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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 ""成敗를 떠나 기억될 만한 게임"""

 

<편집자주> 기존의 게임조선이 추구했던 기사 작성 형식을 떠나 한 사람의 게이머의 입장에서 최근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넓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이 속담을 온 몸으로 체험하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매개체는 다름 아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입니다. 알만한 분들은 아실만한 게임입니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시리즈로 잘 알려진 美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에서 5년이 넘는 다년간의 개발 끝에 내놓은 온라인게임이지요.



blair라는 닉네임의 레벨 16 기사 캐릭터를 끌고 아제로스 대륙을 종횡무진 모험한지 1개월 남짓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주 게임을 즐기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게임의 진정한 재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아이템으로 채워진 인벤토리와 생면부지인 저를 도와주시거나 생사고락을 함께 하면서 던전을 모험했던 게이머들이 등록되어 있는 친구 목록을 보면서 온라인게임이 가져다주는 외적인 즐거움과 행복을 다시 한번 곰씹어 봅니다. (솔직히 제가 지금까지 레벨 10을 넘겨본 게임은 '울티마 온라인' 뿐입니다)

사실, 국내 게임 시장에 온라인게임 붐이 일어난 뒤, 저는 개인적으로 토종 온라인게임에서 과거 PC 패키지 게임이나 가정용 비디오게임이 전달해주는 즐거움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가 힘들었습니다. 남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게임도 저에게는 '시큰둥' 그 자체였습니다. 이유는 스스로 MMORPG라고 출신 성분을 밝힌 온라인게임들이 실제로 자신의 정체성과는 동 떨어진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랄까요? 국내 시장에 소개되는 다양한 종류의 온라인게임을 접하면서 항상 아쉬움이 남았고 결국에는 나름대로 공 들여 키운 캐릭터를 스스로 사장시키는 비생산적인 행위가 반복됐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게임의 기능이나 팩트(사실)를 떠나서 저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전 세계 온라인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이정표를 수립한 성공작이라고 봅니다. 또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전 세계 게임 시장을 상대로 흥행에서 실패하건 성공하건 모든 사람들이 이 게임을 기억할 것이라고 감히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토록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대단하게 보는 이유에 대해서 말을 해야겠지요. 이미 타 매체나 커뮤니티 웹사이트를 통해 언급된 내용들은 되도록이면 자제하겠지만 몇가지 상충되는 부분이 존재할겁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보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모든 게이머가 평등한 위치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매우 잘 잡힌 밸런스(균형)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직업까지 각자의 장단점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상호 보완 관계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게임의 균형적인 밑바탕은 자연스럽게 MMORPG의 핵심 중 하나인 커뮤니티를 자연스럽게 형성시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원천적으로 속칭 '솔로잉(혼자 게임을 즐기는 것)'이 봉쇄된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가 성장하는데 근간이 되는 임무(퀘스트) 해결을 위해서 파티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임의 룰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게임 자체가 게이머에게 룰을 강요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봤을 때 별 다른 도리가 없다고 봅니다. 단, 룰을 강요하는 강도가 어느정도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게이머들에게 자신의 룰을 강요는 하되, 룰을 따르는 게이머들에게 파티 플레이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확보하는 방식 선택이라든지 따라가기 등의 권리와 권한을 충분히 제공합니다.

뭐니뭐니 해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파티 플레이의 묘미는 캐릭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재미입니다. 과거 온라인게임들 역시 이러한 룰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게임의 밸런싱을 잡는데 실패하거나 엉성하게 만들어진 관계로 파티 플레이 기능의 의미 자체가 퇴색 내지 무의미하게 활용된 바 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적지않는 직업과 종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귀신같이 캐릭터와 직업간의 상성 관계를 칼로 무를 베듯이 평등하게 분배했습니다.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소외받는 직업이나 종족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임내 숨쉬고 있는 모든 캐릭터와 직업이 개개인의 승리와 성장을 위해 필요한 원동력이며 존중 받습니다. 기존의 게임이 인기없는 직업이나 캐릭터를 처절할 정도로 배제 시켰던 반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만인에게 또한 직업의 귀천없이 평등함을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제가 언급한 게임의 밸런스, 말은 참 쉽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만큼 게임의 밸런스를 거의 수평에 가깝게 잡아낸 게임은 없었다고 단언합니다. 또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만이 가지고 있는, 물 흐르듯이 진행되는 스토리 라인에 얹혀진 퀘스트 시스템과 근간이 되는 파티 플레이 모드를 제공했던 게임도 없었다고 감히 말합니다. 실제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밸런스가 엉망이거나 퀘스트 시스템 또는 파티 시스템이 유명무실하다는 등의 악평이 담긴 글을 제 기억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최근에는 서버 접속 및 관리 문제와 유료화 사안 때문에 시끄럽지요)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부담없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여건 제공도 저에게는 매우 신선해보였습니다. 물론 여러 게이머들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도입된 경험치 보상 시스템이나 경매, 편지함 기능 등이 기존에 타 온라인게임에서 도입되고 활용됐던 기능임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이러한 기능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계에 맞게 깎아내고 덧칠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어떤 기능이라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만의 분위기가 나도록 내관 및 외관을 형성해냈다고 보는게 맞는 설명일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심심하면 표절 논쟁의 도마에 오르는 온라인게임들이 표절과 모방의 의미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찾아보고 그 개념을 나름대로 정립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블리자드가 게이머가 조작을 통해 UI(유저 인터페이스)를 입맛대로 바꿀 수 있도록 허락했다는 점입니다. 해외 게임 개발사들이 Modification(개조)에 대해 관용적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게임의 인터페이스를 게이머 마음대로 조율할 수 있게 허용한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놀랄 노자 였습니다. 이미 메뉴를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개조해주는 공개 프로그램이 유저들에게 배포됐고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개발사의 작은 배려가 이처럼 게임을 즐기는데 생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한 게시판에서 어떤 게이머가 올렸던 글의 한토막이 떠오릅니다. "사람들은 이제 온라인게임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전의 게임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의 게임으로 나눌 것"이라는 문장 이 말입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게임의 기술적인 진보와 게임성의 업그레이드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온라인게임에서 문제시화 됐던 모럴 해저드까지도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의 길을 열어줬다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대체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러한 의견에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현재 유료화가 오는 13일로 정해진 현 시점에서 많은 분들이 유료화 이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길 것이냐, 아니면 다른 게임을 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중인 것으로 압니다. 여러분의 선택이 어떤 것일지가 궁금해 집니다. 몇일 남지 않았지만 게임상에서나마 여러분들과 즐겁게 게임을 즐겼으면 합니다.


막간을 이용해 찍어본 blair의 사진


이상 아서스 서버에서 활동중인 얼라이언스 전사, blair 였습니다.

■ 관련기사: WoW, "13일 유료화 없다"

(2005. 01. 06)

[권영수 기자 blai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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