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로, 모바일게임은 기변이 빠르다. 핸드폰이란 극도로 열악한 환경 때문에 제한되었던 게임 기능이, 그 제한이 줄어듦에 따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유통사가 게임 타이틀의 질과 양을 엄격히 제한한다. 이동통신 3사는 자사의 게임 타이틀과 다운로드 메뉴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는 특정 장르가 잘 나간다 해서 그쪽으로만 개발사가 몰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로, 사용자가 직접 돈을 지불한다. 따라서 선택에 신중해지고 소비자가 생산자의 취향에 적응하는 것이 아닌 생산자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넷째로, 네트워크보다는 싱글 플레이 중심이다. 이는 유명세를 타거나 남에게 보이기보다 플레이어 자신의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늘어난다는 뜻이므로 ‘내가 재미있어서’ 하는 게임이 잘 팔린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모바일게임 시장은 다른 기형적인 국내 게임 시장과는 달리 완벽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건강한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시장의 성장을 위협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라이센스 게임과 표절 게임이다. 표절이야 명백히 나쁜 것이니 그렇다 치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서비스되는 라이센스 게임에 어떤 폐단이 있는가? 우선 그것부터 얘기하기로 하자.
모바일 라이센스 게임은 책, 영화, 드라마, 온라인 게임 등의 원작을 바탕으로 모바일 환경에 맞게 만들어진 게임이다. 이들 게임은 합법적인 계약에 의해 제작사와 원작자 상호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며, 보통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사용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그렇다면 모두가 윈윈하는 라이센스 게임의 문제는 무엇인가?
당연한 얘기지만, 라이센스를 받으려면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요금은 원작이 보장하는 매출의 양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며, 초기에 없는 것보다 나은 수준의 매출이라고 생각해 값싸게 들어왔던 라이센스 요금이 요즘의 라이센스 게임 성장 추세에 맞춰 기하 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일부 유명 온라인 게임은 심지어 개발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을 정도로 비싼 비용을 책정하곤 한다.
경쟁이 치열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살아남고 싶은 개발사들은 비교적 나쁜 조건으로도 이를 수락하기 쉽고, 심지어 경쟁적으로 유치하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서 들어온 라이센스 게임의 매출은 대부분 원작자, 즉 업계 바깥으로 흘러나가게 되며, 정작 개발사들은 대박을 내고서도 남는 게 없는 풍요한 빈곤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해서 모바일 게임 시장 전체의 파이가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라이센스 게임이 가져왔던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전에는 별난 사람들의 괴상한 취미로 치부되던 모바일게임에 많은 사용자들이 관심을 갖게 됐으며 모바일게임의 다양화와 유명 문화 상품이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줬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유명 온라인게임 외에는 실질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기형적인 사용자 취향에 편승해, 창작 게임의 싹을 꺾고 다른 거대 시장에 매출을 내주는 시장 잠식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창작 게임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면에서 보면, 라이센스 이상으로 위협을 가하는 것이 표절이다. 표절 자체가 불법이고 비도덕적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절은 재미가 보장된 게임을 손쉽게 개발하고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쉽게 어필하며 결과적으로 다른 고심 끝에 개발된 창작 게임을 밀어낸다는 점에서 더욱 폐해가 심하다.
표절하는 방법도 갖가지다. 게임 시스템만 슬쩍 도용하는 것부터 그래픽까지 따라 하는 것, 심지어 화면 배치마저 똑같은 것도 있다. 특별한 규제 방안이 없는 시장 상황과 표절이라도 좋으니 유명 게임이 모바일로 나와주기만 하면 고맙다는 일부 몰지각한 사용자들이 야합해 높은 매출 순위를 기록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실 표절과 참고를 구분하기는 모호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어떤 게임이든 보통은 예전에 있던 게임을 참고하기 마련이다. 이 중에는 테트리스와 배틀 테트리스처럼 이전과 동일한 요소에 새로운 요소를 부가해 새 게임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둔2와 스타크래프트처럼 예전과 동일한 요소를 더욱 정밀하게 가다듬어 새 게임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표절 게임은 더 나빠질 것을 두려워해 새로운 요소를 그다지 혹은 전혀 넣지 않는다는 점에서 참고와 구분된다. 이들은 검증된 재미를 따라 할 뿐 스스로 모험하기는 두려워하거나,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낼 만한 창작력을 갖추지 못한 개발자에 의해 만들어진 사생아에 불과하다. 그런 게임들이 버젓이 시장에 나와 사용자들의 환영을 받고, 많은 매출을 내는 것은 건전한 시장을 침해하는 강력한 독소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라이센스는 합법적이고 잘 이용되면 관련자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나 눈앞의 이익에 편승해 시장 전체의 파이를 줄이는 위험을 불렀고 표절 게임은 양심을 팔아먹는 행위로 법률은 물론 가장 기본적인 직업 윤리마저 무너뜨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오직 개발사 스스로 대국적인 안목에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는 현명함과 폐업 신고를 할지언정 다른 사람의 창의력을 훔치지는 않겠다는 도덕심에 기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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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31)
[강세중 엔소니 모바일기획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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