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게임을 직접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는 것은 게임사에게 기대되는 기본적인 역할이지만 이미 세상에 나왔음에도 여러 이유로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한 작품을 다시 살펴보고, 그 안에 남아 있는 가능성을 새로운 이용자에게 연결하는 것 역시 퍼블리셔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데이터 기반의 게임 검토 과정과 오랜 라이브 서비스 경험을 활용해 아직 잠재력을 충분히 펼치지 못한 게임을 발굴하는 넥슨의 신규 퍼블리싱 브랜드 ‘셀렉트 올(select all)’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셀렉트 올은 작품이 보유한 게임성과 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시장 전략 수립부터 현지화와 출시 준비, 장기적인 라이브 서비스까지 개발사와 함께 추진하는 파트너십형 퍼블리싱 프로젝트로 대규모 자본이나 높은 인지도를 갖추지 못한 국내외 개발사의 작품이라도 고유한 경쟁력과 발전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새로운 시장과 이용자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화제성이 검증된 대형 작품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면 넥슨의 이름으로 서비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셀렉트 올의 첫 타자로 7월 23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빌리빌리의 서브컬처 수집형 RPG '히간: 이루실'은 실제로 지난 2023년 글로벌 시장에 먼저 출시됐으며 이후 게임성과 캐릭터를 전면적으로 손본 2.0 리메이크 버전을 중국과 중화권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
셀렉트 올의 방향성을 처음으로 증명하는 부분에 있어서 분명 신선함만 놓고 보면 불리한 선택일 수 있다. 이미 한 차례 시장의 평가를 받았고 이용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만족하거나 이탈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셀렉트 올이라는 브랜드의 역량을 확인하기에는 이보다 적합한 작품도 드물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은 출시 전까지 장점과 문제점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지만 ‘히간: 이루실’에는 이미 실제 서비스 과정에서 축적된 이용자 반응과 운영 데이터가 있다. 무엇이 이용자를 끌어들였고 어느 지점에서 플레이가 끊겼는지 확인한 뒤 개선 방향을 세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히간: 이루실’의 국내 출시는 단순한 해외 게임의 재출시보다 넥슨의 퍼블리싱 역량을 시험하는 과정에 가깝다. 게임의 기존 장점은 살리면서 과거 서비스에서 드러난 진입 장벽과 성장 피로도를 줄이고 한국 시장에 맞는 운영과 소통을 더해야 비로소 셀렉트 올이라는 브랜드의 존재 이유가 완성된다.

‘히간: 이루실’은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다크 판타지 세계에서 플레이어가 극단의 단장이 되어 동료들과 낙원을 되찾는 여정을 그린다.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캐릭터에게 카드 형태의 스킬 명령을 내리는 하이브리드 전투를 채택했으며, 캐릭터의 배치와 스킬 사용 순서에 따라 전투 양상이 달라지는 구조를 갖췄다.
캐릭터를 단순한 전투 유닛이 아니라 무대 위의 배우처럼 보여주는 연극적 연출도 작품의 개성을 구성한다. 전투 도중 삽입되는 화려한 스킬 컷신과 카메라워크, 외형과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캐릭터 디자인은 수집형 RPG에서 요구되는 시각적 매력을 뒷받침한다.
2.0 버전에서는 이러한 장점을 남겨둔 채 캐릭터와 게임성을 전반적으로 손봤으며, 반복 플레이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치형 성장 요소도 더해졌다. 직접 조작과 전략이 필요한 전투에서는 이용자의 개입을 요구하면서도 일상적인 재화 수급과 육성에서는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이다.
가능성을 감각만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이 과거의 결과와 개선 이후의 변화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히간: 이루실’은 셀렉트 올이 내세운 데이터 기반 검토 모델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셀렉트 올이 찾아낸 가능성이 실제 한국 이용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는 미지수에 가깝다. 데이터에 기반한 솔루션만이 오롯이 작품을 대신 완성해 주는 것은 아니며 분석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실제 게임 안에서 이를 고치고, 국내 이용자에게 다시 한번 선택받을 만한 형태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히간: 이루실의 결과는 앞으로 셀렉트 올이 선택할 게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히간: 이루실’이 첫 타자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다면 처음부터 대규모 자본과 인지도를 갖추지 못했더라도 확실한 개성과 개선 의지를 보유한 해외 작품들에게는 또 다른 국내 진출 경로가 열릴 수 있으며, 국내 게임사의 작품들도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모든 시장의 이용자 성향을 분석하고 현지 운영 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운 중소·중견 개발사라면, 넥슨이 보유한 데이터 분석과 라이브 서비스 경험을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이미 완성된 성공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작품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개발사와 함께 문제를 고쳐 새로운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은 퍼블리셔의 안목과 운영 능력이 모두 필요한 일이다.
오는 7월 23일 막을 올리는 것은 ‘히간: 이루실’이라는 극단만이 아니다. 데이터와 라이브 서비스 경험으로 흙 속의 가능성을 찾아내겠다는 넥슨 셀렉트 올의 첫 무대도 같은 날 시작된다.
과연 넥슨의 첫 번째 선택은 한번 막을 내렸던 작품에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줄 수 있을까? 그 답은 이제 한국 이용자들의 선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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