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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26] 리뷰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스팀 데이터로 찾는 글로벌 전략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성공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게임은 자사의 기존 게임을 즐겨본 이용자 데이터나 축적된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전략을 세울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름도, 나이도, 국적도 모르는 이용자를 상대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NDC 26에서 진행된 '서순기' 넥슨코리아 팀장의 세션 'Steam 데이터로 읽는 유저와 시장 - 데이터 기반 전략 수립'은 바로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넥슨코리아 슈터본부 슈터서비스팀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서 팀장은 글로벌 게임 시장을 분석하고 데이터 기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스팀 데이터를 주목했다.

스팀은 글로벌 게임 플랫폼 중에서도 방대한 이용자 규모와 풍부한 공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최고 동시 접속자 수, 플레이타임, 리뷰, 태그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이용자가 무엇을 말하고, 어떤 게임을 선택하며,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서 팀장은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게임사가 잠재 이용자를 찾고, 그들을 어떻게 타깃팅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그가 먼저 강조한 것은 첫인상의 중요성이었다. 게이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의외로 보수적인 행동 양상을 보인다. 게임 론칭 직후 굳어진 첫인상은 쉽게 뒤집히지 않고, 시장이 좁은 만큼 신작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도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스팀에서 10건 이상의 리뷰가 기록된 뒤 평가가 '복합적' 미만으로 떨어졌다가 이후 '대체로 긍정적' 이상까지 회복한 사례는 전체 게임을 통틀어 1.6%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게임이 출시되기 전 플레이테스트 단계의 평가도 이후 게임에 대한 가치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강조했다. 넥슨 슈터팀은 ‘더 파이널스’를 기준으로 플레이테스트 리뷰 평점과 론칭 한 달 직후 리뷰의 상관관계를 살펴봤고, 두 지표가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 팀장은 이를 모의고사와 수능에 비유하며, 게임의 첫인상을 바꾸는 마지막 기회는 론칭 이후가 아니라 론칭 전 플레이테스트라고 짚었다.

다만 그는 제작사가 게임 자체의 문제에만 모든 역량을 쏟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구조 역시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슈터 장르의 경우 스팀 내 상위 5개 게임이 전체 지표의 60.6%를 차지하고 있으며, 하위 90%에 해당하는 4,628개 게임을 모두 합쳐도 0.5%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제시됐다. 이는 신작이 아무리 좋은 완성도를 갖춰도 기존 강자들이 구축한 벽을 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600만장이 팔린 '아크 레이더스'나, 강력한 IP 파워를 앞세운 '마블 라이벌스'와 같은 화제작조차 '카운터 스트라이크 2', '펍지', '에이펙스 레전드', '델타 포스', '러스트' 등 굳건한 기존 강자들의 벽을 뚫지는 못헀다. 이는 게이머들이 얼마나 보수적으로 게임을 고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특히 통계에서는 게임을 1~2개 정도만 플레이하는 라이트 이용자일수록 익숙한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2025년 한 해 동안 약 2만 개의 게임이 출시됐지만, 그중 48.8%가 10개 미만의 리뷰를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작이 끊임없이 쏟아져도 이용자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설령 새로운 게임을 잠깐 플레이하더라도, 결국 자신에게 익숙한 게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모든 이용자를 공략하겠다는 접근은 현실적이지 않다.
 
서 팀장이 제시한 해법은 '정착할 가능성이 높은 이용자'를 찾는 것이었다. 모든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삼기보다, 실제로 해당 게임에 오래 머물 가능성이 있는 잠재 이용자를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 실마리는 이미 경쟁작 안에 있다. 론칭 전에는 장르, 태그, 가격과 같은 게임의 속성을 기준으로 잠재 이용자를 분석하고, 론칭 후에는 동시접속자 수와 체류시간 같은 실제 플레이 데이터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팀 태그는 대표적인 분석 도구다. 스팀에서는 게임사뿐 아니라 이용자도 직접 태그를 달 수 있으며, 플랫폼은 이를 기반으로 비슷한 성향의 게임을 추천한다. 따라서 함께 등장하는 태그를 분석하면 이용자가 특정 게임을 어떤 장르와 취향으로 인식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비슷한 태그를 공유하는 작품군을 묶고, 그중 상위 지표를 가진 게임의 클러스터와 레퍼런스를 집중 분석하는 방식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예시로 언급된 넥슨의 '낙원'은 이용자들이 메인 태그로 '익스트랙션'을 부여했다. 유사도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추출한 결과 '미드나이트 워커스', '아크 레이더스', '레인보우 식스 익스트랙션', 'GTFO', '헌트 쇼다운 1896' 등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좀비·호러 코옵 태그가 1옵션으로 부여된 'GTFO'를 제외하면 대부분 익스트랙션 태그가 1옵션으로 작동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일반 이용자들이 '낙원'을 익스트랙션 슈터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관련 데이터 역시 익스트랙션 슈터 중심으로 분석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교차 구매나 함께 플레이한 게임 데이터 역시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서 팀장은 젊은 남성이 맥주와 기저귀를 함께 구매한다면 그가 어린 자녀가 있는 아버지일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다는 예시를 들었다. 마찬가지로 '레인보우 식스: 시즈'를 플레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단순히 슈팅 게임을 좋아한다는 정도의 정보밖에 얻기 어렵다. 그러나 함께 플레이한 게임에 '마블 라이벌스'가 포함돼 있다면, 오퍼레이터나 영웅의 특수 능력을 활용하는 택티컬·히어로 슈팅에 관심이 있다는 더 구체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결국 가장 오래, 가장 많이 플레이한 게임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잠재 이용자의 공략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스팀 데이터는 단순히 시장 규모를 확인하는 지표가 아니라, 이용자의 취향과 정착 가능성을 추적하는 실전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팀장은 론칭 전에는 게임의 속성을 바탕으로, 론칭 후에는 이용자의 실제 동향을 바탕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후에는 비슷한 클러스터를 공유하는 이용자를 확실하게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데이터의 편향성에는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비행기의 피격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생존자 편향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돌아온 비행기의 손상 부위를 보는 것이 결코 무의미한 분석은 아니지만, 정작 돌아오지 못한 비행기가 어디를 맞았는지를 파악해야 진짜 약점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 데이터 분석 역시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지표만 따라가면 중요한 신호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리뷰 데이터를 수집할 때도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론칭 전에는 비슷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잠재 이용자의 부정 리뷰를 살펴야 하고, 론칭 후에는 직접 게임을 플레이한 뒤 부정적 리뷰를 남기면서도 개선을 바라는 이용자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한다. 서 팀장은 이들을 "팀을 욕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야구팬"에 비유했다. 비추천을 남기면서도 게임에 남아 있는 이용자는 단순한 이탈자가 아니라, 게임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애증의 이용자일 수 있다.

이번 세션은 스팀 데이터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읽는 방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핵심은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왜 봐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모든 이용자를 막연히 노리는 대신 정착 가능성이 높은 이용자를 찾고, 그들이 왜 머무르거나 떠나는지를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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