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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26] "코드 한 줄 몰라도 가능했다"...넥슨 레벨디자이너의 바이브코딩 도전기

 

 
NDC 2026에서 AI 활용 사례를 다룬 발표들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사례 중 하나는 현업 레벨 디자이너가 직접 AI와 함께 개발한 협업 도구 이야기였다.
 
 
18일 열린 NDC 2026 게임기획·인공지능 세션 '바이브코딩으로 오픈월드 게임 개발용 인터렉티브 맵을 만들기까지'에서 넥슨코리아 김기진 디자이너는 코드 한 줄 읽지 못하는 상태에서 AI와 함께 오픈월드 개발용 월드맵 에디터를 제작한 경험을 공유했다.
 
김기진 디자이너는 과거 '프라시아 전기'와 프로젝트 EL의 오픈월드 레벨 디자인을 담당하며 하나의 고민을 오랫동안 안고 있었다. 방대한 레벨 디자인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유할 것인가였다.
 
 
과거에는 파워포인트와 컨플루언스를 활용하여 스크린샷 위에 화살표를 그리거나 무거운 온라인 포토샵을 이용해야 했기에 반응성이 낮고 접근 권한 관리가 까다롭다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수많은 지역과 퀘스트, 콘텐츠 정보가 얽혀 있는 오픈월드 프로젝트에서는 문서 수백 장보다 직관적인 시각화 도구가 필요했다.
 
전환점은 지난해 AI 개발 도구를 접하면서 찾아왔다.
 

김 디자이너는 코딩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구글 AI 스튜디오를 우연히 접하며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이후 안티그래비티라는 통합 개발 환경 기반의 인공지능 코딩 툴을 알게 되었다. 안티그래비티와 클로드 오푸스 4.5 등의 발전된 인공지능 모델은 코드를 단순히 자동 완성해 주는 수준을 넘어 개발자의 의도에 따라 차근차근 기능을 구현해 나가는 강력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헬로 월드 수준의 코드 출력만 해본 기획자가 인공지능을 작업의 동반자로 삼아 실시간 편집과 공유가 가능한 웹 기반 월드맵 에디터를 직접 개발하기 시작한 계기이다.
 
 
그가 만들고자 한 것은 누구나 접속해 편집할 수 있는 오픈월드 개발용 지도였다. 그가 개발한 에디터는 가로세로 10km 크기의 오픈월드 관련 정보를 웹에서 즉시 편집하고 팀 내에 공유할 수 있는 기획 협업 도구다.
 
유저들이 커스텀 게임 맵을 채워나가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필요한 레벨 디자인 정보를 자유롭게 켜고 끌 수 있도록 설계했다. 처음 팀 내에 데모 버전을 공개했을 때 동료들은 실제 작동하는 툴인지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흩어져 있는 수많은 기획서 문서보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개발 툴 하나가 훨씬 직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팀 내부 공개 이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쏟아졌다. 작업한 핀이 사라지거나, 퀘스트 동선이 저장되지 않고, 첨부 이미지가 공유 과정에서 누락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도로를 수정해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거나 신규 기능 개발 과정에서 데이터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상당수 문제가 서버 구조와 데이터 동기화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김 디자이너는 AI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사용자가 작동하는 상황과 맥락을 명확히 설명해 주면 인공지능은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여 빈 곳을 채워주었다. 출시 후 단 하루 만에 30건이 넘는 기능 수정이 이루어질 만큼 바이브코딩의 핵심은 무수한 반복 수정과 점진적 개선 과정에 있었다.
 
 
그는 이를 '이터레이션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문제 발견, 상황 검토, 수정 요청, 결과 확인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작업이다. 빠르면 몇 분, 길면 수십 분 단위로 수정이 이어졌지만 이런 반복이 결국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바이브코딩의 성패가 AI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결과물의 퀄리티는 결국 개인이 체득한 경험과 무엇이 괜찮은가에 대한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점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작동만 하면 되는지, 사용하기 편해야 하는지, UX까지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결국 개발자가 아닌 사람이라도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에서 나온다. AI는 구현을 돕지만 품질 기준을 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토이 프로젝트로 시작된 월드맵 에디터는 3개월 동안 200건에 달하는 커밋을 거치며 핵심 기능을 갖춘 최종 버전으로 진화했다. 단순한 목업 지도를 띄우는 기능에서 시작하여 CSV 데이터와 언리얼 엔진 5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나아가 16K 타일과 초해상도 기술을 적용하여 선명도를 극대화했으며, Z축 데이터를 활용하여 산 내부의 복잡한 멀티 레이어 던전까지 빼곡히 표현할 수 있는 복셀 3D 뷰 기능까지 구현해 냈다.
 
 
궁극적으로는 에디터에서 스케치한 데이터를 토대로 인게임 에셋 배치와 반복 테스트까지 자동으로 수행하는 파이프라인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김기진 디자이너는 발표 말미 바이브코딩을 특정 기술이 아닌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일단 만들어 보고, 이상하면 다시 고치면 된다"며 "중요한 것은 How가 아니라 Why, 그리고 Try"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중들에게 인공지능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도메인 지식과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당장 새로운 시도를 시작해 보라는 권유와 함께 발표를 마쳤다. 
 
이번 발표는 AI가 개발자를 대체하는 미래를 이야기하기보다, 비개발자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적어도 김기진 디자이너에게 바이브코딩은 코딩 기술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기 위한 새로운 창작 도구였다.
 
[홍이표 기자 siriused@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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