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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놀던 조각을 '영혼'의 '인연'으로 묶었다 '붕괴: 넥서스 아니마' 진화 테스트

 

 
'붕괴: 넥서스 아니마'는 전작인 '붕괴: 스타레일'의 2주년 콘서트에서 처음 공개된 당시부터 호요버스가 선보이는 또 다른 '붕괴 시리즈'이자 '아니마'를 수집하고 육성하는 몬스터 컬렉팅 게임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었다.
 
기존 붕괴 시리즈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활용하면서도 탐험과 수집, 오토배틀러, 분기형 임무를 전부 엮어낸 독특한 구성을 내세운 만큼, 실제 플레이에서 이 요소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맞물리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고 이번에 진행한 '진화 테스트'는 이러한 궁금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과연 넥서스 아니마는 '붕괴'라는 이름에 걸맞은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었을까? 이번 리뷰에서는 진화 테스트를 직접 플레이하며 느낀 재미와 가능성 그리고 정식 서비스에 앞서 반드시 다듬어야 할 아쉬운 부분을 가감 없이 살펴봤다.
 

 
오토배틀러에서 몬스터 컬렉팅 그 다음엔 오픈 필드까지
무려 3번이나 꺾이는 변화구
 
'붕괴: 넥서스 아니마'는 사실 많은 종류의 게임을 플레이해본 사람들도 한마디로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기묘한 첫인상을 심어줬다.

귀여운 생명체를 발견하고 수집한다는 점에서는 전형적인 몬스터 컬렉팅 게임처럼 보이지만, 전투는 턴제 배틀 대신 여러 아니마를 배치해 싸우게 하는 오토배틀러 방식을 따른다. 여기에 3D 공간을 돌아다니는 탐험과 육성, 다양한 해결 방법을 제공하는 분기형 임무까지 더해졌다.

각각의 요소를 따로 놓고 보면 익숙하고 분명 매력적이지만 문제는 서로 다른 방향의 콘텐츠를 하나의 게임 안에 넣었을 때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느냐였고, 실제로 이전에 진행한 첫 CBT '인연 테스트'에서는 탐험과 수집, 오토배틀러, 분기형 스토리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다는 평을 받았었다.

반면 이번 ‘진화 테스트’에서는 각각의 조각들이 ‘아니마와의 인연’이라는 중심축을 따라 하나의 플레이 순환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필드에서 아니마를 만나고, 인연을 맺고, 육성한 뒤 전투와 탐험에서 다시 활용하는 구조가 한층 선명해졌다.
 
프레임 단위로 해체 분석하면 이런 흥미로운 장면도 제법 있어서
떡밥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어그로가 끌릴 구석이 있다

가장 먼저 달라진 부분은 이야기의 무게다. 첫 테스트가 아야 마을의 일상과 아니마와의 만남을 비교적 가볍게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주인공인 '유폐된 차원 여행자'가 추격을 피해 다른 차원으로 탈출한다는 명확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원리'와 '참주', '붕괴'처럼 향후 세계관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개념도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제시된다.

주인공의 자유로운 외형 설정이 사라지고 두 종류의 고정된 외형이 제공되는 변화는 다소 아쉽지만 대신 고정된 주인공을 중심으로 연출과 대사를 정교하게 구성할 수 있게 됐으며 초반부 애니메이션과 사건 전개도 첫 테스트보다 한층 밀도 있게 바뀌었다. 플레이어가 누구이며 왜 모험을 시작해야 하는지를 비교적 빠르게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개선이다.
 
블삼촌이 이를 갈며 죽이려고 쫓아오는 것을 보니
정식 오픈때는 주인공 이름을 단항 내지는 단풍으로 짓는게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넥서스 아니마의 스토리는 ‘붕괴’ 시리즈가 오랫동안 활용해온 세계관 구조와 스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붕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허수의 나무’에서 갈라져 나온 수많은 가지와 세계가 각기 다른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왔다. 같은 근원을 가졌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하며 익숙한 외형과 상징을 공유하는 이른바 ‘평행동위체’ 개념을 통해 기존 캐릭터를 새로운 방식으로 변주해왔다.

이러한 구조는 넥서스 아니마에서도 유효하다. 다른 붕괴 시리즈 작품을 플레이한 이용자라면 인물과 소품, 연출에 숨겨진 의미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익숙한 캐릭터가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강한 몰입감과 감정적인 고양을 느낄 수 있다. 흔히 말하는 팬들의 ‘뽕이 차오르는’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에 유리한 구조인 셈이다.
 
키아나를 상징하는 동물이 고양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엠버클로의 디자인은 방향성이 명확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레이드와 키아나를 연상시키는 스토리 내 첫 등장 연출이다. 블레이드가 처음 존재감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그가 직접 얼굴을 비추지 않았지만 '붕괴: 스타레일'에서 그의 상징으로 나타난 지리검과 피안화가 등장한다. 캐릭터를 노골적으로 보여주지 않고도 기존 이용자라면 즉시 정체를 짐작할 수 있도록 시각적 자극만으로 존재감을 전달한다.

