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조뉴스

copyright 2009(c) GAMECHOSUN

게임조선 네트워크

주요 서비스 메뉴 펼치기

커뮤니티 펼치기

게임조선

[NDC 26] 넥슨 사운드 전문가 3인이 말하는 게임 사운드의 역할과 철학

 

 
게임 이용자들은 화려한 그래픽과 전투 시스템은 쉽게 기억한다. 하지만 게임 속 공간을 살아있게 만들고 전투의 타격감을 완성하며 감정의 흐름을 조율하는 사운드의 존재는 의외로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만큼 좋은 사운드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NDC 2026에서 진행된 대담 세션 'The Art of Sound,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는 넥슨코리아, 네오플, 넥슨게임즈의 사운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게임 사운드 개발의 현실과 철학, 그리고 AI 시대 창작자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세션에는 넥슨코리아 임준현 팀장, 네오플 김민정 팀장, 넥슨게임즈 이창현 센터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임준현 팀장은 넥슨코리아가 NDC 2026과 함께 준비한 '마비노기 이터니티' 사운드 전시에 대해 "관람객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요소를 보여주기보다 바람 소리와 풀벌레 소리, 발걸음 소리 등 필드에 존재하는 생활감을 통해 게임 속 공간 자체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것이다.
 

반면 네오플은 의도적으로 사운드를 제거하는 방식을 택했다. 김민정 팀장은 "게임 속 사운드는 너무 당연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요성을 인식하기 어렵다"며 "영상에서 사운드를 하나씩 제거하고 다시 채워 넣는 과정을 통해 사운드의 역할을 설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넥슨게임즈는 기술 중심의 접근을 선보였다. 듀랑고 월드의 공간 오디오 시스템과 퍼스트 디센던트의 인터랙티브 사운드 시스템을 활용해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소리와 음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창현 센터장은 "음악이 단순한 BGM이 아니라 플레이와 상호작용하는 콘텐츠라는 점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션에서는 게임 업계 밖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운드 조직의 실제 모습도 공개됐다. 임준현 팀장은 "많은 사람들이 사운드를 게임 개발 후반에 추가하는 작업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프로젝트 시작 단계부터 함께 참여한다"고 말했다.
 

사운드 조직은 게임 분위기와 세계관, 콘텐츠 구조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 효과음과 보이스, 음악 제작은 물론 실제 구현과 QA까지 전 과정에 관여한다는 설명이다.

네오플 역시 사운드 디자이너와 뮤직 디자이너, 작곡가, 보이스 디자이너뿐 아니라 테크니컬 오디오 디자이너와 오디오 프로그래머까지 별도의 전문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김민정 팀장은 "오디오 개발팀은 게임 사운드에서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글로벌 보이스 로컬라이징 사례를 언급하며 사운드가 얼마나 초기 단계부터 준비돼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당초 2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던 대규모 음성 현지화 작업을 실제로는 9개월 만에 완료해야 했지만, 개발 초기부터 사운드 제작을 염두에 둔 프로덕션 설계가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사운드 개발자들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고민도 공유됐다. 임준현 팀장은 라이브 게임을 서비스하며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로 '추억'을 꼽았다. 특히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 같은 장수 IP의 경우 사운드가 단순한 효과음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기억과 감정 일부가 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품질의 사운드로 개선하고 싶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미 익숙한 소리가 있다"며 "어떤 부분을 유지하고 어떤 부분을 바꿀 것인지 판단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현 센터장은 라이브 서비스 중 사운드 시스템 전체를 재구축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사운드 엔진과 미들웨어가 복잡하게 분리된 구조로 운영되면서 유지보수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고, 결국 1년 이상에 걸쳐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스템 통합 이후 관리 업무에 묶여 있던 인력들이 다시 창의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좋은 시스템은 좋은 소리뿐 아니라 조직의 생산성도 함께 만든다"고 말했다.
 

대담 후반부에는 '좋은 사운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임준현 팀장은 좋은 사운드의 핵심은 '경험 전달'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사운드는 단순히 효과음을 추가하는 작업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을 설계하는 일"이라며 "긴장과 이완, 집중과 몰입을 조율해 플레이어가 의도한 감정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좋은 사운드는 필요할 때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장면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팀장은 기술적 관점에서 좋은 사운드 시스템의 조건으로 투명성과 확장성, 사용성을 꼽았다. 시스템 구조가 명확해야 사운드 디자이너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새로운 요구사항이 등장했을 때도 쉽게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안정성까지 확보돼야 비로소 좋은 사운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에 대한 논의도 빠지지 않았다. 3명의 개발자 모두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현재는 콘텐츠 생성보다 업무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넥슨코리아는 사운드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검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과거 작업물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자연어 검색으로 유사한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넥슨게임즈는 미들웨어 에러 분석, 사운드 검색, 보이스 편집 자동화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녹음 파일의 정리와 편집, 파일 네이밍 작업을 자동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네오플은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사운드 제작 환경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자연어 명령만으로 사운드 툴을 제어하거나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다만 세 연사 모두 AI가 창작자의 역할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임준현 팀장은 "AI는 수많은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지만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팀장은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사람은 '왜'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왜 만들어야 하는지 정의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현 센터장 역시 "AI는 가능성을 넓혀주는 도구일 뿐"이라며 "이용자의 감정을 움직이고 여운을 남기는 최종적인 판단은 결국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운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세션은 게임의 몰입과 감동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보이지 않는 소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기사의 저작권은 게임조선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무단으로 기사 내용 전제 및 다운로드 링크배포를 금지합니다.

이시영 기자의

댓글 0