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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G, HLE 꺾고 2026 MSI 결승 선착… LCK 마지막 희망은 하위 브래킷으로

 

 
9일,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202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브래킷 스테이지의 상위 브래킷 마지막 경기인 결승 진출전이 진행된다.

이번 결승 진출전의 대진은 LCK 1번 시드 한화생명e스포츠(HLE)와 LPL 1번 시드 빌리빌리 게이밍(BLG)이다. 이번 경기의 승자는 그랜드 파이널로 직행하여 우승까지 단 한 걸음만을 남겨두게 되며, 반대로 패자는 당장 탈락하지는 않지만 하위 브래킷 결승으로 내려가서 다시 한 번 생존전을 치러야 하는 만큼 일정, 체력, 밴픽 준비 측면에서 이번 맞대결의 중요도는 결승전 못지않다.

HLE는 이번 대회에서 LCK 1번 시드다운 안정감과 폭발력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브래킷 스테이지 내내 높은 수준의 라인전 체급과 중후반 한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이어왔으며, 전날 T1이 하위 브래킷에서 탈락하면서 LCK 팀 중 유일하게 생존한 상황이 된 만큼 HLE는 이제 LCK의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결승 직행에 도전하게 됐다.
 
상대인 BLG는 2026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FST) 우승팀이자 LPL을 대표하는 강호다. FST 우승을 통해 LPL 2시드의 MSI 브래킷 스테이지 직행권을 만들어낸 팀이기도 하며 이번 MSI에서도 강력한 교전력과 빠른 템포의 운영으로 상위 브래킷 결승까지 올라왔다. 특히 LCK 팀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는 난전 유도와 적극적인 교전 선택은 HLE가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관전 포인트는 결국 초중반 주도권과 오브젝트 교전이다. HLE식 승리 플랜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빈번한 카운터 정글과 초중반 난전 그리고 여기서 얻은 이득을 바탕으로 하는 부유하게 게임을 리드하는 라인전 운영을 지금까지는 막아내는 팀이 거의 없었지만, LPL은 극단적으로 교전력에 특화된 리그 컬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고점의 BLG가 보여준 폭발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떄문에 결승 직행 티켓과 LCK·LPL의 자존심이 동시에 걸린 이번 상위 브래킷 결승은 2026 MSI 우승 후보의 윤곽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낼 승부가 될 전망이다.
 


■ 상위 브래킷 3라운드(결승 진출전) HEL vs BLG
 
 
1세트에서는 양 팀 모두 플랜 B가 없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공세에 치중된 속도전 조합을 들고 나왔고 실제로도 극단적인 게임 양상이 나와버렸다.
 
HLE는 늘 하던대로 카나비(서진혁)을 앞세운 카운터 정글링과 난전 유도를 통해서 이득을 당겨오려는 시도를 했고 실제로 제카(김건우)의 요네는 역상성인 나이트(줘딩)의 아칼리를 상대로도 초반 리드를 가져오면서 마음 편하게 적 정글에 침입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벌어진 4:4 교전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온(러원쥔)이 극초반 교전에 매우 강력한 쉔의 스킬셋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나피리를 포커싱해서 터뜨리는데 성공했고 나피리가 들고 있던 쌍버프가 하필이면 나이트의 아칼리에게 넘어가면서 추격전 끝에 딜라이트(유환중) 역시 사망하고 말았다.
 
 
나이트의 아칼리가 성장에 탄력을 받은 것만으로도 HLE에게는 꽤나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이후 쉰(펑리쉰)이 역으로 카운터 정글링을 틀어막는 과정에서 자르반이 가두고 쉔이 도발을 연계한 뒤 카시오페아가 늪으로 점멸 탈출을 봉쇄하는 BLG의 세트 플레이가 빛을 발하면서 HLE의 바텀 듀오가 순식간에 터져버렸고 이를 기점으로 BLG가 일방적으로 HLE를 두들기며 25분만에 넥서스를 터뜨리는데 성공한다.
 
한편, 비원딜 숙련도에서 정평이 난 바이퍼(박도현)의 카시오페아는 온의 쉔이 도발을 적중시키면 강제로 정면을 바라보는 판정을 활용해 칼같이 궁극기인 석화의 응시를 연계하며 변수를 차단했다. 덕분에 HLE는 대규모 교전에서 매우 영향력이 강한 궁극기인 이퀄라이저 미사일, 운명 봉인, 지옥 화염 폭탄을 들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저항이 어려웠다.
 
 
2세트에서도 BLG의 날카로운 밴픽이 빛났다. HLE가 바드를 틀어막고 카밀 서포터를 선픽하는 속도전을 구사하는 것은 대부분의 LCK 팀이 버거워하는 필승 플랜에 가까웠지만 근거리 힘싸움에 매우 강한 암베사와 라이즈로 맞불을 놓는 것은 물론 HLE의 브루저 라인이 이동기 의존도가 매우 높은 점을 저격한 원딜 탈리야가 유효타로 들어가면서 HLE가 속수무책으로 말려버린 것이다.
 
특히 오브젝트 교전 단계에서 탈리야의 존재감은 크게 빛났다. 탈리야 하나 때문에 HLE는 카밀이 선공권을 쥐고 있어도 마법공학 최후통첩으로 먼저 점을 찍고 그 위에 애니의 티버가 덮을 수 없는 교전 구도가 강제되면서 만성적인 화력 부족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고, 잭스와 오공 또한 후진입이 손쉽게 틀어막히면서 DPS가 좋지 않은 진의 단점이 더욱 부각됐다.
 
