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나고 관중들이 돌아간 후 경기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난장판. 응원할 때 사용했던 풍선막대가 그대로 버려져 있는가 하면 먹었던 음료캔과 과자부스러기, 종이컵, 컵라면 용기 등이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음료수를 쏟아서 바닥이 끈적이는 경우도 다반사. 지난 12일 영원한 라이벌 임요환과 홍진호가 맞붙어 많은 팬들이 찾았던 삼성동 메가스테이션은 경기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발을 떼기가 힘들 정도로 바닥이 끈적였다. 관람 중 마시던 음료수를 바닥에 쏟고는 그냥 돌아가버린 것. 마시다 남은 음료통과 햄버거 포장지도 너저분하게 버려져 있었다.
지난 20일 대전 무역전시관에서 열렸던 '에버 스타리그' 결승전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만명이 찾았던 무역전시관과 야외 자동차 극장은 경기가 끝난 후 그야말로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트럭이 동원됐을 정도.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각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지만 아주 일부일 뿐 여전히 많은 팬들은 자신들의 관람문화가 어느 수준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20일 경기장을 찾았던 한 팬은 "오늘 경기장을 처음 와봤는데 행사장이 너무 지저분해 약간 실망했다"며 "프로 게이머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만큼 팬들의 관람문화도 성숙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녀와 함께 경기장에 왔다는 또 다른 팬은 "대회의 뜨거운 열기를 직접 느끼고 싶어서 경기장을 찾았는데 e스포츠의 인기에 비해 관람객들의 의식수준은 떨어지는 듯 하다"며 "이런 모습을 어린 자녀들에게 보이게 돼서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e스포츠 리그 관계자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부터는 경기장 뒷정리하는 것이 큰 일이 됐다"며 "야외 경기일 경우 스타리그 전용 경기장이 아니라 일반 행사가 열리는 장소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지저분한 뒷모습을 보이는 것은 e스포츠에 대해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들과 팬들이 경기장과 응원했던 도로를 깨끗하게 정리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쳤듯이 e스포츠 팬들도 그러한 움직임이 필요한 때가 왔다"며 "어느 선수의 팬이든 먼저 시작해 준다면 다른 선수 팬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팬들이 스스로 움직여 줄 것을 당부했다.
(2004.11.22)
[백현숙 기자 coreawo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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