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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26] "잠든 IP, AI로 깨우다" 넥슨 리플레이가 레거시를 플랫폼으로 부활시키는 법

 

"20년 전 게임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넥슨 NDC 2026을 통해 공개한 '넥슨 리플레이(NEXON Replay)' 프로젝트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서비스가 종료됐거나 오랜 시간 대규모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은 게임들. 겉으로 보기에는 과거의 유산처럼 보이지만 넥슨은 그 안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팬덤과 확장 가능성을 발견했다.
 

18일 열린 NDC 2026 사업·마케팅 세션 '레거시에서 플랫폼으로 - NEXON Replay가 사랑받던 IP를 되살리는 법'에서 넥슨코리아 오세형 리더는 리플레이 프로젝트의 시작 배경과 운영 방식, 그리고 향후 로드맵을 공개했다.
 
 

리플레이는 단순한 IP 라이선스 사업이 아니다. 넥슨이 보유한 레거시 게임 IP를 외부 창작자와 개발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 형태로 개방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공개 대상에는 '어둠의 전설', '아스가르드', '일랜시아', '에버플래닛', '택티컬커맨더스' 등 총 5종의 IP가 포함돼 있다.
 

오세형 리더는 "IP는 잠들어 있지만 팬덤은 살아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게임들이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커뮤니티와 추억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부 작품은 업데이트가 멈춘 뒤에도 이용자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넥슨이 지금 시점에서 리플레이 시작한 이유로는 게임 제작 비용 감소와 AI 개발 도구의 발전, 그리고 UGC 생태계 확대를 꼽았다. 여기에 이미 검증된 세계관과 팬덤을 보유한 IP의 가치가 이전보다 높아지면서 과거 게임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로 재조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넥슨은 리플레이 대상 IP 선정 과정에서도 명확한 기준을 적용했다. 해당 IP를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지, 활용 가능한 리소스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법적 리스크가 없는지를 우선 검토했다.
 

발표에서는 넥슨이 생각하는 IP 확장 전략도 소개됐다. 넥슨은 우선 원작 게임이 팬덤과 세계관의 중심이 되는 '코어 콘텐츠'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동일한 IP를 활용한 스핀오프 게임과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로 프랜차이즈를 확장하고, 최종적으로는 굿즈와 영상, 머천다이즈 등 에버그린 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지향한다.
 

하지만 실제 사업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오래된 게임의 자료를 외부 파트너사에 제공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수십 년간 축적된 내부 자료 속에는 외주 계약서, 개발자 이력서는 물론 당시 개발팀의 워크샵 사진과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섞여 있었다. 기술 보안 리스크와 재배포 불가 요소(상용/오픈소스 미들웨어 등)도 산적해 있었다. 단순히 자료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이 자료를 외부로 반출해도 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넥슨은 리플레이 전용 클리어런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스템은 키워드 및 패턴 스캔, AI 기반 소스코드 검수, 위험 유형 분류 등을 통해 외부 제공 가능 여부를 검토한다.

특히 주목받은 부분은 '클린룸(Clean Room)'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원본 로그인 시스템에는 실제 암호화 구조와 보안 로직이 포함돼 있어 그대로 제공할 수 없다. 대신 로그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기능적 개념만 남긴 새로운 코드를 작성해 제공한다. 콘텐츠 로직 역시 원본 코드를 직접 공개하지 않고 동작 명세와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새로운 코드로 재구성한다. 상용 미들웨어나 오픈소스 라이선스 문제, 운영 로그 등 재배포가 어려운 요소들도 모두 제거된다.

결과적으로 리플레이는 원본 자료를 통째로 제공하는 구조가 아니라 IP 활용권과 정리된 리소스, 가이드라인, 제작 도구, 클린룸 코드, 참고 구현 코드 등을 하나의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오 리더는 “원본 부품을 그대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밖에 줄 수 있는 부품을 새로 만들어 재조립할 수 있는 ‘IP 패키지’ 형태로 제공해 창작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넥슨은 개발사들이 보다 쉽게 원작을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AI 기반 지원 체계도 구축했다. 대표 사례가 Advanced RAG 서버다. 개발사는 "이 기능은 원작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어떤 시스템과 연결되는가",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핵심 의도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자연어로 입력해 원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생성용 LoRA 모델 구축과 레거시 게임의 웹 포팅 지원도 함께 진행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리플레이 프로젝트 운영 인력이 사실상 2명의 PM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AI 활용이 있다. 넥슨은 Creator Lens를 통해 파트너 지원서를 자동 검토하고 후보군을 분류하며, Merlin 시스템으로 업무 생성과 배분을 수행한다. 계약 관리 대시보드를 통해 파트너 상태 관리도 자동화했다.

오세형 리더는 중요한 것은 특정 AI 툴 자체가 아니라 "실제 PM들이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AI 기술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기존 도구에만 의존하면 새로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리플레이 프로젝트는 구조 설계 단계를 마치고 초기 파트너들과 함께 실제 사례를 만들어가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미 네 자리 수 이상의 지원서가 접수되었으며, 두 자리 수 이상의 파트너사와 계약 및 논의를 진행 중이다. 넥슨은 시범 IP 5종을 중심으로 첫 성공 사례를 확보하고, 이후 온보딩 프로세스를 표준화해 더 많은 파트너를 수용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추가적인 레거시 IP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발표 말미 오세형 리더는 "20년 전 게임은 여전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오래된 IP를 꺼내는 일은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며, “팬들이 기억하고 있는 플레이 경험 위에서 새로운 작품을 계속 쌓아 나갈 수 있다면, 20년 전 게임은 우리와 창작자 모두에게 여전히 거대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리플레이가 추억을 소비하는 프로젝트에 머무를지, 아니면 레거시 IP를 활용한 새로운 창작 생태계의 출발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발표는 서비스 종료가 반드시 IP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김규리 기자 gamemk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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