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 시장에서 애니메이션풍 비주얼을 앞세운 이른바 '재패니메이션 스타일' 게임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언리얼 엔진 기반의 카툰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높은 진입장벽에 직면한다. 실사 렌더링 중심으로 발전해 온 엔진 특성상 캐릭터와 배경, 물 표현, 아웃라인 등 핵심 요소를 구현하기 위해 장기간의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넥슨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6)'가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판교 넥슨 사옥에서 개최됐다. 다양한 기술 노하우가 공유된 가운데, 넥슨은 언리얼 엔진 기반 카툰 프로젝트의 개발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통합 렌더링 패키지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18일 진행된 프로그래밍·비주얼아트&사운드 세션에서는 넥슨코리아 개발관리그룹 엔진팀 윤주성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차세대 카툰 렌더링을 위한 언리얼 엔진 카툰 스타터팩'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과거 넷마블에프앤씨에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의 TA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넥슨코리아 개발관리그룹 엔진팀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의 그래픽 기술을 뒷받침하고 있는 비실사(NPR) 그래픽 분야의 베테랑 전문가다.
이번 강연에서 윤주성 TA는 카툰 그래픽 게임 개발 시 발생하는 공통적인 기술적 병목 현상을 진단하고, 초기 R&D 단계를 대폭 단축하여 업무 효율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카툰 스타터팩'의 핵심 기능과 실제 적용 사례를 상세히 공개했다.
윤주성 TA는 발표 서두에서 최근 카툰 그래픽의 기준이 단순한 셀 애니메이션 표현을 넘어 최신 렌더링 기술을 적극 활용한 '재패니메이션 스타일 그래픽'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리얼 엔진이 고품질 렌더링 파이프라인과 방대한 월드 구축, 강력한 유틸리티를 제공한다는 장점 덕분에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카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실사 프로젝트의 경우 언리얼 엔진을 켜는 순간부터 고품질의 렌더링 파이프라인과 수많은 샘플 에셋이 주어져 곧바로 개발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반면 카툰 프로젝트는 캐릭터, 배경, 물 등 모든 시각적 요소의 렌더링을 처음부터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카툰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게임성을 검증하기도 전에 핵심 렌더링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한 엔진 커스터마이징에만 최소 6~12개월의 R&D 기간을 허비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리소스 생산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정작 이를 표현할 엔진 기능이 뒤늦게 구현되어 리소스를 폐기하는 악순환도 반복된다.

윤 TA는 "각 프로젝트의 기술적 R&D 결과물이 엇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공통 요소를 모은 통합 패키지 '카툰 스타터팩'을 제작하게 됐다"라며, "이를 통해 초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개발팀이 초기부터 오롯이 게임성과 아트웍을 찾아 나서는 데 집중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 가이드를 제공하고자 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프로젝트마다 새롭게 바퀴를 발명하는 대신,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미리 준비해 개발 초기 비용을 줄이자는 접근이다.
강연의 핵심은 '카툰 스타터팩'에 포함된 커스텀 셰이딩 모델과 자동화 기술의 구체적인 구현 방식이었다.

캐릭터 셰이딩에는 'Material Defined Shading Model'이 적용, 개별 머티리얼 내에서 자체적으로 셰이딩 모델을 정의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직접광 로직을 노드로 직접 작성하고, 머티리얼 아웃풋으로 간접광 데포르메를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포워드/디퍼드 하이브리드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매우 단순한 노드 변경만으로도 훨씬 풍부하고 차별화된 색감 표현이 가능해져 아티스트의 표현 자유도를 극대화했다.
배경 파트는 화면 면적이 넓고 리소스 물량이 방대해 복잡한 공정을 추가하기 어렵다. 이에 스타터팩은 두 가지 모델을 제안했다.

첫 번째 'Toon Env PBR'은 기존 Default Lit 기반의 PBR 워크플로우를 유지하면서 셀 셰이딩, 그림자 마스크, GI 틴트 컬러 등을 추가해 카툰 스타일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기존 배경 아티스트의 작업 흐름을 거의 바꾸지 않으면서도 카툰 특유의 표현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두 번째 'Toon Env NPR'은 보다 강한 스타일라이즈 표현을 위한 방식이다. 밝은 영역과 그림자 영역의 색상을 적극적으로 변형하고 스페큘러 표현까지 직접 제어할 수 있어 비사실적(NPR) 표현에 특화돼 있다.

