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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26] 무책임한 '봇'을 막는 시대에서 책임지는 'AI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시대로

 

 
AI가 게임 시장에서 활용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게임 안에는 '봇'이라 불리는 첫 번째 비인간 플레이어가 존재했고, 이를 통해 게임업계는 재화 통제 불능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규칙의 허점을 악용하는 어뷰징, 대규모 자동화 노동에 해당하는 작업장 문제를 경험해왔다.

NDC 26에서 진행된 김서준 해시드벤처스 대표의 세션 '게임과 AI 에이전트 그리고 온체인 경제 - 다음 10년의 신뢰 아키텍처'는 바로 이 지점을 꼬집었다. AI 에이전트가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본질이 '자동화' 그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게임 안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정체를 알 수 없고, 권한의 경계가 불분명하며, 평판과 책임이 부재한 '책임 없는 자동화'였을 뿐이며 번호판 없는 차량이 무한정 도로 위로 쏟아진다면 당연히 혼란이 발생하듯, 신원도 권한도 책임도 없는 자동화는 게임 생태계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핵심이었다.
 

반대로 신원이 명확하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구분되며, 결과에 따른 책임을 추적할 수 있는 자동화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김 대표는 이를 '허가된 자동화'로 설명했다. 자동화된 주체가 경제 활동을 하더라도 그 주체가 누구의 에이전트인지,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결과에 책임을 지는지가 명확하다면 게임 생태계 안에서 선순환을 만드는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 에이전트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에는 봇이나 자동화 주체를 사전 차단하고, 탐지한 뒤 영구 정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식별, 권한 부여, 검증, 정산의 순서로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문제가 생겼다고 외국인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는 공항은 공항으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고 비유했다. 필요한 것은 공항 폐쇄가 아니라 여권과 보안검색대의 마련이라는 것이다.
 
 
AI 네이티브 게임에서 재미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AI 네이티브 게임의 재미가 '훈수'에서 나온다고 봤다. 이용자가 상상만 했던 완벽한 조작을 AI가 대신해주는 것도 분명 매력적일 수 있지만, 오히려 엉뚱하게 행동하는 주체를 가르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더 큰 만족이 관측된다는 것이다.

이는 AI 활용의 핵심이 단순히 더 많이 돌리고 더 빠르게 결과를 내는 데 있지 않다는 의미다. 어떤 키워드를 입력해야 더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지, 어떤 방식으로 AI를 훈련시키고 교정해야 원하는 행동에 가까워지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즉 AI 에이전트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한 자동화 속도가 아니라, AI를 다루는 방법론과 이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이러한 구체화된 AI 데이터가 쌓이면 게임 경험도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이 기피하는 반복적이고 보조적인 역할을 에이전트가 대신 수행하면서, 이용자는 하나의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는 경험을 넘어 조직을 운용하는 경험으로 나아갈 수 있다. 더 나아가 잘 육성한 AI 에이전트는 그 자체로 거래 가능한 온체인 자산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생긴다.
 
 
물론 AI 에이전트가 만능인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실전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에이전트에게 사전에 주입될 지식과 복구 함수가 필요하고, 정량화하기 어려운 데이터라도 일단 수집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이 요구될 수 있다. 또한 이 모든 활동을 통제하고 조율할 중앙 제어 장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다행히 게임 안에는 이미 이러한 역할에 가까운 존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운영자, 즉 GM(Game Master)이다. 게임 운영자의 밸런스 패치 하나는 금리를 조정하는 것처럼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벤트 하나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게임 내 화폐와 인플레이션을 일정 부분 제어할 수 있는 GM은 AI 에이전트의 활동을 조율하는 데 있어서도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AI 에이전트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이를 일종의 '세관 신고서'에 비유하며 여섯 가지 대원칙을 제시했다. 이 에이전트는 누구의 에이전트인지,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어떤 상품을 사고파는지, 정산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지금까지 약속을 제대로 지켜왔는지, 마지막으로 실패했을 때 그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김 대표가 제시한 방향은 AI 에이전트를 게임 생태계에서 무조건 배제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에이전트의 신원과 권한, 평판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신뢰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일이며, 자동화된 주체가 게임 안에서 활동하더라도 그 행동이 검증되고 정산되며 책임질 수 있다면 AI 에이전트는 위협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주체가 될 수 있다면서 강연을 마무리지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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