키아나 역시 본인이 직접 등장하기에 앞서 파트너 아니마 '엠버클로'를 통해 먼저 존재가 암시된다. 엠버클로는 불꽃을 형상화한 대검과 망토를 사용하며 전체적인 실루엣과 연출은 '붕괴 3rd'의 신염의 율자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덕분에 신규 이용자에게는 앞으로 만나게 될 인물과 아니마에 대한 호기심을 제공하고 기존 팬에게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상징을 조합해 다음 전개를 추측하는 재미를 줄 수 있었다. 붕괴 시리즈가 지금껏 축적해 온 설정과 캐릭터 자산을 활용하면서도 신작만의 세계와 이야기 안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었다는 인상을 줬기에 여전히 스타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이 굉장히 세련되다는 느낌을 줬다.
 
일단 수집한 아니마의 종류가 많아야 대응할 수 있는 필드 기믹도 많아지는 구조라
최소 1마리씩은 모아야하는 아니마 수집의 당위성을 채워준다
 
활공을 제공하는 레피나멜, 슈퍼점프를 제공하는 멍푸딩처럼
기동성과 관련된 아니마는 최대한 빨리 잡는 게 좋다

진화 테스트에서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아니마가 단순한 전투용 말이나 도감 항목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아니마는 배틀에서 승리해 인연을 맺는 것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임무, 특정 콘텐츠의 반복 도전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인연을 맺은 뒤에는 직접 이름을 지어주거나 함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으며, 특정 조건에서는 다른 색상과 외형을 가진 희귀 개체 ‘크로마 아니마’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종류의 아니마를 다시 만나는 의미도 커졌다. 개체마다 체력이나 공격 속도 등에 영향을 주는 ‘경향’이 존재하고, 같은 아니마와 반복해서 인연을 맺으면 단계별 패시브 효과인 ‘인연 유대’를 해금할 수 있다.

동일한 종류의 아니마라도 경향과 육성 상태에 따라 다른 역할을 맡길 수 있어, 도감을 한 번 채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적합한 개체를 찾는 수집 동기가 생긴다.

이번 테스트의 이름이기도 한 ‘진화’는 이러한 애착 형성에 마침표를 찍는다. 일부 아니마는 도전 과제를 수행하고 레벨과 시너지를 높이면 외형이 크게 달라진 진화체로 성장한다. ‘에이펙스 클럽’에서는 특정 개체를 ‘스타 아니마’로 강화해 잠재력과 스킬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새로운 아니마를 얻을 때마다 기존 개체를 교체하는 구조가 아니라, 마음에 든 아니마를 장기간 육성하고 함께 활동할 이유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역이나 개체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있지만
야생 아니마는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라 아기자기한 재미가 굉장히 좋다
 
필드 기믹을 수행하고 있는데 아무런 맥락 없이 와서 마술 쇼를 보여주고
꽃을 주는 모습이 묘하게 웃기면서도 귀엽다

'붕괴: 넥서스 아니마'의 수집 요소는 전투와 직결된다. 필드에서 인연을 맺은 아니마는 곧바로 오토배틀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되며 각 아니마가 보유한 원리와 특성, 역할을 조합해 시너지를 만들고 상대의 배치와 약점에 맞춰 출전 구성을 바꿔야 한다. 필드 탐험은 단순히 상자를 열고 도감을 채우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전략 카드를 확보하는 과정인 셈이다.

전투에서 인간 캐릭터의 존재감도 커졌다. 첫 테스트에서는 캐릭터가 장비와 패시브 효과를 제공하는 보조 요소에 가까웠지만, 진화 테스트에서는 아니마 조합을 강화하는 효과와 전황에 개입하는 액티브 스킬을 함께 가지게 됐다.

스킬 발동 시에는 별도의 연출도 적용돼, 캐릭터가 단순한 메뉴 화면의 초상화가 아니라 전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트레이너’에 가까운 역할을 맡는다.

문제는 전략을 준비한 뒤 실제 전투가 시작됐을 때다. 배치와 조합, 액티브 스킬의 사용 시점을 고민할 여지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투가 자동 진행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며 상황을 뒤집는 손맛은 제한적이다.

상대의 조합을 확인하고 카운터를 준비하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전투가 시작된 뒤에는 관전의 비중이 높다. 현재 공개된 PvE 콘텐츠의 난도 또한 전반적으로 높지 않아 복잡한 시너지와 배치를 깊이 연구하지 않아도 진행이 가능하다.

반대로 가볍게 조합을 구성하고 귀여운 아니마들이 싸우는 모습을 감상하려는 이용자에게는 낮은 조작 부담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오토배틀러라는 장르적 특성에 대한 호불호가 작품 전체의 평가를 크게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깨물이를 조작하여 교실을 정리하는
이 미니 이벤트를 수행하지 않으면
 
갇혀 있는 아니마를 찾아달라는
특정 스토리 분기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
 
진짜 차별점은 ‘잡은 아니마를 어떻게 쓰느냐’다 진화 테스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콘텐츠는 오히려 정규 전투가 아닌 분기형 임무였는데 일부 스토리 임무에서는 정면으로 적을 쓰러뜨리는 것 외에도 아니마의 능력을 이용해 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문이 잠겨 있다면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아니마를 활용하고, 강한 힘을 지닌 아니마로 벽을 부수거나 슈퍼 점프 능력을 이용해 건물 뒤편에서 목표 지점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

같은 목표를 두고 전투와 탐색, 대화, 아니마의 특수 능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선택에 따라 진행 경로나 결과가 달라지는 임무도 존재한다.