물 표현을 위한 전용 셰이딩 모델도 공개됐다. 'NPR Water'는 언리얼 엔진의 Single Layer Water가 제공하는 고품질 반사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카툰 스타일의 변형 표현을 지원한다. 기존처럼 PBR 구조를 억지로 우회할 필요 없이 물 역시 카툰 그래픽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게 됐다.

아웃라인 제작 과정도 대폭 자동화됐다. 기존에는 모델러가 DCC 툴에서 노멀을 뒤집고 스무딩 그룹을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지만, 스타터팩에서는 스태틱 메시와 스켈레탈 메시 에디터에 기능을 추가해 체크박스만 클릭하면 대부분의 아웃라인 작업을 자동 생성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윤 TA는 "기존에는 리소스마다 수작업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카툰 프로젝트에서 반복적으로 요구되던 다양한 기능이 함께 구현됐다. 톤매퍼 추가, 특정 오브젝트만 선택 렌더링하는 기능, 캐릭터와 배경의 라이팅 파라미터 분리, 스타일라이즈드 포그, 유채화·수채화 필터, 그림자 블렌딩 구간 색상 지정, 라이트 샤프트 컬러 제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특정 오브젝트만 선택적으로 렌더링하는 기능은 기존 언리얼 엔진 내부에 존재하던 기능을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UI를 확장한 사례로 소개됐다. 발표에서는 최적화 결과도 함께 공개됐으며, 특정 상황에서 GPU 비용이 15.37ms에서 3.34ms 수준으로 감소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초기 고질적인 아트 이질감을 해결하기 위한 보조 유틸리티 기능도 대거 탑재됐다. PBR 환경의 배경과 NPR 스타일의 캐릭터 간 라이팅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캐릭터 전용 라이트 컬러 제어, 섀도우 채널 분리, 캐릭터 디렉셔널 라이트 우선순위 지정, 캐릭터 블룸 강도 조절 파라미터를 완전히 분리했다.
또한 화면 전체의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Gran Turismo 등의 신규 톤매퍼를 추가했으며, 특정 오브젝트만 골라 렌더링하는 기능을 엔진 UI에 노출했다. 윤 TA는 "기존에 씬 캡처에 존재하던 렌더러 로직을 UI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매핑한 결과, 시각적 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렌더링 비용을 15.37ms에서 3.34ms로 대폭 낮추는 데 성공 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스타일라이즈 포그, 유채화/수채화 필터, 그림자 블렌딩 구간 및 라이트 샤프트의 틴트 컬러 지정 기능 등 카툰 아트에 필수적인 기능들이 사전에 구현되어 즉시 활용 가능하다.
발표 후반부에서는 실제 프로젝트 마이그레이션 사례가 공개됐다. 언리얼 엔진 4.27 기반 카툰 프로젝트를 최신 버전으로 이식하면서 캐릭터 및 배경 셰이딩 모델을 전환하고, 헤어 그림자와 GI, 반사 표현, 림라이트, 하이라이트 등을 적용한 사례가 소개됐다. 그 결과, 구버전에서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던 그래픽이 최신 라이트 벡터를 정상 반영하며 차세대 카툰 그래픽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윤 TA가 밝힌 업무 효율성 개선 지표는 놀라웠다. 과거 동일한 수준의 그래픽 파이프라인 R&D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10~20명 규모의 TF 팀이 6~12개월 동안 매달려야 했고, 엔진 수정 및 배포를 위한 개발팀의 전폭적인 협업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카툰 스타터팩을 도입한 개선 공정에서는 TA와 모델러 각 1인(총 2명)만으로도 1~2개월 만에 마이그레이션 태스크를 완료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엔진 소스 수정 없이 TA 스스로 에디터 상에서 수정이 가능하다. 윤 TA는 "인원수와 개발 기간을 단순 계산해 보더라도 기존 공정 대비 최소 60배 이상의 획기적인 업무 효율성 차이를 만들어낸 셈"이라고 설명해 객관적인 기술 이점을 증명했다. 그는 또 "프로젝트마다 반복적으로 진행되던 렌더링 파이프라인 R&D를 생략하고 게임성과 아트워크 자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윤주성 발표자는 "프로젝트마다 아트웍의 편차가 너무 크다 보니 그간 모든 팀이 R&D를 맨땅에서 시작해야 했다"라며 "카툰 스타터팩은 차세대 카툰 렌더링 프로젝트에서 렌더링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한 R&D 단계를 통째로 생략할 수 있게 해주는 패스트 트랙이 될 것"이라고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김규리 기자 gamemk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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