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조뉴스

copyright 2009(c) GAMECHOSUN

게임조선 네트워크

주요 서비스 메뉴 펼치기

커뮤니티 펼치기

게임조선

[NDC 26] 개발자의 감각만으로는 부족했다, 피드백과 데이터가 찾아낸 ‘셰이프 오브 드림즈’의 재미

 

 
인디게임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결국 '무엇이 재미있는가'를 찾아내는 일이다. 개발자가 의도한 재미와 실제 이용자가 체감하는 재미는 언제든 어긋날 수 있으며, 경험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소규모 팀일수록 그 차이를 빠르게 확인하고 고쳐나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NDC 26에서 진행된 '셰이프 오브 드림즈 유저 피드백과 데이터로 재미 깎는 법' 세션은 이러한 고민을 실제 성공 사례로 풀어낸 강연이었다. 리자드스무디 심은섭 대표는 취업 포트폴리오를 목적으로 대학생 2명이 개발을 시작한 프로젝트였던 협동 액션 로그라이크 '셰이프 오브 드림즈'가 목표 판매량 3,000장에서 출발해 출시 3개월 만에 100만 장 판매라는 성과를 거두기까지의 과정을 공유했다.
 
심 대표는 '셰이프 오브 드림즈'가 그래픽, 스토리, 내러티브, 개발 속도 등 여러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음에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 유저 피드백과 지표 데이터를 꼽았다. 개발팀은 지난해 10월 스토브 인디를 통해 데모를 공개한 이후 약 2년 동안 데모 버전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했으며, 그 과정에서 70회에 달하는 빌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는 버그 수정과 콘텐츠 완성뿐 아니라 이벤트까지 포함된 장기간의 무료 운영이었다.

겉으로 보면 공짜 게임에 긴 시간의 노동을 투입한 셈이지만, 개발팀은 이를 정식 출시 전 반드시 거쳐야 할 검증 과정으로 봤다. '셰이프 오브 드림즈'는 이용자의 플레이 체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인디게임이었고, 게임의 구성 요소 가운데서도 초반 이용자를 붙잡는 가장 원초적인 힘은 플레이에서 나온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트와 내러티브도 중요하지만, 리자드스무디가 가장 먼저 깎아야 할 대상은 '게임 플레이의 재미'로 두고 있었던 것이다.
 

스팀이라는 플랫폼의 특성도 이 같은 전략에 영향을 줬다. 심 대표는 스팀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대규모 마케팅이 생각만큼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상점 페이지 공개, 데모 공개, 정식 출시 등 주요 시점마다 노출 기회를 확보하고, 장르 페스티벌, 스팀 넥스트 페스트, 퍼블리셔 세일 등에 꾸준히 얼굴을 비추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었다. 플랫폼 상위 노출은 인플루언서의 플레이를 유도했고, 게임에 매료된 충성 이용자들은 사실상 사내에 없던 QA팀의 역할까지 맡으며 개발에 도움을 줬다.

내부적으로는 유니티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활용해 플레이 경험을 세밀하게 추적했다. 보스 조우와 처치, 다음 월드 진입, 사망 같은 핵심 이벤트를 기록하고, 여행자라 불리는 플레이어블 캐릭터 클래스와 장착 아이템, 빌드 데이터를 함께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용자 피드백으로 문제의 방향을 찾고, 실제 지표로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검증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개선 사례는 조작 방식의 추가였다. '셰이프 오브 드림즈'는 처음부터 MOBA 조작을 기반으로 한 로그라이크를 표방했기 때문에 개발팀 역시 조작 방식 추가 및 변경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WASD 조작, RPG식 조작, 게임패드 조작을 추가해달라는 피드백이 반복적으로 접수되자, FGT 단계에서 새로운 조작법을 도입하고 이를 지표 수집 항목에 포함했다.

결과는 개발팀의 예상과 달랐다. 기본 조작 방식인 MOBA 조작은 약 40%의 이용자가 사용한 반면, WASD 조작은 55%의 이용자가 선택했다. RPG 조작 방식은 5%에 그쳤다. 개발팀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방식이 오히려 일부 이용자에게는 불편함을 강요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후 RPG 조작은 지원을 종료하고, WASD 조작을 개선·유지보수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으며, 그 결과 유저 퍼널은 2배 이상 확장됐다.
 

두 번째 사례는 난이도였다. 개발팀은 처음에 '게임이 너무 어렵다'는 의견을 무료 데모를 한 번 찍어보고 이탈하는 라이트 이용자의 반응 정도로 여겼다. 무료 데모에는 본래 핵심 타깃층이 아닌 이용자도 많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각 월드의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1라운드에 해당하는 '격동의 숲'의 사망률이 45%에 달했다. 무작위 2라운드 스테이지 중 하나인 용암 지대 역시 50%의 사망률을 기록하며 과도한 난이도를 보이고 있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미 게임이 손에 익어 있었기 때문에 난이도 문제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용자 데이터는 달랐다. 개발팀은 해당 구간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공격 선딜레이를 늘리고, 투사체 속도를 낮추며, 공격 빈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밸런스 패치를 진행했다. 유저 피드백이 보이지 않던 문제를 드러냈고, 데이터가 그 문제의 심각도를 증명한 셈이다.

심 대표는 유저 피드백이 항상 정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피드백은 심층 분석이라기보다 대중의 직관이나 감정에 가까운 경우가 많고, 때로는 개발 방향에 혼선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집한 데이터는 판단과 행동의 객관적인 근거가 된다. 어떤 개선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 이용자의 체감이 지표상으로도 변화했는지를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개발팀이 더 적극적으로 이용자와 만나는 계기가 됐다. 리자드스무디는 FGT 기회를 늘리고, 대외 행사에 부스를 내며, 다양한 출품 기회를 통해 이용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충성 이용자는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게임의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 방향을 제안하는 협력자에 가까웠고, 그 과정에서 게임의 완성도 역시 함께 올라갔다.

다만 심 대표는 이러한 방식이 모든 게임에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전략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인 플레이만으로 유의미한 샘플을 확보할 수 있는 생존, 로그라이크, 협동, 경쟁 장르에는 유리하지만, 플레이의 맺고 끊음이 명확하지 않은 서사 중심의 선형 전개 게임이나 비주얼 노벨에는 같은 방식이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료 데모의 라이브 서비스 기간이 길어지고, 너무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음을 술회했다. 이는 개발 리소스 소모를 키울 수 있고, 정식 버전의 구매력을 약화시킬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피드백과 데이터를 무조건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장르와 팀의 역량, 개발 상황에 맞춰 적절한 범위와 방식을 정하는 일이다.
 

'셰이프 오브 드림즈'의 사례는 PC 인디게임에서도 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충분히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장기간의 데모 운영과 꾸준한 업데이트는 개발 과정과 라이브 서비스 역량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됐고, 이용자의 목소리와 실제 지표를 함께 보며 게임의 재미를 다듬는 방법론으로 이어졌다.
 
심 대표가 전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유저 피드백은 개발자가 보지 못한 문제를 알려주고, 데이터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판단하게 해준다. 부족한 경험과 역량을 가진 작은 팀이라도, 이용자의 반응을 외면하지 않고 지표로 검증하며 끊임없이 고쳐나간다면 게임의 재미는 더 선명하게 깎여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기사의 저작권은 게임조선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무단으로 기사 내용 전제 및 다운로드 링크배포를 금지합니다.

신호현 기자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