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의 연말인사였다. 이른바 '게임 1세대'라 불리는, 게임시장의 초창기부터 업계를 지켜오며 게임시장의 흥망성쇠를 몸소 겪어온 그가, 마냥 기운 빠진 모습으로 올해처럼 힘든 해는 없었다며 한탄을 하는 것이었다.
이에 필자는 "아픈 그 순간의 통증이 이전에 겪었던 어떤 통증보다 더 아프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현재의 어려움이 가장 힘들게 다가오는 것이니 함께 분발하며 이겨내자"라는 말로 위로하였다.
그러나 필자 역시 정말 힘든 한 해였다는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한국시장에 발을 들인지 이제 일 년을 갓 넘긴 당사는 물론이고, 오랜 기간 소프트웨어 분야의 일을 하다 올해 정식으로 게임업계에 들어온 필자에게 있어서도 올 한해는 정말 모든 면에서 엄청난 인내와 희생이 필요한 한 해였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시장을 다시 일으켜 보고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다수의 기업들이 업계에서 철수하고 있다. 그런 시점에서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당사로서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여 기초부터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니 만큼 더욱 힘든 한 해였다.
90년대 후반 '스타크래프트'라는 국민게임의 등장으로 100만장 단위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 준 패키지 게임 시장이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온라인 게임에 자리를 내어줄 것이라 누가 상상했겠는가?
휴대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모바일 게임시장이 모두의 엘도라도로 여겨져 많은 업체들이 참여한 것도, IMF 이후 대기업들의 잇따른 사업 철수로 공백기에 놓여있던 콘솔게임 시장이 이젠 당당히 게임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것도 역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짧은 기간 동안 게임 업계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필자는 이렇듯 동적 변화가 심한 한국시장과 정적 변화 속의 일본 시장 사이에서 아직도 많은 기회가 남아 있으리라 확신한다. 일본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콘솔 및 휴대용 게임시장, 한국이 선행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시장,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역동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시장까지, 모든 분야에서 기회 요인과 협업 모델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게임시장의 모든 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시장확대를 위해, 아직은 미약한 규모지만 한국인으로 구성된 일본계 기업으로서 한일간 가교역할이 용이한 당사부터 내년에는 보다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움직여 나갈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해외 업체의 한국시장 이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도 한국시장의 규모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해외 업체들이 많다. 이들에게 한국 시장을 정확히 이해시키고, 시장확대를 위한 동반자로서 함께 노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득, 교섭하고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퍼블리셔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적정 수량과 로열티로 다양한 제품을 가져올 수 있고, 유통사와 함께 고객에게 좋은 제품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바닥이 어디인지 끝을 보이고 있지 않는 국내 경기는 둘째 치더라도, 사회 전반에 만연된 컨텐츠는 무료라는 그릇된 인식과 P2P등과 같은 신기술의 지속적인 등장으로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불법 복제 문제가 업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정품 사용을 지향하는 많은 고객들의 자발적인 노력들과, G11과 같은 공동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하여 정품 사용을 확대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노력, 마지막으로 839프로젝트에 디지털 컨텐츠를 한 분야로 넣고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노력들이 융화되어 毬ぞ?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게임업계는 그 어떤 다른 분야보다 게임에 대한 강한 흥미, 열정 그리고 사랑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 시장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자 가능성이라고 필자는 변함없이 생각한다. 게임업계를 구성하는 모든 이들이 분발하여, 내년 이 맘 때는 "올해만 같아라"라는 덕담을 연말인사로 나눌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2004.12.26)
[구창식 사이버프론트제넥스코리아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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