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라는 소재는 언제나 매력적입니다. 과거를 바꾸고, 미래를 엿보고, 같은 순간을 반복하거나 되감는 설정은 영화와 소설, 게임을 막론하고 꾸준히 사랑받아 왔죠.
익숙한 개념이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소재로 한 게임 역시 오래전부터 꾸준히 등장해 왔습니다. 시간을 멈춰 위기를 돌파하거나, 이미 지나간 순간을 되돌려 실패를 만회하는 방식은 장르를 불문하고 수많은 작품에서 핵심 재미로 활용됐습니다. 결국 시간은 단순한 세계관의 장치가 아니라 플레이의 규칙 자체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였습니다.
크래프톤 산하 개발 스튜디오 플라이웨이게임즈의 신작 로그라이크 '어센드 투 제로(Ascend to ZERO)'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색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습니다.
어센드 투 제로에서 플레이어가 시간을 다루는 방식은 바로 '정지'입니다. 원하는 순간 시간을 멈춰 적의 공격을 피하고, 자신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활용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능력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작품 속 시간은 위기를 돌파하는 무기인 동시에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압박하는 족쇄이기도 합니다. 시간 정지를 통해 적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지만, 제한 시간이 모두 소진되는 순간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사망하고 처음부터 다시 도전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제한 시간은 단 30초입니다. 플레이어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적을 처치해 성장에 필요한 재화와 장비, 각종 아이템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렇게 모은 자원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조금씩 강화하며 이전보다 더 먼 곳까지 전진하게 되죠.
즉, 타임루프에 갇힌 주인공은 인류 멸망의 원인을 밝혀내고 동료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30초라는 짧은 시간을 수없이 반복합니다. 매번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만 주인공의 성장과 선택은 누적되고, 그 축적이 결국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어센드 투 제로는 시간을 단순한 능력이나 연출이 아닌,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고려해야하는 핵심 자원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시간을 멈추는 능력과 시간이 다하면 모든 것을 잃는 제약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어내며, 기존 로그라이크와는 다른 긴장감과 전략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죠.
어센드 투 제로는 시간 정지 및 제한 시스템 위에 비교적 직관적인 액션을 얹었습니다. 복잡한 조작으로 난이도를 높이기보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판단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설계입니다.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은 뱀서라이크 장르를 연상케 합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이동과 대시, 그리고 시간 정지만 직접 조작하면 됩니다. 공격은 기본적으로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적의 공격을 피하는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공격 대상을 직접 지정하거나 방향을 조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조작 자체만 놓고 보면 진입 장벽은 높은 편이 아닙니다. 시간을 멈출 수 있고 공격도 자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비교적 여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는 훨씬 바쁘게 흘러갑니다. 적들은 화면을 가득 메우며 탄막 슈팅 게임을 연상시키는 공격을 퍼붓고, 보스 몬스터의 광역 패턴은 플레이어를 끝까지 추적하며 정확한 타이밍에 회피하도록 유도합니다.
게임 플레이 시 가장 큰 제약인 제한 시간을 회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먼저 보스 몬스터나 네임드 몬스터 처치 시 소량의 시간을 회복하며, 시간의 흔적을 통해서도 제한 시간을 보충 가능합니다.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는 타임머신에서 이번 회차의 조건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최대 제한 시간과 시작 레벨, 공격력 등 초기 능력치를 재화를 소모해 조정할 수 있으며, '미메시스'라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제공하는 추가 혜택도 선택하게 됩니다. 미메시스의 선택지는 매 회차 무작위로 등장하며, 최대 제한 시간 증가나 시작 레벨 상승, 기술칩 지급 등 플레이 방향을 크게 좌우하는 다양한 보너스를 제공합니다.
준비를 마치면 본격적인 스테이지 공략이 시작됩니다. 전투의 핵심은 시간 정지를 적절히 활용해 아바타 스킬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특히 시간 정지를 해제하는 순간 발동되는 아바타 스킬은 강력한 화력을 자랑해 보스 몬스터를 빠르게 제압할 수 있습니다.
적을 처치하면 성장 재화와 함께 장비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장비는 해당 회차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1회성 장비와 영구적으로 보관되는 장비로 나뉘며, 여기에 캐릭터 능력치를 강화하거나 특정 부가 효과를 부여하는 기술칩, 그리고 제한 시간 회복및 증가시키는 시간의 흔적 등의 보상까지 더해지면서 매 플레이마다 성장 방향이 달라집니다. 로그라이크 특유의 즉흥적인 빌드 구성 재미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부분입니다.

이처럼 플레이어는 한 번의 도전 동안 캐릭터를 점차 성장시키며 최대한 먼 곳까지 돌파해야 합니다. 각 스테이지를 최종 클리어하면 이후에는 해당 구간부터 바로 도전할 수 있어 반복 플레이에 대한 부담도 어느 정도 덜어냈습니다.
스테이지는 초반에는 일방향 진행 형태의 맵이 등장하지면, 후반부로 갈수록 맵의 구조 자체가 복잡해집니다. 따라서 월드맵을 확인하면서 진행 루트를 설계하는 것 역시 전략적 요소로 준비된 모습입니다. 특히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시간 정지를 거스르거나 플레이어의 제한 시간을 갉아먹는 유형의 적이 등장합니다. 게다가 맵마다 다양한 기믹까지 더해지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공략 난이도가 상승하죠.