이 구조는 넥서스 아니마가 다른 수집형 작품과 구분되는 가장 강력한 지점이다. 아니마를 많이 보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능력을 지닌 아니마와 인연을 맺었느냐에 따라 새로운 선택지가 열린다. 수집이 전투력 상승과 도감 완성뿐만 아니라 실제 모험의 자유도로 이어지는 셈이다.

아야 마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생태 묘사도 이러한 방향을 뒷받침한다. 배달 중 행인과 충돌해 음료를 쏟는 아니마나 체육관에서 힘을 겨루는 아니마처럼 작은 사건들이 마을 곳곳에서 벌어진다.

상점 운영을 돕도록 아니마를 파견하는 생활 콘텐츠도 마련돼 있어, 아니마가 전투를 위해 존재하는 생물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인상을 준다.
 


엄연히 아니마가 알파고 오메가인 게임이라서
인간 캐릭터를 칭하는 심상은 전투 내에서 보조 역할로 밀려난다

진화 테스트를 통해 드러난 ‘붕괴: 넥서스 아니마’는 단순히 호요버스가 만들었을 뿐인 몬스터 컬렉팅 게임이 아니었다.

귀여운 생명체를 모으며 넓은 3D 필드를 탐험한다는 외형은 익숙하지만, 그 안쪽에는 조합과 배치를 중심으로 한 오토배틀러, 인간 캐릭터의 액티브 스킬, 아니마의 탐험 능력을 활용하는 분기형 임무가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수집한 아니마가 전투 덱과 필드 이동, 임무 해결 방법을 동시에 확장한다는 설계는 작품의 분명한 개성으로 완성됐으며 예나 지금이나 세련된 방식의 스타 시스템 활용은 기존 팬에게는 알아보는 즐거움과 감정적인 고양을 신규 이용자에게는 정체가 궁금한 인물과 사건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지점이다.
 
일단 온갖 고유명사를 때려박고 나중에 설명을 해주기는 하는데
궁금증이나 흥미를 쉽게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전체적인 스토리, 특히 극초반부는 떡밥이 무성한 것에 비해 다소 난해하고 정신없다는 인상을 준다. 초반부터 원리와 참주, 차원 여행자 등 여러 고유명사와 설정이 연달아 등장하지만 플레이어가 당장 무엇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중심 목표는 상대적으로 흐릿하다.

전작들과 비교하면 이러한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붕괴 3rd'는 인류와 문명의 멸망을 바라는 거대한 의지인 '붕괴' 그리고 그 단말인 '율자'에 맞서 싸운다는 구도를 초반부터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했고 '붕괴: 스타레일' 역시 '개척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뭇별이 이끄는 여정'이라는 주제와 방향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해당 세부 설정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용자는 인물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어디로 향하는지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넥서스 아니마는 여러 차원과 가능성, 참주와 원리, 아니마를 둘러싼 비밀을 빠르게 펼쳐놓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는 목표나 주제의식이 초반에는 선명하게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오픈 필드 파트의 완성도와 연출은 굉장히 좋다
심지어 TV에서 나오는 영상 내용에 따라 소리가 나오고 거리에 따라 음량 변화도 생기는 섬세함이 일품이다

물론 아야 마을에 진입한 이후부터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 아니마와 인연을 맺고 마을의 사건을 해결하면서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이 구체화되고, 이야기 역시 일상적인 사건과 캐릭터 관계를 중심으로 안정된다. 따라서 이는 전체 스토리의 문제라기보다 극초반부의 정보 전달 방식에 국한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브컬처 게임에서 극초반 몇 시간 동안 이용자를 매료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면 가볍게 넘기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방대한 세계관과 수많은 고유명사를 먼저 소개하기보다 플레이어가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사건과 목표를 제시한 뒤 설정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조정이 필요하다.
 
아니마와 일상을 함께하는 생동감 있는 플레이랑 전투의 재미는 어느정도 확보됐으니
스토리만 조금 더 다듬으면 충분히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

첫 테스트가 여러 장르의 가능성을 한자리에 펼쳐놓은 실험에 가까웠다면, 진화 테스트는 그 가능성을 실제 게임의 형태로 묶기 시작한 단계다. 아니마의 경향과 유대, 진화와 크로마 시스템은 수집과 육성에 목적을 부여했고, 분기형 임무는 아니마의 특성을 세계와 연결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스템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련한 탐험과 수집, 전략 전투와 스토리 가운데 무엇을 중심에 놓을 것인지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다.

플레이어가 자신이 인연을 맺은 아니마와 함께이기에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익숙한 붕괴 시리즈의 인물과 상징을 새로운 가능성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 이 두 가지 경험을 얼마나 오랫동안 새롭게 제공할 수 있느냐가 넥서스 아니마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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