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과 솔루션 프로세스 전문기업 SAP가 북미 대표 e스포츠 구단 팀 리퀴드 에일리언웨어(Team Liquid Alienware, 이하 TL)와 손잡고 데이터 기반 e스포츠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23일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SAP X 팀 리퀴드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TL의 시니어 파트너십 매니저 톰 발크스는 SAP의 AI 에이전트 도입 배경과 실제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TL이 이미 다양한 종목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데이터 의존도가 높고 경기 구조가 복잡한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보다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는 패치 버전에 따라 게임의 규칙과 메타가 빠르게 변화하는 종목으로 신규 챔피언이 추가되거나 기존 챔피언이 리워크되는 것은 물론 세부적인 상향·하향 조정에 따라 챔피언의 우선순위와 팀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에 SAP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패치 버전, 선수별 플레이스타일, 상대 팀의 강점과 약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SAP의 솔루션은 특정 패치 환경에서 선수에게 가장 적합한 챔피언을 추천하고, 상대 팀 분석을 기반으로 승리 확률이 높은 드래프트, 즉 밴픽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된다. 이는 단순한 통계 제공을 넘어 실제 경기에서 코칭스태프가 빠르게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의사결정 지원 도구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선수 발굴과 팀 구축 역시 SAP가 강조한 주요 활용 분야다. 기존의 유망주 발굴은 높은 솔로 랭크 순위를 기록한 랭커에게 접촉하거나 선수 및 관계자의 추천을 받는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인적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선수의 잠재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에 SAP는 방대한 게임 데이터를 수집하고 면밀하게 분석해 이를 정량 지표화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단순 순위가 아닌 챔피언 숙련도, 교전 판단, 운영 이해도, 특정 상황에서의 선택 패턴 등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선수의 강점과 성장 가능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의 기반에는 SAP 하나 클라우드(HANA Cloud)가 있다. SAP는 하나 클라우드의 데이터 레이크와 머신러닝을 포함한 내장 데이터 사이언스 기술을 통해 멀티 모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의미 있는 결론을 빠르게 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를 통해 팀은 선수 개개인의 강점을 살리는 새로운 전술을 사전에 검증하고, 실제 경기 환경에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TL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건(탑 솔로 라이너 박루한 선수), 코어장전(서포터 조용인 선수), 브록사(前 프로, 現 인플루언서 마즈 브록-페데르센)의 시연을 통해 SAP 솔루션을 활용하는 실제 사례도 소개됐다.
대표적인 기능은 ‘AI 드래프트 봇’이다.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166개의 챔피언이 존재하며,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픽까지 고려하면 가능한 조합의 수는 조 단위로 늘어난다. SAP는 방대한 통계 자료를 분석해 실제 경기와 동일한 제한 시간인 27초 안에 챔피언 선택과 금지를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TL이 활용하던 ‘AI 팀 파이트 디텍션’도 주요 사례로 언급됐다. 이 기능은 대규모 교전, 통칭 한타 상황에서 선수들의 전반적인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귀환 타이밍이나 아이템 구매 습관, 반복되는 판단 패턴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기 후 피드백의 정확도를 높이고 선수별 개선 지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에서 새롭게 공개된 기능은 ‘AI 기반 음성 인텔리전스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멀티트랙 음성 커뮤니케이션 데이터를 구조화된 데이터로 전환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오디오를 텍스트로 변환하고 화자 식별과 감정 분석까지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SAP와 TL은 이를 통해 경기 중 커뮤니케이션의 질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계획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좌절감이나, 흔히 ‘틸트’라고 불리는 감정적 흔들림을 감지해 압박 상황에서도 명확한 오더와 의사결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SAP는 나아가 이 기술은 단순히 음성 기록을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팀 로스터의 호흡을 맞추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 간 커뮤니케이션 패턴, 오더 전달 구조, 위기 상황에서의 반응을 데이터화하면 코칭스태프는 보다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고, 팀은 훈련 방향을 더욱 정교하게 설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AP는 e스포츠가 더 이상 경험과 감각에만 의존하는 영역이 아니라,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고도화된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TL과의 협력은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향후 프로 e스포츠 팀의 전략 수립, 선수 육성, 경기 분석 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SAP와 TL의 협력 방향, AI 솔루션의 실제 활용 가능성, e스포츠 데이터 분석의 향후 전망을 주제로 간단한 질의응답도 진행되기도 했다.
밴픽 구도에서 팀과 선수 개인의 성향과 같이 정량 지표화가 어려운 부분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메타 해석과 같은 인게임 데이터 인사이트가 가장 중요하지만 실전에서는 '특정 선수가 특정 챔피언을 플레이했을 경우'와 같은 세분화된 데이터를 별도로 수집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으며, 비공개 연습 경기인 '스크림' 데이터 또한 상대 팀의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수집을 진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도입된 '코칭 보이스(게임 도중 코칭 스태프의 제한적인 오더 개입 가능)' 제도가 확대될 경우 SAP의 AI 솔루션 활용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북미 LCS(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를 비롯한 타 지역에서는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라 확언을 하기는 어렵지만, 추후 라이엇 게임즈와 실시간 게임 내 데이터를 얼마만큼 분석하고 활용이 가능할지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진행할 생각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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