도전에 실패하면 플레이어는 지하 벙커로 돌아옵니다. 이곳은 일종의 마을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캐릭터의 기본 능력치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장비를 구입, 또는 강화하는 등 다음 도전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플레이에서 얻은 결과물로 다음 회차의 밑거름으로 활용하는 구조죠.
캐릭터도 아바타라는 형태로 다양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일정 구간까지 플레이하면 총 6종의 아바타를 해금할 수 있는데, 각 아바타는 전투 스타일과 빌드, 그리고 포지션이 다르게 구성돼 있습니다.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적합한 아바타부터, 보스 몬스터에게 효과적인 아바타, 그리고 재화를 수급하는데 최적화된 캐릭터까지,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공략 빌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빌드 구성과 성장 요소 역시 상당히 폭넓게 마련돼 있습니다. 무기는 최대 6종까지 장착할 수 있으며, 추가 능력치를 제공하는 장비인 디바이스는 최대 10종까지 착용 가능합니다. 여기에 방어구와 펫 슬롯도 각각 1개씩 준비돼 있어 다양한 조합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무기와 디바이스, 방어구는 강화를 통해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장비 획득 시 무작위로 부여되는 부가 능력치를 재설정하는 기능도 지원합니다. 또한 일회성 장비를 영구 장비로 전환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장비를 추출해 성장 재화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플레이를 통해 해금한 가젯 스킬과 영구 능력치 강화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에 맞는 빌드를 완성해 나가게 됩니다. 전투 중에는 무작위로 획득한 장비와 강화 요소에 따라 즉흥적인 전략을 세우고, 반복 플레이를 통해 확보한 영구 성장 요소로 점차 자신만의 기반을 다져가는 구조입니다.
덕분에 매 회차 새로운 변수를 만나게 되는 로그라이크 특유의 재미와 꾸준한 성장을 통해 전략을 완성해 나가는 메타 성장의 재미를 균형 있게 담아냈습니다. 단순히 운적인 요소에 의해 결과가 만들어지기 보다는, 플레이어의 선택과 장기적인 육성 방향이 공략의 핵심이 되도록 한 것 입니다.


비주얼과 사운드 역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언리얼 엔진 5로 구현한 3D 복셀 그래픽은 어센드 투 제로만의 개성 있는 아트 스타일을 완성하는 동시에,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 전투에서도 뛰어난 가독성을 제공합니다. 수많은 적과 각종 이펙트가 화면을 가득 메우는 상황에서도 적의 위치와 공격 범위를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사운드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평상시에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황량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아낸 웅장한 배경음악이 흐르지만,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강렬한 EDM풍의 사운드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며 긴장감을 끌어올립니다. 특히 빠른 전개와 반복되는 전투 템포를 리듬감 있게 뒷받침하면서 플레이의 몰입감을 한층 높여줍니다.
게이머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바로 어센드 투 제로의 출시 가격인데요. 게임의 콘텐츠 구성과 완성도를 고려하면 상당히 합리적인 수준인 13,00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게다가 출시를 기념해 2주 간 20% 할인 프로모션이 진행돼 10,400원에 만나볼 수 있으니 진입 장벽을 더욱 낮춥니다.
본편 외에도 아바타 스킨 세트 구성의 서포터팩 및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각 5,450원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본편만으로도 충분히 완성도 높은 경험을 즐길 수 있는 만큼, 로그라이크 장르를 좋아하거나 독특한 시간 활용 시스템에 관심이 있는 이용자라면 부담 없이 도전해볼 만한 작품입니다.
사실 처음 어센드 투 제로를 접했을 때는 30초라는 제한 시간 안에 스테이지를 돌파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다소 난해하게 다가왔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전투와 성장, 탐색까지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플레이를 거듭하며 게임의 구조와 시스템을 이해하기 시작하자 이러한 제약은 오히려 이 작품만의 가장 큰 재미 요소로 다가왔습니다. 제한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어떤 성장 루트를 선택하고 어떤 빌드를 완성할지를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게임의 핵심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센드 투 제로는 시간을 단순히 멈추는 능력을 앞세운 액션 게임이 아닙니다. 시간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재미를 중심에 둔 로그라이크에 가깝습니다. 시간 정지라는 직관적인 시스템과 반복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성장 구조, 그리고 다양한 빌드와 메타 성장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매 회차 새로운 공략을 만들어내는 재미를 제공합니다. 여기에 완성도 높은 복셀 그래픽과 감각적인 사운드 연출까지 더해져 플레이 내내 높은 몰입감을 유지합니다.
익숙한 시간이라는 소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점도 인상적입니다. 시간을 되돌리거나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한된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게임의 핵심 규칙으로 삼으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확실히 구축했습니다.
30초는 매우 짧은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30초를 수십, 수백 번 반복하며 조금씩 미래를 바꿔 나가는 과정은 '어센드 투 제로'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 됐습니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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