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 아카이브'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개발 과정에서 무엇을 잘했으며 무엇을 놓쳤을까. 차민서 넥슨게임즈 부본부장은 NDC 26 세션을 통해 '블루 아카이브'의 개발 과정을 돌아보며, 신작 개발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공유했다.
차 부본부장은 '블루 아카이브'를 만드는 과정에서 잘한 것과 잘하지 못한 것을 명확히 구분해 설명했다.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프로젝트 초기에 세운 원칙과 실제 개발 과정에서 마주한 한계, 그리고 그 경험이 이후의 개발 방향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짚는 방식이었다.
그가 먼저 꼽은 잘한 점은 '비전 빌드'를 명확하게 구성한 것이었다. 개발팀은 프로토타이핑을 중심으로 전투 구현을 진행하는 한편, 실제 전투에 들어갈 세부 연출과 영상 작업을 분리했다. 모든 기능이 완전히 구현되지는 않았더라도, 외부에서 봤을 때는 그럴듯한 하나의 게임처럼 보이는 형태를 먼저 만드는 데 집중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개발팀은 '블루 아카이브'에 재미있는 이야기와 매력적인 아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판매 가능한 게임으로 성립하기 위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다. 차 부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아트 디렉터와 시나리오 리드에게는 최대한 많은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하되, 게임 완성을 위해 아트 에셋의 수, 플레이 타임, 개발 일정과 같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방어선은 명확히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은 출시 일정 관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블루 아카이브'는 2018년 4월 프로젝트를 시작해 2021년 2월 정식 출시까지 약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CBT 이후 확인된 개선점 반영과 같은 변수를 고려하면, 초기 목표였던 2020년 11월 출시와도 큰 차이가 없는 일정이었다.
차 부본부장은 게임이 예상된 일정 안에 나오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기업과 상품이 후발 주자보다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선점 효과'는 게임 시장에서도 통용되기 때문이다. 그는 만약 출시가 더 늦어졌다면 같은 해 출시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와 정면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수도 있었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일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목표를 최대한 단순하고 확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팀은 프로토타입을 만든 뒤 전투의 핵심 메커니즘을 완성하는 코어 빌드 구축과 캐릭터 양산에 4개월을 할애했고, 이후 6개월 단위로 롱텀 게임플레이 빌드와 폴리싱 빌드를 준비하는 식으로 명확한 목표를 세웠다. 플레이 타임 역시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덕분에 개발 과정에서 "이것도 좋지 않을까", "저것도 넣으면 좋지 않을까"와 같이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일을 줄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일단 결과물을 만들고, 그것을 검증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글로벌 출시 전략에서도 현실적인 판단이 있었다. 장기 서비스를 위해 글로벌 출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에 모든 권역을 커버하기에는 팀 인원의 한계가 명확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동시 출시를 고집했다면 요스타와 협업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중국어 빌드를 완성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출시 자체가 늦어지거나 선점 효과를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장기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한 방향성으로는 수집형 게임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수집형 게임은 캐릭터의 파워 인플레이션을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블루 아카이브'는 최강 파티 하나로 모든 콘텐츠를 해결하는 구조가 아니라, 2개 이상의 파티를 운용하며 더 많은 캐릭터가 쓰이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개발팀은 선생님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선을 마련해야 했다. 그렇게 도입된 것이 장갑과 무기 타입에 따른 상성, 그리고 총력전이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은 이미 상용화된 다른 서브컬처 게임에서 참고한 부분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블루 아카이브'의 세계관 안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경장갑 적은 말 그대로 방어구를 거의 입지 않은 모습으로 묘사하고, 무겁고 두터운 장갑판을 두른 탱크는 중장갑으로 구분했다. 종교 또는 의식용 복장처럼 보이는 로브를 입은 적은 특수장갑으로 분류했다. 이용자가 외형만 보고도 어느 정도 속성을 유추할 수 있게 설계한 덕분에 겉으로는 복잡해 보이는 상성 체계도 실제로는 비교적 쉽게 익힐 수 있었다.
콘텐츠 구조 역시 마찬가지였다. 턴을 효율적으로 나누고 여러 분기점을 탐색하는 타일형 맵은 다른 전략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완성된 형태는 '블루 아카이브'만의 방식으로 바뀌었다. 총력전 역시 기록 경쟁형 PvE 콘텐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독자적인 구조로 발전했다. 차 부본부장은 이러한 고민이 장기 리텐션에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개발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차 부본부장은 여러 실수와 시행착오도 솔직하게 언급했다. 빌드 안정성이 부족했던 데다 최초 목표한 DAU의 5배 이상에 달하는 이용자 유입이 발생하면서 수요 예측에 실패했고, 이로 인해 많은 선생님들이 불편을 겪었다. 여기에 COVID-19 확산으로 인해 퍼블리셔와 계약 이후 충분한 논의를 이어가기 어려웠던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수집형 전략 게임에 가까운 구조는 비교적 일찍 만들어졌지만, 정작 '미소녀가 실재감을 주는 환경'과 같이 블루 아카이브'가 전달해야 할 핵심 감각을 구현하는 일상 콘텐츠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후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모모톡, 카페, 학원 콘텐츠지만, 이러한 일상 콘텐츠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트와 시나리오 리소스의 비중이 컸고, 이들은 업계에서도 비싸고 희귀한 자원이었다. 더군다나 당시에는 서브컬처 게임 개발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 경험자도 부족했다. 차 부본부장은 이 구조를 온전하게 갖추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했고, 중간중간 업데이트 텀이 늘어진 데에도 이러한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론부에서 차 부본부장은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만들고, 확인하고, 고칠 것을 정한 뒤 다시 만드는 사이클을 구축하면 개발 공정을 최대한 단순화할 수 있다. 여기서 단순화는 단순히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못했는지 파악한 뒤, 잘한 것은 더 잘하게 만들고 못한 것은 덜 못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차 부본부장은 이러한 경험이 다음 작품인 '프로젝트 RX'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블루 아카이브' 개발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이전과는 다르고 더 나은 모습으로 새로운 이용자들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강연은 성공작의 결과만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어떤 원칙과 시행착오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신작 개발 포스트모템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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