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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초 에로게임 개발자의 어려운 숙제

 

"애들은 가라! 국내 최초의 성인 전용 MMORPG A3!"
'A3'의 핵심 마케팅 컨셉이자 게임 컨셉이다. '성인 전용'이라는 컨셉은 개발자에게는 '표현의 자유', 유저에게는 '성인만의 커뮤니티', 마케팅에게는 '차별화', 시장에는 새로운 '트랜드'의 탄생이라는 활력을 안겨준 획기적인 컨셉이었다. 이런 'A3'의 컨셉은 게임에서 파생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했다.

40-50대의 어른들이 게임을 하게 됐고, 게임캐릭터 '레디안'의 쥬얼리 상품과 음반, 소설 등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쏟아내며, 매니아들이 아닌 일반 대중 곁으로 '게임'이 가까이 설수 있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이런 자부심을 누르는 것 또한 바로 '성인전용'이라는 컨셉이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성인전용'을 바라보는 사회적 기준일 것이다.

필자에게는 게임이 나오자마자 '국내 최초의 에로 MMORPG 개발자'라는 조롱 섞인 수식어가 따라다녔고 게임은 마치 저속하고 불경스러워서 건전하고 밝은 이 사회와는 격리돼야 할 외설 컨텐츠 취급을 받아야만 했다. 이와 함께 'A3'를 접해본 수십만 유저들은 '외설 컨텐츠'를 쫓는 음흉한 섹티즌들이 돼 버렸다.

야게임인 줄 착각하고 수백메가가 넘는 다운로드의 압박을 이겨낸 유저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진지하게 게임 자체를 즐기는 수십만 아니 수백만 성인 유저를 폄하하는 이 사회의 기준은 솔직히 짜증 났었다. 그러면서 '성인 전용'이라는 컨셉이 국내 시장 환경에서 쉽게 안착할 수 없는 미묘한 갈등을 충분히 경험하게 됐다.

조금 더 적나라하게 얘기해 보자. 앞에서 말한 '성인용'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란 무엇인가?
'성인용=애로물=정신건강을 해치는 유해물=표현의 수위를 검열하여 제한해야 할 컨텐츠=청소년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하는 컨텐츠=기타 등등 아무튼 나쁜'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원래 등식이란 게 중간에 하나만 달라도 처음과 끝의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데 사회적 기준에 의한 이 등식은 잘 맞아 보이질 않는다.

사회적 기준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일종의 표준화다. 때문에 사회적 기준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아, 창조적인 일을 해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커다란 압박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

과거의 영화는 남녀의 애정 장면이 연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폭풍우가 치는 장면으로 대체 해야 했던 시절, 영화 업계에 종사하던 그리고 그 영화를 보던 사람들도 지금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영화 업계는 그 어려움을 이겨냈고, 이제 세계 속에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또한 이미 영화를 바라보는 사회적 기준도 많이 진보되고 있다. 최근에 노출의 선정성 문제로 등급보류 됐던 진카느린브레야 감독의 '팻 걸' '섹스 이즈 코메디'라는 영화가 무삭제 상영된다는 기사를 보면서 '심의'라는 사회적 기준이 진보적인 변화를 맞고 있음을 느꼈다. 즉, 이것은 선정적인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에 대한 다양한 기준으로의 접근이 가능해졌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게임계에서도 이런 바람이 불어야 할 때다. 혹자는 필자가 개발 현장에서 느끼고 있었던 사회적 기준이 일종의 '자격지심'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개발자가 그렇듯 나 또한 별 저항 없이 이런 사회적 기준이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사회적 기준 변화에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거나 정면돌파 함으로써 자부심을 스스로 키우고, 새로운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 감으로써 더 진보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당당하게 표현하고 당당하게 즐기는 것이 필자와 동료들에게 당면한 제일 큰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필자 역시 'A3'의 개발은 사회적 기준에 저항하기 위한 작은 시도였고 그 시도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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