중간중간 HLE가 상정한 것 이상의 교전력으로 BLG를 위협하는 장면도 몇번 나오긴 했지만 몸을 먼저 들이밀어야 하는 카밀의 포지션이 서포터라서 결코 솔로 라이너 수준의 탱킹력을 기대할 수는 없었고, 빈(천쩌빈)의 암베사가 하필이면 카밀의 사망으로 승전보를 터뜨리며 생존하는 장면이 나온 것이 HLE 입장에서는 특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전까지와는 반대로 3세트에서는 HLE가 밴픽 단계부터 완승을 거뒀다. BLG는 레넥톤을 위시한 초반에 강점이 있는 스노우볼링 밴픽 기조를 유지한 반면 HLE는 전반적으로 건실하게 라인전을 가져가면서 성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밴픽 기조를 수정했는데 마지막에 제우스에게 문도 박사를 쥐어주는 선택이 승리에 쐐기를 박는 역할이었다.
 
선픽 카드로 나온 멜 입장에서는 제우스가 으레 뽑던 칼챔 대신 예상 밖의 답안지를 던져버리면서 스킬 반사를 통해 얻는 이득이 크지 않아 밸류가 굉장히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스카너 하나에 팀 전체의 탱킹 비중에 지나치게 쏠려버린 탓에 트런들 또한 지나치게 맛있는 픽이 되어버렸다.
 
특히 카나비는 늘 그렇듯 대놓고 카운터 정글링 위주로 게임을 풀어가며 쉰의 위치를 찾아준 덕분에 문도의 성장을 막는 것도 쉽지 않았고 덕분에 레넥톤을 가진 팀에서 오히려 유충과 전령 주도권을 내어주는 기이한 게임 구도가 만들어져버렸다. 
 
심지어 드래곤의 영혼마저도 화학공학으로 완성되어버리면서 문도 박사와 트런들의 탱킹력은 BLG의 딜러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게 되어버렸고 든든한 앞라인을 세운 제카의 빅토르가 레이저를 그으면 BLG가 혼비백산하여 퇴각하는 구도가 되며 HLE가 31분만에 넥서스를 부수는데 성공한다.
 
 
 
HLE가 3세트와 마찬가지로 비원딜 매치업을 포기하고 서포터가 잠시라도 라인을 비우면 상대 바텀을 박살내겠다는 심산으로 노틸러스를 꺼내는 강수를 뒀지만 대회 내내 필밴 카드로 꼽히는 오리아나가 나이트에게 넘어가버렸고 이는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수가 되어버렸다.
 
특히 BLG의 챔피언 구성은 교전 단계에서 실수가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생존을 도모할 수 있는 수단이 각자 최소 한개 이상은 갖춰져 있었지만 HLE는 어떻게든 사상자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교환비가 결코 맞지 않는 극단적인 공격 일변도의 챔피언 구성이었고 이것이 화근이 되어 3번째 드래곤 교전에서는 먼저 물렸다가 한번 턴을 빼준 온의 니코이 만개로 HLE의 본대를 묶어버렸고 나이트의 오리아나도 충격파를 정확하게 연계하여 HLE가 대패하면서 게임이 완전히 넘어가버렸다.
 
게임이 불리해지면서 유리한 상황에서는 게임을 굳히는 좋은 선택이 됐을 바루스의 포킹 빌드도 결과적으로 악수가 되어버렸고 제카의 오로라는 리그 내에서 챔피언의 승률을 혼자 책임진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높은 숙련도를 보여줬지만 대규모 교전 단계에서 오버파워 평가를 받는 오리아나의 밸류를 따라잡는 것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제우스의 자헨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5:5 교전에서 엄청난 탱킹과 어그로 핑퐁으로 팀을 보조했지만 조합 특성상 BLG의 전투지속력이 한수 위였고 이를 뒤집지 못하면서 BLG가 3:1 세트스코어로 FST에 이어 MSI 결승 무대로 올라가는 것이 확정됐다.
 
 

 
 
결국 이번 상위 브래킷 결승은 BLG가 왜 FST에서 우승했고 또 MSI에서도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BLG는 단순히 교전력으로만 HLE를 압도한 것이 아니라 HLE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속도전과 난전 구도 자체를 밴픽 단계부터 정교하게 겨냥했고 HLE의 필승 패턴을 무력화했다.

HLE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장기인 빠른 템포와 과감한 교전 설계가 오히려 BLG의 준비된 대응에 걸려든 점이 뼈아팠다. 카나비를 앞세운 공격적인 정글 운영, 제카와 바이퍼의 고점, 딜라이트의 이니시에이팅은 여전히 위협적이었지만, BLG는 매 세트 HLE의 핵심 진입 경로를 좁히고 후속 화력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승부처를 가져갔다. 특히 비원딜 바텀과 서포터 로밍, 이동기 의존도가 높은 브루저 조합을 둘러싼 밴픽 수싸움에서 BLG가 한 발 앞서 있었다.

이로써 BLG는 세트 스코어 3대1로 HLE를 제압하고 MSI 결승 무대에 선착하게 됐다. FST에 이어 다시 한번 국제대회 결승에 오른 BLG는 LPL 대표 강호다운 경기력으로 우승까지 단 한 걸음만을 남겨두게 됐다. 반면 HLE는 상위 브래킷 결승에서 패하며 곧바로 탈락하지는 않았지만, 하위 브래킷 결승으로 내려가 마지막 생존전을 치르게 됐다.

T1이 이미 하위 브래킷에서 탈락한 상황에서 HLE는 이제 LCK의 유일한 생존팀이다. 비록 결승 직행에는 실패했지만, 3세트에서 보여준 밴픽 수정 능력과 중후반 한타 완성도는 여전히 반등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HLE가 하위 브래킷에서 다시 올라와 BLG와의 재대결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번 패배에서 드러난 비원딜 대응과 진입 조합의 한계를 얼마나 빠르게 보완할 수 있을지는 2026 MSI 남은 일정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고 할 수 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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