 초유의 수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전국관객 1000만명 돌파라는 초히트작도 2작품이나 등장했다. 거기에 김기덕 감독과 박찬욱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를 휩쓸기도 했다.
그러나 겉보기완 다르게 ‘산업적’ 측면에서 한국영화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평가이다.전체 개봉작 71개를 종합해봤을 때 국내매출은 419억원 적자로, 투자 수익률은 오히려 전년보다 32%가 감소했다고 한다. 편당 제작비는 평균 42억을 넘어서 오히려 이로 인해 투자 환경은 더 위축되었다고 한다. 관객들은 이제 이른바 ‘대작’에는 우르르 몰리는 한편, 작가주의적 영화 혹은 범작 수준의 작품에는 철저히 냉담해 하는 양극화 현상도 보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게임 시장에도 ‘총 제작비 OOO원’, ‘총 제작기간 O년, 투여인력 OO명’, ‘해외 유명 OOO의 사운드/OST 제작’ 등등의 슬로건을 내세우는 마케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태동기를 거쳐 성숙화 단계로 들어서면서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을 확보한 선발 업체의 후속작들이 이른바 ‘대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그늘에 한국 영화 산업의 외화내빈과 유사한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최근 게임 업계는 구인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패키지 게임 시절부터 꾸준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유명개발사 조차 개발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중소 개발사의 경우 그나마 보유하고 있던 개발인력마저 대형 개발사로 이직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투자사나 퍼블리셔들은 베타 테스트를 어느 정도 거쳐 흥행성이 일정 수준 이상 검증된 작품에 대해서만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아무리 좋은 기술력과 기획력을 가지고 있어도 개발비 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개발사가 수두룩한 현실이다. 플레이어들도 이제 웬만큼 마케팅하지 않는 게임에는 시선도 던지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개발비보다도 마케팅 비용을 더 많이 쓰는 웃지 못할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그만큼 투자대비 수익성이 떨어지고 BEP 넘기기도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물론 넉넉한 자금력에 풍부한 인력, 합리적인 개발 프로세스, 강력한 마케팅 능력 등을 구비하는 것이 한국 게임 산업 선진화의 길이라는 것을 부인하진 않는다. 그러나 지금처럼 너도나도 대작, 대작 부르짖고 부실한 게임성을 마케팅 물량으로 보완하려는가 하면 유능한 인력을 싹쓸이 해다가 제대로 능력을 활용하지도 못하는 흐름이 지속된다면 미래는 분명 불투명하다고 생각된다.
무릇 게임 산업의 가장 큰 에너지원이자 튼튼한 기반은 개발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열정이어야 한다. 그에 대한 적절한 성과보상 시스템은 금상첨화일 터이고. 게임산업이 문화산업으로서 자리 매김을 분명히 하기 위해선 겉보기 요란한 치장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실력과 열정을 갖춘 개발자, 개발사들이 푸른 희망을 갖고 자신의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단지 M&A를 활성화한다고, 게임업계에 거대한 자본이 등장한다고 영화계의 박찬욱, 김기덕 감독 같은 인재가 한국 게임에 등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2005.01.16)
[락소프트 대표 조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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