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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게임개발자이야기

 

오늘은 여러분들께 제가 만난 독특한 게임 개발자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긴 머리의 순정만화 매니아 송재경 이사

'게임 개발자'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리니지'를 개발한 엔씨소프트의 송재경(33) 이사입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미소년 같은 외모가 돋보이는 사람입니다. 말하는 스타일도 다소 여성스러워 만화 주인공을 연상시킵니다. 그는 실제 순정만화 매니아이기도 합니다.

그가 처음 개발한 게임은 '리니지'에 이어 온라인게임 시장점유율 21%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넥슨의 '바람의 나라'입니다. 리니지는 신일숙씨의 만화를 바탕으로, '바람의 나라'는 김진씨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었습니다. 두 만화 다 여학생들에게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 순정만화죠.

송 이사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넥슨의 김정주 사장을 알게 돼 게임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게임이 좋아 학위도 포기했습니다. 97년 엔씨소프트 설립과 함께 스카웃돼 엔씨의 게임부문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지분 4.5%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그는 지난 7월 "게임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리니지를 평가받고 싶다"며 미국에 가 현재 엔씨소프트 미국지사장으로 근무중입니다.

◆ 게임에 빠진 F학점 천재들

송 이사만큼이나 독특한 게임개발자를 소개하자면 마리텔레콤 게임개발팀의 김지호(29) 실장과 이성탁(29) 팀장을 들 수 있습니다. 94년 PC통신 나우누리를 통해 서비스한 국내 최초의 온라인게임 '단군의 땅'을 개발한 두 사람은 한국과학기술원 동창으로 엔씨소프트 송재경 이사 후배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을 소개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F학점 천재'입니다. 두 사람은 8년전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한다는 이유로(물론 학점이 엉망이었겠지만 말입니다) 제적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들 말고도 게임에 빠져 공부를 게을리한 친구 4명과 함께였죠.

당시 생산기술연구원에 근무하던 장인경 사장은 PC통신으로 채팅을 하다 이들의 친구를 알게 됐습니다. 그 친구는 '컴퓨터 게임에 빠져 학점을 따지 못한 6명의 친구가 제적당하게 됐으니 구해달라'며 장 사장에게 이러한 사연을 이야기했고, 94년 '여걸' 장 사장이 이들을 모아 차린 게 '마리텔레콤'입니다.

창고방에서 시작한 마리텔레콤은 천재들이 만들어낸 게임 덕분에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 지사도 설립하고, 무선인터넷 게임도 개발하며 게임업계에 거뜬히 입성했습니다.

현재는 6명 중 4명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김 실장과 이 팀장만 남았지만, 이들은 스물 아홉의 어린 나이에 중견 게임업체 개발 경력 6년을 갖게 된 셈입니다.

◆ 게임 위해 대학과 의사도 포기한 매니아들

위의 세 사람이 정규 교육을 받으며 게임 개발법을 익혔다면, '대물낚시광'의 개발자 이기정(25)씨와 '그녀의 기사단'의 김광삼(28)씨는 독학으로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사람들입니다.

타프시스템의 이기정 개발팀장은 얼핏보면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유학생을 연상시킵니다. 귀걸이를 한 자유로운 복장에 능숙한 영어실력, 체계적인 3D지식은 석·박사를 마친 사람들도 흉내내기 어려운 것이죠. 이 팀장은 중학교 때부터 자신의 인생을 게임에 걸기로 결심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영어와 세계사, 컴퓨터만 공부했다고 합니다.

게임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선 세계의 역사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죠. 원서로 된 프로그래밍책을 읽기 위해 영어를 공부한 덕에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서의 4년이 쓸모없다고 생각해 게임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그가 입사하자마자 개발한 '대물낚시광'은 미국의 메이저 유통사 '인터플레이'와 계약을 맺고 작년 3월 전세계에 수출해 100만 장 이상 팔렸습니다. 이 게임은 바다에서 낚시하는 모습을 실감나는 3D로 재현한 것이죠. 그는 지금도 1주일에 반 이상을 개발실에서 먹고 자며 게임 개발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그는 연구하다 막히는 게 있으면 몇시간이고 꼼짝않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성격입니다.

몇달전 애니미디어에서 출시한 '그녀의 기사단'을 만든 김광삼씨는 올 연초까지만 해도 의사였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8비트 애플 컴퓨터로 전투기 게임을 만들만큼 게임광이었던 그가 중고교 시절 취미 삼아 만든 게임만도 20개가 넘습니다. 의사였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대에 진학한 김씨는 PC통신 하이텔의 게임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직업을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만든 게임 '호랑이의 분노', '푸른매'가 PC통신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그도 게임제작자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합니다. 게임에 빠져 재학 중 두 번이나 유급을 당했던 김씨는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직업을 바꿨습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취재하다 보면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실제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외국의 게임개발자들은 이들보다 더 독특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다음번엔 외국 게임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박내선 기자 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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