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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자본에 `갇힌 게임`, 문화로 `여는 게임`"

 

장태성 부룩소 마케팅 본부장
금년 초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트레일러 배틀(trailer battle)'이란 독창적 형식의 '스펠메이지'를 선보이며 온라인게임 업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게임 마케팅에 종사하는 지인들이 있어 소주 한 잔에 조언을 구하다 보면 게임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마주하게 된다.

게임성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평가를 줄 수 있으나, 시장성에 있어서는 평가를 보류하고 싶단다. 이유인즉 일단 장르부터가 낯설고 일반적인 트렌드에 벗어나 있으며 현금 거래 가능성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퍼블리셔에 의존하는 마케팅이 아닌 자체 역량의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하면 고개부터 가로 젓는 이들이 태반이다.

우리는 진정 무모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걸까? 독창적인 장르에 품격 있는 메시지를 담은, 사회 순기능적인 게임이 이 땅에 설 자리는 없는 걸까? 한 개발사가 마케팅의 최일선에서 게임 유저와 만나 호흡하고 기쁨을 나누며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것인가?

▶탄핵정국에 비추어 본 게임 현실

탄핵정국이 갈수록 재미있다. 현직 대통령을 하룻밤 사이에 쫓아낸 서슬 퍼런 기세의 거대 야당이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도 재미나고, 입안 가득 웃음이 터지는 것을 억지로 틀어 막으며 표정관리에 여념 없는 자칭 정신적 여당의 모습도 재미난다.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집단이야 그 안됐음은 말해서 무엇하랴. 도대체 무엇이 이들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가리게 했던 것일까?

이들이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렸던 정치인 한 명의 전략 전술 때문에 절대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하게 된 것일까? 정치판은 한 치 앞도 보기 힘들다고 하는 데 작금의 상황은 전혀 예측 불가능 했던 것일까? 거대 야당 스스로 권력 지향의 정치 인식에 갇혀, 시민사회 지향의 참여 인식이 열리고 있는 것을 애써 외면한 결과는 아닐까?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의 상황이 탄핵정국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 것은 과점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한 증권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 200여 업체 중 상위 5개사가 매출의 75%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기형적 형태의 시장 상황에서 올해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은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한다.

이는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의 문화적 토양이 경쟁국들에 비해 잘 갖추어져 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부 업체에 의해 다양한 장르의 출현이 태생부터 봉쇄되고, 공급자 위주의 시장 질서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 일부 업체들이 수익이 검증된 장르의 게임에만 주력한다거나, 획일화된 보드 게임 위주의 서비스에 치중하고 있는 점들이 이를 입증한다.

권력지향의 정치인식에 갇혀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한 거대야당처럼, 자본인식에 갇혀 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게임을 원하는 게임 유저들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게임업계 전체가 '밖으로부터의 역풍'에 휩싸일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문화인식으로의 접근을 통한 게임 개발과 마케팅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새로운 실험과 도전

국내 온라인 게임이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은 우리에게 IT 인프라와 게임 운용 경험 및 기술적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어쨌든 기술이란 것은 언젠가는 전파되게 되어 있다. 따라서 기술적 우위만을 믿고 자만한다면 몇 해 안 가서 주변국들에게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온라인 게임은 문화 상품인 만큼 궁극적으로는 창의력에 바탕을 둔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본다. 영화 산업에서 헐리우드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이유는 다만 기술의 우위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자본을 조달하고 제작하고 마케팅 하는 잘 조직화된 무형의 시스템이 오늘날의 헐리우드를 지켜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온라인 게임의 세계적 메카가 되려면 새로운 게임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그것을 평가하여 자본이 제대로 투자되고 또 고급 인력이 양성되는 시스템 전반이 잘 갖추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온라인 게임의 기술적 경쟁력은 이러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우리에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약진을 보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아 보인다.

'자본인식에 갇힌 게임'에서 '문화인식으로 여는 게임'으로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만이 국내 게임 유저들의 계속된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며, 점차 공고해지는 중국의 빗장도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장태성 부룩소 마케팅본부장 tssjang@burux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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