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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래의 놀이문화는?

 

오늘날 게임이라는 산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여러 가지로 다 변화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PC게임부터 시작해서 온라인게임, 아케이드 게임, 비디오게임, 모바일 게임 등이 그렇다. 온라인 게임만 하더라도 겜블러게임, 보드게임, 플래쉬 게임, MMOG, 대전 게임, 캐주얼 게임 등 정말 장르들이 나와 있다. 내용을 따라 구분해보면 더욱 다양하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장르 속에서 장르 파괴며 형식 파괴까지도 거론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휴대용 네트웍 게임기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참 많이 변했다.
8비트 비디오 게임기가 지배하던 시절에 게임을 처음 접했던 나로서는 이러한 다양한 게임과 다양한 플랫폼, 다양한 장르 속에서 도대체 어떤 것을 골라 즐겨야 할지조차 알 수 없어지곤 한다. 다양한 미로가 있고 그 미로 속에서 적절한 가이드 없이 헤매는 실험용 몰모트가 된 듯한 기분이다.
게임산업이 발전을 거듭하다 보니 게이머들에게 이런 적절한 가이드가 없는 채로, 각 플랫폼별 장르별로 가이드가 불분명한 채 (약간의 과장을 섞는다면) 마구 쏟아지고 있다. 거의 매달 대작들이 오픈되고 시즌별로 10개 이상의 타이틀들이 게이머들에게 낙점 받고자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보드 게임을 위주로 한 게임 포탈도 10여개가 넘는다. 게이머들에겐 정말 잠시도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은 게임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사라져 간다.
물론 그 중에는 그렇지 않고 몇 년 동안을 계속해서 사랑받는 게임도 있다. 어느덧 게임 개발이나 마케팅에 있어서 거의 정석처럼 굳어진 게임들도 있다. 그리고 이미 게임 개발이나 마케팅이 운이나 마케팅적인 특수성을 믿고 ‘감(?)’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게임산업은 이제 일반 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이 있고 나름대로의 마케팅법칙을 만들어 갈 만큼 산업으로서의 틀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최근 새로 출시되는 게임이나 퍼블리싱을 의뢰하는 게임들을 보다 보면 하나의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도대체 이 게임의 타겟이나 경쟁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이다. 나름대로 몇 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 하나를 뜯어보면 나름대로 훌륭하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미 출시되어 있는 게임의 모방이나 따라하기. 또는 약간의 아이디어를 첨가해 우수성이라고, 변별력이라고 과 포장하려는 경향도 엿볼 수 있다. 나름대로 고민스럽다. 타겟이나 경쟁해야 할 대상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궁극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 인구가 2,640만여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명으로 잡는다면 절반이 넘어가는 수치다.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인구를 대충 추산해 거기서 빼본다면 거의 2/3가 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즐기고 게임에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타겟이 된다. 그런데도 아직도 시장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플랫폼의 확대나 크로스 오버 등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게 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이나 게임은 선택이 아닌 생활의 필수가 될 것이다. 현대인들이 이제 ‘독서’나 ‘운동’을 선택이나 취미가 아닌 ‘필수’또는 ‘생활’ 그 자체로 인식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계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따라하기로 이미 시장을 선점한 타게임사의 유저를 빼앗아 올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핵심을 들여다 보면 별다른 게 없는 ‘노가다’일 뿐인데 2D를 3D로 바꾸어서 또는 종을 횡으로 바꾸어 놓았음으로 그 게이머들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이미 검증된 게임성과 이미 검증된 시장에 대해 타겟에 대해 욕심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또, 매력적인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선점된 시장에서 고객을 가져오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그 고객들이 이미 성취한 기득권이나 여러 요소들을 제공해주기란 어려운 일이다. 아니 정말 거의 불가능하다. 대작이라 예상되고 세간을 시끄럽게 하던 게임들이 우리 주위에서 쓸쓸히 사라져 가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았다.
이제 시장에 대한, 경쟁상대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
게임은 놀이다. 물론 인간은 놀 줄 아는 동물 중의 하나이고 놀이가 없다면 인간은 정말 굉장한 스트레스로 평균 수명이 현저히 짧아질 것이다. 놀이는 선택인 듯 하지만 인간 문화의 필수 요소인 것이다. 놀이의 종류는 정말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아주 어렸을 적 즐겨했던 딱지치기, 구슬치기부터 시작해서 가위바위보에 예비군 훈련가서 하던 동전 던지기. 좀 더 확대해 본다면 영화나 레저스포츠, 그냥 단순한 대화까지도…
게임의, 게임산업의 진정한 경쟁은 이런 타분야의 놀이들이다.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한 영화산업,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생활’로 인식이 바뀐 레저 스포츠. 날로 악화되고는 있지만 엄청난 시장인 음악. 방송 등등. 우리가 진정 싸워야 할 대상이다. 게임은 아직 이런 산업들에 비해 덜 여물었다. 시장은 커졌지만 업계에 있는 사람들의 시각은 아직도 막 붐이 일기 시작하던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 하다. 따라하기나 뺏어오기가 우리의 전략이 될 수는 없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더 다양한 이 시대의 놀이 전반이고 우리의 타겟은 타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이 아닌, 영화를 보는, 음악을 듣는, 방송을 보는, 그리고 레저를 즐기고,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런 놀이 문화 속에서 게임을 어떻게 위치시키느냐가 우리가 할 일이다.
개인적으로 우리의 전망은 밝아 보인다. 기술의 고속 발전으로 게임은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가능하게 했고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의 크로스 오버로 게임은 미래의 놀이 문화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우리가 차근차근히 준비해야 할 때다. 게임업계라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할 때다. 그것이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

(200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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